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쉰들러 리스트 리뷰 (Schindler's List, 1993)

시북(허지수) 2010. 5. 8. 17:09

 삶이란 얼마나 무거운 것인가? 인간이란 얼마나 복잡한 것인가? 지난 밤에 쉰들러 리스트를 늦게까지 보고,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이야기가 사실을 기초로는 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소설을 베이스로 하고 있는 창작되고 첨가된 에피소드임을 알고 있었음에도, 자주 삐딱하게 현상을 분석하기 좋아하는 내가 설마 울기야 하겠어? 라는 생각도 있었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자꾸 눈물이 흘렀습니다. 이야기 출발할까 합니다. 영화 리뷰 그 첫 번째 - 쉰들러 리스트로 시작합니다.

 쉰들러 리스트는 유명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1993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탔으며,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으로서는 - 즐거운 영화 외에도 - 작품성이 있는 영화도 만들 수 있음을 인정받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특징으로는 흑백으로 펼쳐진다는 점과, 약 3시간에 달하는 긴 분량, 홀로코스트(유대인학살)에 관한 대표적 영화 중 하나 등 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물론, 쉰들러 역을 맡은 리암 니슨의 연기도 훌륭합니다. 마지막의 그가 흐느끼는 장면은 압권이지요.

 영화를 보는 내내, 사실적인 묘사와 충격적인 장면, 긴장감을 불어넣는 전체적인 흐름 등 명작영화가 보여주는 포스를 잘 가지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스필버그 감독은 이 원작을 영화화 하기 위해서 1982년에 판권을 얻은 후로도 10년 동안이나 구상하고 다듬고, 기획하고 나서야, 비로소 1993년에 쉰들러 리스트를 만들어 냈다고 하니, 쉰들러 리스트의 완성도 높은 내공도 어쩌면 당연한 것이겠지요. 스필버그 감독의 역작이라 충분히 부를 수 있습니다.

 작품상을 받을만큼 높은 평가를 받았으나 한편으로는 사건을 전설로 만들고, 쉰들러를 지나치게 미화했다는 냉정한 평가도 같이 듣는 작품임을 언급할 필요도 있겠습니다. 영화로 만들다 보면, 아무래도 이야기가 첨가되고 가미되어서 실제와는 다소 다르게 방향이 흘러가게 되지요. 2001년 작고한 쉰들러의 실제 부인도 남편은 유대인을 단지 노동력으로 밖에 보지 않았다 라고 발언하기도 했습니다. 그녀에게는 쉰들러를 인간을 구해낸 영웅으로 미화하는게 불편했던 것 같습니다.

 내용은 간단히 요약하자면 쉰들러가 유대인 1100명을 학살로부터 구해낸다는 이야기 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쉰들러의 성격입니다. 그는 나치 당원이며, 돈으로 뇌물을 먹이는 데 능하며,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른바 "나쁜 사람" 에 가깝습니다. 정직하게 사업해서 착실하게 커가는 사업가가 아니며 - 심지어 아내가 있음에도 공공연하게 애인을 두고, 때로는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서 자신보다 약한 자를 협박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잠깐 생각해 볼 것이 있습니다. "아돌프 아이히만"이라고 유대인 대학살의 실무 책임자가 있습니다. 그는 전쟁이 끝나고 훗날 잡혀서 사형당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는 학살을 명령하는 냉혈하고 무자비한 인간이 아니라, 위에서 시켜서 어쩔 수 없었다며 겁 많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당시 이 장면을 지켜보던 유대인은 우리의 동포가 이런 사람에게 벌레처럼 살해당했다는 게 슬펐다 라고 말합니다.

 정의란 무엇인가? 인간이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나쁜 사람 이미지에 가까운 쉰들러는 사람을 구해내고, 유대인 학살을 집행한 아이히만은 변명을 해대는 겁쟁이 였고... 모순이 아닐까요. 단순하게 선악을 나눈다는게 위험할 수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후에 실험을 통해서 - 잘못된 명령을 반대없이 받아들인다면 - 무비판적으로 부당한 명령을 수행한다는 연구가 나옵니다. 인간이 가지는 한계에 슬퍼지는 것이지요. 권력에 대해서, 돈에 대해서 NO 라고 말하지 않고, 살아가다보면, 본디 착한 사람임에도 "괴물" 처럼 끔찍한 일들을 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누군가 시켜서 라지만,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습니다. 해서는 안 될 일이 있습니다. 그 기준을 한 번 놓쳐버리면, 그렇게 손대다보면, 점점 괴물로 변해갈 수 있습니다. 그게 마약이든, 도박이든... 조금씩 파멸의 길로 걸어가는 것이지요. 사람은 좋지만, 잘못된 길로 가서 망하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보지 않습니까...

 쉰들러는 특이합니다. 그는 도덕적으로 좋은 사람은 아니었습니다만, 적어도 생각하는 사람으로 묘사됩니다. 만든 규칙에 대해서 무조건적인 충성을 보이지 않는 나치 당원이었습니다.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고 있는 유대인에게 그는 입맞춤을 합니다. 나치의 규칙에서는 유대인은 "쓰레기" 취급을 받는 것이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그에게 유대인은 노동력이었고, 또한 "인간"으로 대우하려고 합니다. 적어도 그에게는 인간의 괴로움을 공유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것이 그를 "괴물"로 만들지 않았습니다.

 이와 비슷한 테마를 주제로 한 영화인 인생은 아름다워를 예전에 두 번 정도 보았습니다만, - 왜 그들이 같은 인간을 학살하는 데 동참하는 가 - 예전부터 참 궁금했었습니다. 인간은 무엇인가가 잘못되어 감에 침묵하고 있고, 암묵적으로 동의할 때, 끔찍한 일들이 일어난다는 것으로 이해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쉰들러 리스트가 힘이 있는 영화인 것은, 이런 엄청나게 잘못된 일에 맞서서 무엇인가를 해보려고 노력하는 인간의 모습 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쉰들러는 자신의 공장에서 일하는 유대인들이 끌려가서 죽을 것임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구하기 위해서 리스트를 만듭니다. 그리고 거기에 적혀 있는 한 명, 한 명의 이름들은 살아남았습니다. 그 한 명을 빼내기 위해서 그는 엄청나게 벌어들인 재산들을 쏟아붓고, 쏟아붓습니다. 1,100명이 살아났습니다. 유대인은 감사의 인사를 합니다.

 "한 사람을 구한 것이, 세상을 구한 것이다."

 이 장면 이후, 쉰들러는 통곡합니다. 내가, 내가 조금만 더 노력했으면... 이 차를 팔아치웠더라면, 이 나치 뺏지 따위를 팔았더라면, 한 명이라도, 한 명이라도 더 구했을텐데... 한 명이라도... 내가 조금만 더 많은 돈을 벌었더라면... 그는 울었고, 나도 눈물이 뚝뚝 떨어졌습니다. 완전한 악인도 완전한 선인도 없는 세상... 그 속에서 인간이 아무리 못나게 살았더라도, 막 살았다 하더라도, 그가 한 사람이라도 구해낼 수 있는 삶을, 살려낼 수 있는 삶을 산다면, 그것이 가치 있는 삶이 될 수 있다고 나는 믿습니다.
 
 완벽한 인간은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입니다. 때로는 삽질과 못난 짓을 해가지만, 올바른 방향을 향해서, 사람을 죽이는 방향이 아닌, 사람을 살리는 방향으로 가는 사람은 훗날 박수받게 될 것을 생각해봅니다. 수백억 자산가가 죽기 직전에 자식들의 다툼 속에서 시끄럽게 묻히는 것과, 많은 뛰어난 제자를 둔 선생이 수 많은 사람들의 울음과 묵념 속에서 세상을 떠나는 것은 그 인생의 깊이가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정리하면, 전쟁은 절대 있어서 안 된다는 것을 몇 번 이고, 몇 번 이고, 마음에 되새기게 해주는 영화입니다, 사실과 픽션의 경계를 왔다 갔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영화는 "인간을 생각하게 만든다" 라는 점에서 별점 ★5 를 찍어줄 수 있습니다. 남이 시켜서 하는 것은 올바른 길이 아닙니다. 주어진 환경에서 스스로에게 되물어보고, 이것이 내가 해야 하는 바른 길이다. 그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영화입니다.

 비극적이고, 마음이 무거워 지지만, 살면서 한 번 쯤은 꼭 볼 가치가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깨끗한 성인처럼 살 수 없을지라도, 삶을 통해서,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 수 있으며, 그렇게 손을 맞잡으며 살아가는 인간은 값진 인생을 살고 있다고 나는 믿습니다. - 2010. 05.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