축구스타열전

#59 네덜란드의 스타선수 - 에드가 다비즈

시북(허지수) 2020. 5. 15. 13:46

 

 유럽축구를 오래 봐오셨다면, 네덜란드의 인기선수 다비즈를 많은 분들이 기억하실 것입니다. 독특한 고글을 쓰고서 거침없이 필드를 누비는 모습은 정말 인상적이었지요. 이번 시간에는 애독자님의 적극적 요청에 힘입어서 에드가 다비즈로 정해보았습니다. (글은 2009년에 작성되었으며, 2020년 가독성 보완 및 동영상 갱신!)

 

 프로필

 

 이름 : Edgar Steven Davids
 생년월일 : 1973년 3월 13일
 신장/체중 : 169cm / 68kg
 포지션 : MF
 국적 : 네덜란드
 국가대표 : 74시합 6득점

 

 넌 심장이 3개라며? 다비즈 이야기!

 

  오~ 인상부터가 멋진데, 저 고글 폼 아냐? 역시 특이하면 기억에 오래동안 남는다니까! 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다비즈의 트레이드마크로 불리는 고글도 실은 사연이 있는 물건입니다. 다비즈는 한 때 왼쪽 눈에 녹내장을 앓았습니다. 실명위기를 맞이했고, 선수 생명도 당연히 위협받게 되었지요. 다비즈는 수술을 거쳐서 다행히 무사히 다시 필드를 누빌 수 있게 되었고, 수술 이후로는 보호 고글을 반드시 착용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것을 보고 세상일은 알 수 없다고 하는 게 아닐까요. 큰 위기를 겪었지만, 그것을 극복하고 보니 어느새 그 약점이 나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어 있었다는! 역시 사람은 쉽게 낙심하면 안 된다니까요. 하하.

 

 다비즈는 몸집이 크지 않습니다. 170도 될까말까한 키입니다. 하지만 그에게는 경이적이고 신비롭기까지한 엄청난 체력이 있었지요. 게다가 정신적으로도 아주 격렬한 투지를 가진 선수였습니다. 중원을 부지런히 누비면서 어떠한 선수와도 맞붙었던 것이 바로 다비즈였습니다. 정말 강인하다는 말이 어울리는 선수였다고 할까요.

 

 흔히 필드에서 장난 아니게 뛰는 선수를 보고 심장이 두 개 라는 표현을 합니다만, 다비즈는 워낙 필드를 종횡무진 누비고 다니기 때문에 심장이 세 개가 있다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었던 다비즈. 흐름을 읽는 날카로운 시야와 거침없이 끈덕지게 달라붙는 수비스타일 때문에 별명이 무려 투견이었습니다. 말이 좋아 투견이지, 상대편 입장에서는 미친개, 쌈견 이라고 욕할 법도 합니다. 다비즈가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지독한 부지런함과 수비실력만 가져서가 아닙니다. 때때로 날리는 강력한 중거리 슈팅과 테크닉을 살린 슈팅실력을 가지고 있어서 전성기 시절에는 세계 최고수준의 수비형 미드필더 중 한 명으로 불렸습니다. 세련된 감각적인 패스는 감탄을 자아내곤 했습니다. 한 마디로 공격의 센스와 수비의 집요함을 겸비한 명선수였지요.

 

 물론 칭찬만 있으면 그것도 이상하겠지요. 폭주(?)하는 다비즈는 카드도 자주 받았습니다. 성격도 급하고 거침없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또한 트러블메이커 이기도 했기 때문에 이런 점은 어떤 면에서는 골칫거리가 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경기장에만 들어서면 팀을 위해서 헌신적으로 미친듯이 필드를 누비고 다녔기 때문에 팬들로부터 엄청난 사랑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제 그의 커리어를 한 번 살펴보자면,

 

 아약스 유소년팀에서 축구를 시작한 다비즈는 어린 시절 공격수 였다고 합니다. 역시나 슈팅을 잘하는 이유가 있었군요. 물론 1991년 프로무대에 데뷔하면서는 미드필더로 전향하게 됩니다. 데뷔 후, 스무살도 안 되는 애송이(?) 다비즈는 어느덧 주전자리를 차지하게 되었고, 소속팀 아약스도 걸출한 멤버들과 함께 3시즌 연속 리그우승을 하면서 눈부신 시절을 보내게 됩니다. 반 할 감독이 이끌던 무적 아약스 였습니다! 특히 아약스 시절 1995년 무렵은 정말 황홀한 순간 중 하나일 것입니다. 리그에선 압도적 실력을 자랑하며 무패우승, 그리고 유럽클럽대항전...

 

 다비즈, 클루이베르트, 리트마넨 등 아약스의 파릇파릇한 멤버들은 거함 AC밀란까지 침몰시키면서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우뚝 섭니다. 이들의 활약은 거침없었습니다. 이듬해에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까지 환상적으로 내달리는 아약스였습니다.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킨 아약스의 슈퍼 신동들은 레알 마드리드를 감탄이 나올만큼의 멋진 축구실력을 뽐내며 아름답게 눌렀고, 결승전에서 유벤투스를 만났습니다. 결승전에서도 다비즈는 기죽지 않고 대 유베 캡틴에게 한 방 날리는 투견다운 모습으로 강렬한 인상 남겨줍니다. 여하튼 무적의 아약스는 아쉽게도 2연속 우승은 하지 못하고, 승부차기 끝에 패하고 말았습니다. 네덜란드 클럽팀이 이렇게 유럽을 호령할만큼 멋지게 이름을 날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웃음)

 

 이후 1996년, 다비즈는 정들었던 아약스를 떠나서 이탈리아의 명문 AC밀란에 몸담게 됩니다. 노는 물이 달라서 였을까요? 새로운 팀내에서는 불화가 쌓여갔고, 경기장 밖에서는 악동임을 유감없이 보여주면서, 결국 제대로 활약도 못 펼치고 맙니다. AC밀란 수뇌부도 이제 다비즈를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분명 네덜란드 국가대표이자 유망주였던 다비즈인데 말입니다 ㅜㅜ 확실히 사람은 노는 물을 잘 골라야 합니다. 자신에게 맞는 곳을 향하여!!!

 

 이듬해가 되자 유벤투스의 명장 리피 감독으로부터 콜이 옵니다. 뭐, 망설일 꺼 있겠습니까. 미련없이 유벤투스로 향하는 다비즈! 이렇게 하여 1997년부터 또 하나의 라이프가 시작됩니다. 유벤투스로 팀을 옮긴 뒤, 다시금 물만난 물고기처럼 눈부신 활약을 펼쳐나가는 다비즈. 높은 신뢰를 받으면서 리그우승에 놀라운 공헌을 하며 과연 스타다운 모습을 보여준 것입니다! 이후 수년간 유벤투스 중원의 핵심멤버로 꾸준한 활약을 보입니다. 다비즈는 1998년 월드컵에서 네덜란드 대표팀의 멤버로, 강렬한 중거리슛을 날리면서 승리에 공헌하는 등 매서운 활약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유로2000 에서도 4강에 큰 공헌을 했고 말입니다. 그런데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는 네덜란드의 부진으로 유럽예선탈락 (...) 한국땅 밟아보지도 못합니다. 이런! 전성기 다비즈의 모습을 월드컵 무대에서 별로 볼 수 없던 것이 팬으로서는 못내 아쉬울 뿐이겠지요. 늘 문턱에서, 혹은 묘하게 우승을 놓치던 네덜란드 대표팀을 팬들은 많이 아쉬워 했을 것입니다.

 

 그렇게 세월은 흐르고 명선수로 평가받던 다비즈도 30대가 되어갑니다. 유벤투스에서는 점점 신예 멤버들과의 경쟁으로 설자리가 줄어들어가고, 벤치를 지키는게 죽을만큼 싫었던 다비즈는 막말을 쏟아내기도 하면서 불화를 부추깁니다. 하기야 국대감독에게도 거침없는 말을 하는게 다비즈 니까요. 결국 2004년 다비즈는 FC바르셀로나로 잠시 임대이적을 합니다. 뭔가 안 풀리면서 부진하던 바르샤는 거친 싸움개 다비즈를 중원에 배치하면서 놀라운 상승세를 탔고, 리그 2위라는 훌륭한 성적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걸출한 수비형 미드필더의 힘이란 심장이나 엔진과도 같아서 정말 대단한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현대 축구에서도 귀하게 각광받고 있다지요? 한편 2004년 유로에서도 네덜란드는 분투하며 잘 싸워나가지만 4강에서 포르투갈에게 패배하면서 아쉽게 또 우승의 꿈을 접어야 했습니다. 그 때 준결승 경기에서 선제골 넣었던 포르투갈의 풋내기스타 C.호날두는 4년반이 흘러 지금 발롱도르와 FIFA올해의 선수상을 석권해버린 대스타가 되었지요. 세월 빠르다! 참, 이제 C.호날두는 한국에서는 국민적 밉상이 되었군요. 다시 한 번 쓰네요, 세월 빠르다!

 

 이야기로 돌아와, 나이가 들어서도 충분히 실력이 좋았던 다비즈였지만... 이후에 인테르, 토트넘, 아약스 등 여러 팀에 몸담아 보았으나 출장기회는 점점 줄어들었고, 또한 달고 다니는 불화도 여전했고, 점차 나이도 많고 부상도 당하고, 그렇게 2008년 이후로는 소속팀이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재밌는 점은, 확실히 노익장 다비즈는 다소 달라져서 프로의식도 가져야 하고, 유소년에게 이래저래 가르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고 하는데 말이지요.

 

 이제 길었던 이야기를 정리해야 겠습니다. 네덜란드가 배출한 인기스타이자, 거물 미드필더였던 다비즈. 경기장을 쉼없이 누비면서 때로는 거칠게, 때로는 감각적이게, 공을 향해서 저돌적으로 플레이 하던 다비즈를 앞으로도 많은 이들이 기억할 것입니다. 혹자에게는 정말 축구라이프의 로망 같은 선수일지도 모르고 말입니다. 마치며 유튜브에서 발췌한 영상을 덧붙이며 마칩니다. 개인적으로는 훗날 좋은 지도자가 되길 바라봅니다. 악동출신 명감독이 되었으면 하는 즐거운 바람이랄까요. 예컨대 로이 킨 처럼 그런 악동출신감독 한 명 더 있는 것도 재밌지 않겠습니까. 하하. 부족한 글 기다려주시고 애독해주시는 분들에게 항상 감사드립니다.

 

 2009. 01. 14. 초안작성

 2020. 05. 15. 가독성 보완 및 동영상 업데이트 - 축구팬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