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궁극적 재미 중 하나인 캐릭터 강화 (파고들기) 에 심혈을 기울인 "전설적" 작품인, 디스가이아를 요근래에 플레이 했습니다. 완성도가 높은 후속작인 2탄과 3탄을 플레이 해보기에 앞서서, 한 번 재미삼아 손을 댔었는데... 그 후유증이 만만치 않습니다. PS2의 디스가이아1은 한글화까지 되어 있으므로, 캐릭터 파고들기를 좋아한다면 거의 뭐 최고의 작품 중 하나로 즐길 수 있을것이라 생각합니다.

 게임명 : 마계전기 디스가이아
 기종 : NDS
 제작 : 니혼이치 소프트웨어
 발매일 : 2008년 6월 28일

 플레이기간 : 2009년 10월 (8~9월포함)
 플레이타임 : 약 48시간 (엔딩)
 클리어레벨 : 70~75레벨
 개인적평가 : ★★★★★

 주 플레이는 8~9월 두 달에 걸쳐서 틈틈히 시간날 때, (또는 일하면서 시간나는 타임에 몰래 -_-;) 짜투리 시간을 활용해서 신나게 놀았습니다. 정리는 10월에야 하는군요. 이건 나름의 사정이 있습니다. 10월에도 종종 플레이를 계속할까 하다가, 이러다가 이 게임의 마수에 빠져서 헤어나지 못할까 우려되어, 차라리 책을 보는게 낫겠다 싶었지요. 엔딩도 벌써 보았으니, 우선 접어두어야 한다고 나름의 결단(?)을 했기 때문이지요. 짜투리시간에도 틈틈히 할 일이 꽤 많으니까요.

 게임소개에 들어가서, 이 게임이 원래 발매할 때부터 "사상최흉의 파고들기 SRPG" 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었던 만큼 상상을 초월하는 요소가 많습니다. 분명 밸런스가 잘 짜여진 시나리오를 열심히 돌고 나면 레벨 70선에서 엔딩을 보게 되는 적절한 SRPG임에도, 정말 황당하게도 레벨을 9999까지 올릴 수 있다거나, 능력치가 수십만, HP가 천만을 넘긴다는... 일반적으로는 볼 수 없는 수치까지도 성장이 가능한 원더풀한 게임이지요.

 제대로 이것저것 다 숨겨진요소를 접해보려면 300시간 정도는 우습게 넘겨버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숨겨진 적들도 레벨이 1천을 넘어가며... 아이템을 강화+습득하고자 존재하는 랜덤 던전도 있어서, 까마득하게 놀아볼 수 있습니다 (...) 자유도도 꽤 있어서, 캐릭터를 어떻게 키워나갈 것인가도 다양한 방법이 있고요.

 높은 완성도를 인정받으며, 처음 발매가 되었을 때는, 10만개가 넘는 판매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특히 아마존 등에서 보면, 유저들의 평가가 매우 좋은 게임 중에 하나입니다. 심지어 잠잘 시간이 부족해, 끝이 도대체 어디인가... 등의 절규어린 찬사도 볼 수 있습니다.

 시나리오도 상당히 재밌습니다. 다른 게임과는 반대로, 마계의 악마들이 주인공이고, 천사들이 최종보스지요. 귀여운 캐릭터들이 나름의 가치관을 걸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과 여행담은 여러가지로 의미있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가령, 사랑마니아 천사 : 프론의 대사들에는... 악마에게는 사랑따위는 없는걸까? 비열한 인간이 오히려 정정당당한 악마보다 더 치사한 건 왜인가? 완전한 악이라는 것이 가능할까? 즉, 세상을 이분법으로 과연 보는게 옳은지... 흑백논리로는 설명되지 않는 미묘한 것들을 핵심을 찌르면서 묘사해 주고 있어서, 때로는 놀라기도 했습니다 (웃음)

 물론 디스가이아 시리즈가, 파판, 드퀘, 슈로대 같은 호화타이틀에 비한다면, 그래픽이 뛰어나다거나, 사운드가 감동을 준다거나, 이런 면은 확실히 약합니다. 그런데 그런 약점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흡입력이라고 부를만한 "시스템적인 게임성"이 너무나도 뛰어나기 때문에 충분히 명작반열에 올라설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게임이라는 것은 "재미"라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그것에 충실할 때 즐겁고 좋은 작품이 나온다. 디스가이아가 보여주는 것은 바로 이 점입니다. 니혼이치 소프트만의 강점을 극대화 시킨 작품이다! 라는 것입니다. 극단적으로 레벨을 올릴 수 있지만, 그 길을 쉽게 내어주지는 않는, 그 게임 밸런스가 예술이다 라는 점입니다.

 처음에는 꽤 쉽게 생각했습니다. 훗, 레벨이 9999까지 올라가는 게임이라고? 난 금방 한 2~3천 레벨으로 다 쓸어주지... 레벨 죽죽 오르겠구나~ 그런 망상 (...) 하지만 이 게임은 처절한 한 과정, 한 과정을 밟아가야만 9999라는 마의 경지에 오를 수 있습니다. 바둥바둥 대면서 클리어타임이 50~60시간을 넘어갈 무렵, 간신히 고작 "90"레벨을 돌파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뭐, 마음먹으면 노가다를 통해서 좀 더 타임을 줄여가겠지만, 그만큼 정석대로 갔을 때, 단지 99레벨을 찍는 다는 것도 그리 쉽게 가능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런 생각을 많이 하게 해주었습니다. 돈을 모으는 것, 공부를 하는 것과도 너무 흡사한 게임이 아닌가... 돈도 처음에 백만원, 천만원 모으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점점 모으는 게 가속도가 붙으면, 그 다음에는 또 다른 길이 보이고, 그러면서 점점 자산을 불려가는 경우를 우리는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공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수학이든 영어든 간에, 만점의 길은 굉장히 험합니다. 어찌 저 많은 문제를 정확하게 풀 수 있을까, 그 방대한 분량의 내용들에 압도될 지경입니다. 그런데 한 번 자신감을 가지고 하나 둘, 풀어나가다보면, 그게 가속도가 붙으면 어느 순간부터 재미를 느끼게 되고, 종국에는 영어고수, 수학달인, 이런 소리를 듣는 전문가로 커나가는 것이지요.

 여하튼, 정리를 하면서 여러가지로 재미가 가득했던, 또 노력과 근성이 필요했던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아낌없이 별 5개를 콕 찍습니다. 당분간은 쌓아두었던 책, 그리고 외국어들과 가깝게 지내야겠습니다. 파고들기의 최고봉 SRPG 마계전기 디스가이아. 당신도 수라의 길에 도전해 보지 않으렵니까.



by 시북 2009.10.13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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