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드래곤 길들이기 리뷰 (How to Train Your Dragon, 2010)

시북(허지수) 2010. 6. 7. 00:10


 최신영화에 대해 리뷰를 써보는 것도 처음이네요 :) 지난 주말에 친한 친구와 함께 영화를 보러 CGV에 끌려갔습니다. 제목은 드래곤 길들이기! 게다가 3D 영화! 가격도 만만치 않아서 무려 한 명당 13,000원! 할인 혜택 없음! 정작 정오 무렵이라서 관객도 많이 없었고!!!! 여하튼, 그야말로 편안하게 앉아서 안경을 쓰고 첫 3D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기대도 제법 있었고요.

 영화 정보를 얼마 전에 검색하다보니, 개봉 중인 영화 중에 지나치게 평가가 높은 상영작이 있었습니다. 그게 바로 드래곤 길들이기 였지요. 또한 즐겨보는 씨네21, 무비위크 등의 주간지에서도 높은 평점을 기록하고 있었고요. 약간의 흥미가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친구가 드래곤의 귀엽고 압도적인(!) 다양한 표정에 반해서, 모처럼 영화관 나들이를 한 것이지요. 결론부터 미리 말씀드리자면, 대만족! 강추! 별점 5개! 팍팍!

 3D의 입체감을 잘 살린 깨끗한 연출과 화면, 박진감 넘치는 공중씬과 전투씬, 가슴이 뭉클해지는 감동적인 스토리, 생각을 던지게 만드는 구성... 전체적으로 흠잡을 데가 없어보이는 높은 완성도의 고퀄리티 애니메이션이라 평할 수 있겠습니다. 저의 경우 약 1~20명 남짓의 작은 인원의 관객과 함께 봤는데,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있음에도 아무도 자리를 바로 뜨지 않고, 한동안 가만히 앉아서 여운을 즐기고 계시더군요. 좀처럼 보기 드문 경험이었습니다. 역시 괜히 높은 평가를 받는 게 아니었습니다 (웃음)

 ※이제부터의 내용은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주의하시길.

 우리의 주인공 히컵은 아웃사이더입니다. 그는 용맹한 바이킹의 후예임에도, 적대관계에 있는 드래곤들과의 싸움도 잘 못하고, 주위의 걱정과 놀림이나 되는 불쌍한 녀석이지요. 할 줄 아는 건, 뒤에서 지원할 장비를 만들고 고치고 하는 잡다한(?)일을 하고 있어요. 그럼 여기서부터 질문을 던져볼까요. 인간은 언제 가장 가치가 있을까요? 정답은 없겠지만, 현명한 대답 중에 하나는 "자신답게 살아가는 것,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히컵은 소심하고, 겁도 많지만, 자신만의 장점이 분명히 있었어요. 그것은 역시 장비를 잘 다루는 것이고, 또한 용맹하지 않지만, 상냥하다는 것을 들 수 있겠네요.

 놀림 받으며 지내던 히컵에게 우연한 기회가 찾아옵니다. 부상당한 드래곤과의 만남이었지요. 드래곤이라면 바이킹과 적대관계, 당연히 드래곤을 없애버려야 하는데... 유약한 성격 탓에 갈등하는 주인공... 결국, 놀랍게도 히컵은 상처입은 드래곤과 교류하고 지내고, 급기야 자신이 제작한 장비로 드래곤의 상처를 치유합니다. 그들은 이렇게 친구가 된 것입니다! 종족이 다르므로 대화도 나눌 수 없지만, 표정으로 서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압권 중 하나입니다. 귀엽기도 하고, 새침하기도 하고, 때로는 저절로 미소짓게 만드는 힘이 있었습니다.

 인간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왜" 라는 질문입니다. 왜 그런걸까, 왜 이렇게 되어야만 하는 걸까, 다르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 이런 관점에서 접근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이러한 질문을 던져봄으로써 더 많은 세상을 만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바이킹들은 "우리를 위협하는 드래곤은 없애야 해!" 라고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드래곤과 친구가 된 히컵의 관점은 조금 다릅니다. "왜 드래곤은 우리를 위협하게 되는 것인가!" 결국 그 답을 찾게 되는 것이지요. "드래곤과 싸울 때는 막고, 때리고, 피하고, 때리고! 자 한 번 해 봐!" 라고 주변에서 말을 할 때조차, 히컵은 "저는 이렇게 해볼께요." 라면서 손으로 의사소통 하는 기술을 보여줍니다. 별 것 아닌 장면 같지만, 개인적으로 크게 와닿는 장면이었습니다.

 하루를 살아가면서도 우리는 일상 속에서 많은 사물들을 보고, 또 지나칩니다. 그것을 당연하게 여깁니다. 하지만, 때로는 잠깐만 멈춰서서 일상 속에서 사물을 뚜렷하게 10초만 집중해서 보는 것은 어떨까요. 새로운 느낌을 얻을 수 있습니다. 신선한 자극이 되어줄 수도 있습니다. 굳이 집중까지는 안 하더라도, 한 번 왜 그런걸까 라고 질문을 던져보는 것만으로도 색다른 영감을 받기도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가수 김C도 멍하게 앉아서 시소를 보다가 그 속에서 영감을 얻어서 - 이를테면, 왜 시소는 기울어져 있는걸까 - 사랑도, 관계도 어쩌면 시소처럼 불균형한게 아닌가 라는 느낌을 받아서 곡을 만들었다고 하지요.

 영화 이야기로 돌아와서, 드래곤과 절친이 되어버린 주인공 히컵은 하늘을 날기도 하고, 덕분에 더욱 더 새로운 경험들을 만나게 됩니다. 여기서 좋았던 장점 중 하나는 영화의 탄탄한 구성이었는데, 정말 매끄럽다는 표현이 어울릴만큼 절묘한 긴장감과 속도로 후반부로 달려가는 것입니다. 뻔한 이야기라도, 갈등과 그것을 풀어가는 과정이 억지스럽지 않아서 지루하지도 않고, 몰입감이 매우 좋았다고 생각됩니다.

 드래곤이 바이킹을 공격하고 약탈해 왔던 숨은 이유는, 거룡에게 제물을 바쳐야만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바이킹들은 지긋지긋한 드래곤들의 보스를 격파할 날이 왔다면서, 기세 등등하게 출전합니다. 하지만 결과는 참패... 이 거룡 크기가 정말 압도적입니다. 이 때의 박진감 있는 연출들도 압권! 바이킹들을 대신해서, 히컵과 그의 친구 드래곤 투슬리스는 거룡과의 한 판 승부를 펼치며, 고생 끝에 승리를 거두지요 :) 평소 게임 속에서 다양한 용들을 접해왔지만 (ex:바하무트라군, 파판, 몬헌 등) 이렇게 3D 애니메이션으로 사실감 있게 만나는 다양한 용들도 매우 매력적이었습니다. 투슬리스의 다양한 표정들은 정말 환상이었고요 (웃음)

 이제 이야기는 엔딩장면으로! 투슬리스는 꼬리에 부상을 입었고, 히컵은 다리에 부상을 입었습니다. 그런 그들이 서로를 의지하고, 미소로 대하는 장면은 흐뭇함을 넘어서 짠한 감동을 줍니다. 다시 말하자면, 이 영화는 별점 5개가 조금도 아깝지 않은 완성도에, 조금도 영화비가 아깝지 않은 굉장한 영화였습니다.

 리뷰를 마치며 감동적인(!) 이야기 하나, 양팔과 양다리가 없는 닉 부이치치 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아, 영상을 덧붙이면 대충 어떤 느낌의 사람인 지 이해가 빠르실 듯 ▼▼▼

 이러한 닉 부이치치는 자신의 처지를 한 때 비관한 적도 있었지만, 그는 훗날 놀라운 일을 목격하게 됩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와 똑같이 팔과 다리가 없는 어린아이를 본 것입니다! 닉은 그 아이에게 - 너도 할 수 있어 라고 격려하며, 수영하는 것을 보여주고 - 희망을 줍니다. 같은 처지에 있다는 것은 이런 것입니다. 누구보다도 그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힘이 된다는 것이지요. 영화에서의 히컵과 투슬리스도 서로를 힘입어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음을 조금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

 그렇습니다. 도전하는 것입니다. 히컵이 투슬리스의 꼬리날개를 완성하기 위해서 도전하고, 도전했듯이, 우리도 무엇인가를 해내기 위해서 도전하고, 도전하는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중요한 것입니다. 넘어지고, 또 넘어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어떻게 끝내는가. 넘어지고 좌절하며 절망한 채로 끝내는가. 마침내 일어나서 해내는가. 그것이 중요합니다. 그렇게 노력하다보면, 하늘을 나는 것보다 더한 짜릿한 경험들을 값진 댓가로 얻게 될 것이라 나는 믿습니다. - 2010. 06.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