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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2] 파이널 판타지 12 리뷰 (Final Fantasy XII Review)

시북(허지수) 2009. 12. 7. 00:10


 패미통이라는 제법 권위가 있는 일본 게임 잡지가 있습니다. 이 잡지에서는 발매된 게임작품에 대해서 40점 만점을 기준으로 평점을 날리곤 합니다. 경험상 상당히 신뢰할 수 있는 점수라고 생각합니다. 낮은 평점의 게임들은 실제로 졸속게임인 경우도 상당합니다. 파이널 판타지 12는 그럼 어땠을까요. 무려 PS2 로 발매된 모든 게임을 통틀어 단 하나뿐인, 만점을 받은 작품입니다. 드래곤퀘스트8, 그란투리스모4 같은 걸출한 작품도 39점이었습니다만, 파판12는 무려 40점 퍼펙트를 받았지요. 개인적으로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파판은 사실 6탄 이후로 접한 일이 없었습니다만, 10년도 더 지나서 12탄을 플레이 하게 되었지요. 그 리뷰를 시작합니다.

 게임명 : 파이널판타지12
 기종 : PS2
 제작 : 스퀘어에닉스
 발매일 : 2006년 3월 16일
 판매량 : 약 232만장 (전세계 500만장)

 플레이기간 : 2009년 10월
 플레이타임 : 약 42시간 (엔딩)
 클리어레벨 : 평균 40레벨
 개인적평가 : ★★★★★

 파판12는 발매까지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애시당초 소규모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출발했지만, 이게 일이 커지면서 급기야 FFXII의 프로젝트로 발전하게 됩니다. 제작도 지연되고, 시나리오도 미완성으로 출발했는데다가, 마츠노 PD는 개발 중에 병으로 인해, 손을 놓고 감수를 하는 입장이 되었지요. 2001년 연말에 본격화된 개발은 2006년이 되어서 그 결실을 어렵사리 맺게 됩니다. 그 내용물은 과연~

 우선 흡사 MMORPG를 연상시키는 필드가 인상적입니다. 기존의 파판이 적을 만나서 전투를 펼치는 시스템이었다면, 파판12는 광활한 필드에서 적들이 돌아다니고 있고, 실시간으로 필드에서 전투를 펼쳐나갑니다. 리니지나 와우와 비슷한 기분이 들더군요.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에는 파판치고는 개인적으로 느낌이 상당히 어색했고 또한 적응하느라 약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전투 템포도 조절이 가능해서 익숙해지면 상당히 박진감 있고 스피디한 전개도 가능합니다.

 실시간으로 세 명이나 되는 아군을 어떻게 조정하지? 라는 걱정은 없어도 됩니다. 갬빗이라는 자동전투가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게다가 라이센스라는 시스템이 있어서 제법 자유도가 있게 육성이 가능합니다. 덕분에 레벨이 높지 않더라도, 과감한 진행이 가능한 장점도 있습니다. 필수적인 회복마법과 장비, 그리고 전투강화 능력만 키워준다면 저레벨으로도 상당히 강한 적들도 협력해서 잡아낼 수 있기 때문이지요. 덕분에 저는 전혀 레벨 노가다 하지 않고, 다이렉트로 진행할 수 있었고, 사실상 최종던전에 돌입할 당시 레벨이 38 이었습니다 (...) 물론 너무 만만하게 봤다가 마지막에 고생을 조금 했으므로, 약간씩 키워주면서 진행하는게 좋겠지만요 ^^

 그래픽은 PS2 최고 퀄리티 중 하나라 불러도 손색 없습니다. 한 번씩 나오는 영상과 연출, 또 오프닝과 엔딩, 모두 PS2 그래픽의 최절정을 보여줍니다. 사운드도 마찬가지로 빼어납니다. BOSS전 특유의 장엄한 음악과 경쾌한 승리의 테마는 언제 들어도 정겹습니다. 타격감과 진동감도 빼놓을 수 없지요. 전투에만 익숙해지면, 이정도로 편리하게 진행하면서, 다양한 것을 느껴볼 수 있는 게임도 그리 많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훌륭해요.

 짧지 않은 시나리오이고, 플레이타임도 분명 40시간을 넘게 찍었습니다만, 솔직히 왜 이렇게 금방 끝나버린걸까. 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얼마 안 한 것 같았는데 어느덧 엔딩을 보고 있었지요 ㅜ.ㅜ... 제작진에서는 본편은 짧게 느껴질 수 있다 라고 발언하고 있습니다. 서브시나리오가 풍성하다고 말하고 있고, 선택권을 유저에게 준 것입니다. 이로 인하여 파고들기를 시작하면 - 해볼 것이 많이 준비되어 있기 때문에 - 이것저것 해보다가 보면, 플레이타임 100시간 돌파도 거뜬히 해낼만큼 볼륨이 큽니다. 물론 일부에서는 메인스토리가 얇다라는 비판도 있었고, 저도 시간관계상 다이렉트 플레이로 했기 때문에, 다소 짧게 느껴진 것은 아쉬움이었습니다. 재밌는게 왜 이렇게 빨리 끝나... 라는 아이러니한 슬픔 이었지요 (웃음)

 사운드가 맘에 들어서 좀 찾아봤는데 사카모토씨가 담당했더군요. 이 분은 택틱스오우거, 베이그란트스토리 등에서 역량을 잘 보여준 뛰어난 능력자! 정말 분위기에 맞게 잘 어울리던 사운드 였다고 생각합니다. 이 분이 음악을 맡은 "전장의 발큐리아"도 조만간 플레이할 예정이니, 저도 나름대로 이 분의 작품과는 인연이 좀 깊습니다. 택틱스 오우거 시대부터 였으니... 거의 15년 :) 엔딩음악을 영상으로 첨부할 예정이니 한 번 들어보세요. 엔딩을 볼 때는, 정말 짠했습니다. 정말로.

 하지만 정작 일본내에서는 논란과 비판의 파판12 였다는 것도 언급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일본 아마존에서 만점 평가보다는 최저점, 어중간하다, 그래픽만 좋더라 등의 매서운 이야기들도 상당합니다. 특히 주인공의 존재감과 여행을 하는 심리적 묘사가 어정쩡 하다는 비판은 새겨들을만 합니다. 저도 주인공은 맨 위에 올려놓은 아쉐였다고 생각합니다. 혹자는 발프레아 였다고 생각하는 분도 상당합니다만 (웃음) 여튼 본래 주인공인 "반"의 비중이 크지 않다는 것은 꽤나 아쉬운 점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저는 아쉐가 좋았으므로, 상관없었습니다만 ^^ 여하튼 기대가 컸던 팬들에게는, 실망감도 적지 않았으리라 생각됩니다.
 
 이렇게 스토리가 어정쩡해 진 것은 - 처음 언급하다 싶이 발매를 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고, 스탭의 이탈 등 이른바 "어른의 사정"도 있었기 때문에 - 일관된 방향성을 유지하기가 힘들었던 것이 주요한 원인이 아닐까 많은 이들이 지적하고 있습니다. 저는 재밌게 즐긴 까닭이 애시당초 매우 높은 기대 수준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 가정용게임기로 모처럼 하는 파판6 이후의 파판12 이므로, 다만 그래픽과 연출에 눈이 휘둥그레해질 지경이었지요 (...) 곳곳에 아쉬운 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만, 크게 거슬리는 점은 없었습니다.

 기본 스토리는 제국에 맞서 나가는 이야기로서, 여러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있어서, 마냥 가볍게 진행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에는 이, 힘에는 힘으로 맞서는 것이 일견 옳아보이지만, 결국 힘으로 흥한 자, 힘으로 망할 수 밖에 없음을 우회적으로 말해주고 있습니다. 다만, 평화를 위한다면, 평화를 지킬만한 실력을 가져라 라고 말하는 최종보스의 발언은 두고 두고 어려운 문제입니다. 이러한 논리는 힘을 키워온 강대국들에게는 "내가 힘을 가진 것은 평화의 유지자의 역할" 이라는 합리화적인 논리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개인에게는 어느 정도의 실력을 길러서 스스로와 가정을 지켜낼 수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무 힘이 없는 사람을 지켜주고 보호해 줄만큼 세상은 따뜻한 곳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지켜내야 합니다. 늘 타인에게 관심을 기울이면서, 스스로는 타인을 돌볼만큼 성장할 수 있다면 이상적이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그래서 저는 라사를 좋아하고, 아쉐를 좋아합니다.

 비록 지금은 힘이 없더라도, 당신의 방법은 옳지 않아. 나의 길을 찾아볼꺼야. 라고 말하는 그 모습이야 말로 한 개인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변명과 좌절 대신에, 길을 찾아 나서는 그들의 모습은, 분명 가장 멋진 인간의 한 면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것을 잃고서라도, 포기하지 않고, 절망하지 않고, 새로운 꿈을 또 찾아서 갈 수 있는 것은, 우리가 바로 "인간"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 입니다.

 주인공 "반"은 가진 것도 없고, 개념도 없고 (...) 다만, 언젠가 비공정을 몰테다 라는 말도 안 되는 꿈을 가지고 사는 무책임한 녀석이지만. 여행을 통해서 마침내 정말로 비공정을 모는 녀석이 됩니다. 정말 그 점 하나만큼은 찬사를 보낼 수 있습니다. 짜식. 성공했군.
 
 나폴레온 힐의 저서에 보면, 에디슨과 동업을 하고 싶었던 남자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는 행색이 초라했고, 돈도 없고, 에디슨을 만난 적도 없었지요. 하지만 그는 단지 유명한 에디슨과 동업하고자 하는 열망을 진짜 자신의 꿈으로 생각했고, 그 생각에 집중했고, 한 번도 그 생각에 의심을 품지 않았습니다. 분명 그 날이 확실히 올 것이라 기대했지요. 결국 연구소까지 가서 에디슨과 만나게 된 남자. 에디슨은 행색은 초라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빛나는 그의 눈빛에 매료되었고, 그에게 작은 일자리를 주었습니다. 그 남자는 자신의 꿈을 위하여 주어진 것을 멋지게 해내버리는 엄청난 능력을 발휘했고, 훗날 정말로 에디슨과 사업을 같이 하게 되는 사이로까지 발전하게 됩니다.
 
 파판12의 주인공 반도 어이없어 보이던 그 꿈이, 마침내 저렇게 이루어지는 것을 볼 때, 인생의 실화나 게임의 이야기나, 성공 공식은 변함 없는 것 같습니다. 인간은 자신이 꿈꾸는 것을 이룰 능력이 있다. 다만 그것을 의심하고 포기하기 때문에 이루지 못할 뿐이다. 간절히 바라는 것이 있고, 그것을 소중히 대한다면, 당신은 분명 더 많은 것을 얻게 될 것이다! 대책없이 긍정적이며, 도전적인, 이 사람들이야말로 어쩌면 나름대로 인생을 즐겁게 사는 방법을 이미 알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하하.

 리뷰가 더 길어지기 전에 마치겠습니다. 요약하자면 좋았습니다. 볼거리가 많아서 좋았고, 예술적 음악이 좋았고, 쉽지 않은 보스전들도 재밌었습니다. 막 진행으로 플레이타임이 다소 짧았던 것 같지만, 후회는 전혀 남지 않았습니다. 이제 파판13 이 이번 달에 발매가 됩니다. 분명 또 구입을 하고, 자금출혈이 상당하겠지만, 이제 HD 화질로 또 한 번 유려한 그래픽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설레는 일입니다. 여하튼 이만 글을 줄이며, 파판12의 음악을 싣습니다. 라이브 버전이므로, 팬에게는 또 하나의 선물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굿바이 파판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