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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3] 파이널 판타지 13 리뷰 (Final Fantasy XIII Review)

시북(허지수) 2010. 12. 28. 11:10

 취미를 누군가 묻는다면, 2가지를 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 가지는 독서라서, 항상 책을 들고 다녀야 허전하지 않습니다 (웃음) 또 한 가지는 어린 시절부터 좋아하던 비디오게임 입니다. 2010년을 돌아보면 꽤 의미있게 보냈다고 생각하는데, 개인적으로 RPG게임 두 개를 클리어 했던 것도 만족스러웠습니다. 한 개가 파이널판타지13이었고, 한 개가 테일즈오브베스페리아 였지요. 다음 view 발행을 위해 내용을 미세하게 다듬어서, 파판13에 대한 이야기부터 정리해볼까 합니다.

 스퀘어에닉스의 대작 RPG 파이널판타지13 에 관한 리뷰입니다. 아래의 사진은 한정판인 스페셜 에디션 버전인데, 개인적으로는 값비싼 한정판이 아닌, 일본어판 정식발매버전으로 즐겼습니다. 일본에서 발매되자마자 냅다 고가로 구매대행으로 지르신 후, 게임을 즐겼던 동호회의 지인 휴프님이나, 또한 정발과 공략본까지 장만하면서 출혈이 심했던 저나... 나중에 파판의 가격이 거의 반값 이상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면서, 허탈해(!) 하기도 했습니다. 괜히 일찍 샀어~ 괜히 일찍 샀어~ 하하. 지금은 한글판 정식발매버전이 있으니까, 그 쪽으로 즐기시면 될 것 같습니다. 분명 사서 해볼만한 가치는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서론이 길었는데, 이제 본격적 이야기로 떠나봅시다.

 게임명 : 파이널판타지13
 기종 : PS3 / 제작 : 스퀘어에닉스
 발매일 : 2009년 12월 17일
 판매량 : 일본 185만장, 북미 179만장, 유럽 177만장

 플레이기간 : 2010년 상반기 / 플레이타임 : 약 50시간 (엔딩)
 개인적평가 : ★★★★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는 예전부터 뛰어난 그래픽과 연출로 승부해 왔습니다. SFC시절의 파격의 오페라씬 연출, PS1시절의 압도적인 바하무트의 메가플레어, PS2시절의 유려한 배경들은 다시 생각해봐도 감탄이 들 정도입니다. 그런 파판 시리즈가 드디어 HD 시대를 맞이해서, 고화질 출력에 대응하는 HD 화면의 파판으로 찾아온다고 하니, 팬으로써 관심이 가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처음 오프닝 화면을 보았을 때는 숨이 멎을 듯한 장관이 펼쳐지는 느낌이었어요. 개인적으로 느낄 때는 - 인터넷에서 동영상이나 캡쳐화면으로 보는 것과, 직접 HDTV 에서 보는 것과는 선명함 자체가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여하튼 이 정도의 화면을 만들다니! 라는 감탄부터 시작했지요.

 관심을 워낙 많이 받아왔던 만큼, 판매량도 좋았습니다. PS3 전체 소프트를 통들어서 현재까지도 1위를 기록하고 있지요. 마의 100만장을 훌쩍 뛰어 넘으면서, 185만장. 해외에서의 판매도 좋았고요. 그렇다면 많이 팔렸던 만큼, 불후의 명작이며, 좋은 게임인가? 그렇다고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적어도 이번 파판 13에 관하여 판매량이 높았던 것은, 높은 관심에 따른 결과이며, 작품성을 논할 때는, 참고할 만한 수치로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시스템부터 종합적인 평가까지 차분하게 그 발자취를 살펴봅시다.

 전투는 파판 특유의 "시간감각에 따른 배틀 ATB"를 보다 박진감 있도록 전환시켰습니다. 템포가 좋아서, 전투를 하는 데 있어서 긴장감을 불어넣는데 성공했습니다. 강적과의 전투시에는 잠깐의 조작실수로 아군이 전멸하는 불상사도 몇 번 경험했고요 :) 그렇다고 너무 어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몇 번 하다보면 금방 익숙해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혹시 게임오버 당하더라도 페널티가 없기 때문에 몇 번이고 재도전할 수 있습니다. 나름대로 초심자를 배려하는 성의가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전투가 끝날 때마다 완전회복이 자동으로 되는데, 그 때문인지 오히려 전투마다 체감 난이도는 상당히 높았고, 일부 적들의 강력함은 가끔 갑갑함이 느껴질 정도... (지친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일단은 중요한 부분인 전투만 놓고 본다면 퀄리티도 좋았고, 사운드도 훌륭했습니다.

 문제는 레벨이나 육성, 무기 등의 세부적인 재미를 주는 면들이, 간략하게 축소된 점입니다. 일부 팬들은 RPG에서 중요한 것을 다 날려먹는가! 라고 냉혹한 평가를 하기도 했고요. 레벨 개념 대신, 전투를 통해서 포인트를 벌고, 포인트를 통해서 캐릭터를 강화하는 시스템인데, 전체적으로 선택의 폭이 좁다보니, 한두 방향으로 키우게 되는 경향이 강합니다. 무기의 경우도 다양한 무기를 쓰는 개념이 아닌, 기존의 무기를 강화해 나가는 방향이다보니, 그 점도 개인적으로 다소 아쉬웠고요.

 또 한 가지 문제점은 진행방향 역시 일직선으로 쭉~ 달려갑니다. 이 두 가지에서 기존의 팬들에게 아쉬움을 남긴 대목이라 생각됩니다. 후반부에 넓은 필드를 누빌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만, 중반까지는 그야말로 이야기를 중심으로 펼쳐져 나갈 뿐이지요. 패미통 크로스리뷰에서도 40점 만점에 39점을 받은 이유, 즉 감점요인을 받은 이유가 자유도 없는 진행으로 꼽을 정도이니, 분명 이야기만을 따라가는 듯한 폐쇄적인 진행이 불만스러웠던 분도 있었을 테지요. 자유도가 없고, RPG의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이것을 편리함을 위한 선택으로 받아들인 분들이라면 파판13에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을테고, 즐거움의 요소가 빠져있는 것 같다 라고 받아들인 분들이라면 후한 점수를 줄 수 없을 것입니다. 심지어 던전 지도는 기본적으로 표시되고, 네비게이션으로 어디로 가라고 위치까지 깜빡이고 있을 정도입니다 :) - 선택사항인데, 버튼으로 네비삭제도 됩니다.

 대작에 대한 단점지적질은 이제 이쯤에서 멈추고, 칭찬릴레이도 좀 해야겠습니다. 화면이 매우 깨끗하고, 사운드가 뛰어난 것은 흠잡을 데 없을 정도이며, 게다가 로딩도 얼마나 빠르고 쾌적한지... 마니아들을 위한 파고들만한 요소들도 준비되어 있어서 각종 미션으로 트로피를 추구하다보면 100시간도 즐길 만한 볼륨감도 있습니다. (일부 트로피의 경우는 PS3 캐릭터테마를 보너스로 주기도!) 힘겨운 전투를 통해서 보스전을 클리어 했을 때의 느낌도 좋았고, 시나리오는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처럼 성의가 느껴지는 게임임에도, 뭔가 어필하는 매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제가 별점을 하나 줄여서 4개를 준 이유입니다. 이 점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해보고, 여러가지 조사를 해보고 결론을 내린 다면, 역시 사람마다 받는 느낌이 다른 작품 으로 결론 내리는 게 좋을 듯 합니다. 기대치가 있는 기존의 팬들이라면 앞서 언급한 면들(시스템이나 자유도면)에서 실망할 요소가 적지 않게 있습니다. 파판이 어떤걸까? 라면서 흥미를 가지고 한글로 접한 분들이라면 탄성을 줄 만큼 놀라운 작품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도 파판 13의 평가는 리뷰 2천개가 넘는데 별1점부터 별5점까지 골고루 분포하고 있으니, 개인의 취향을 좀 탄다고 보는 게 맞겠네요. 저의 경우 감점요인을 꼽으라면, 주도적으로 탐험하고 키워나간다 라는 느낌보다는, 이야기 흐름에 맞춰서 가고, 또 가야 한다는 느낌이 다소 답답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왜 그런 말 있지 않습니까, 운명이 정해져있고 거기에 따라서 계속 간다면 인생이 뭐가 재밌겠는가!!! 불확실성이 있어야 재밌는거지! 로봇이랑 살면 금방 지루합니다. 행동이 여자친구 만큼 복잡하지 않거든요. (웃음)

 스토리 면에서는 생각해 볼만한 요소가 있어서 좋았습니다. 주인공 일행은 이른바 "낙인"을 찍히고 맙니다. 덕분에 사람들에게 외면받고, 사회에서 낙오되어 버리고, 자기들만의 길을 찾아야 하지요. 감독 토리야마 모토무에 의하면, 이것은 전형적 용사스토리가 아닌 현대의 우리의 입장과 가까운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고 합니다. 한 번 주류사회에서 낙오되어 버리면, 좀처럼 돌아올 수 없다 라고 하는 메세지를 FF13 에 담은 것이지요. 처음 이 이야기를 알았을 때는 충격적이고, 섬뜩했습니다. 워킹푸어 라는 말이 있듯이, 일을 해도 노력을 해도 낙오된 가난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것이지요. 한국 뿐만 아니라 일본에도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합니다. 심지어 FF13에서 거리의 수가 줄고, NPC가 별로 없는 이유가 스토리 상으로 도망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감독은 이야기 하는데... 빈곤에 좇기며 여유 없이 힘겹게 살아가는 비정규직의 애환으로 잠깐동안 느껴져서 슬퍼지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스토리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상당히 긴 이야기는, 몰입을 하느냐, 밖에서 그냥 지켜보며 구경하느냐에 따라서 이번 파판13의 재미에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덕분에 마지막 장면에서 여주인공 라이트닝이 외친 대사는 눈물나게 좋았습니다! "낙인 찍혔다고 해도, 그것이 우리를 말해주는 것은 아니야. 우리의 길은,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해나갈지는 우리가 선택하는 거야!" (엔딩 본게 한참 전이라 정확한 대사는 아닐 듯 합니다만, 대략 이런 느낌이었어요) 굳이 주홍글씨 같은 굴레는 아닐지라도, 살아가다보면 참 많은 낙인이 우리를 따라다닐 때가 있습니다. 키가 작아, 못 생겼어, 능력 없어, 뚱뚱해... 등 보이는 것이 중요한 시대에선 더욱 이런 기준에서 "사회의 루저"로 낙인찍힐 지도 모릅니다. 더욱이 우울한 것은 나름대로 노력하고 발버둥쳐봐도 쉽게 바뀔 수 있는 성질의 것도 아니라는 겁니다.

 저는 파이널판타지13 배경음악 가사에서 이 해답을 찾겠습니다. - 다른 관점에서 찾아보고, 숨을 쉬면서 인생을 살아보라는 것, 새로운 날들이 춤을 추고, 우울함이 사라지고 - 이렇게 삶을 근사하게 해주는 것이 무엇일까요. 바로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그것의 이름은 "희망(호프)"이라 합니다. 목표를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희망적인 방향으로 하루를 살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신의 긍정적인 모습에 초점을 가져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파이널판타지13 의 주인공들은 낙오자로 낙인 찍혔고, 이제는 어울려서 살아갈 수 없고, 곧 시해골처럼 변해버린다는 것을 알았고, 두려워했고, 절망하기도 했습니다. 때로는 솔직하게 이야기 하지도 못해서, 마음 속에 묻어둔채 겉으로 웃고 있기도 했습니다. 이런 삶이 지겹다고 총을 꺼내들 때는, 그 절박함이 못내 안타깝기 그지 없었습니다. 그러나, 상처를 서로 감싸 안은 채, 내일을 향해서 가고, 또 가면서 힘을 내어가는 낙오자들의 동행이 참으로 잊지 못할 근사함 으로 마음 속에 남아 있습니다.

 마치며 - 파이널 판타지 13 - 희망에 대한 이야기. 인간을 낙오시키고, 그 가치를 부정하는 잘못된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 비록 게임의 재미 면에서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유려하게 펼쳐지는 그 이야기들에 대해서는 꽤 오랜 기간 마음에 남아있을 듯한 작품이었네요. 리뷰를 마칩니다. - 2010. 06. 리뷰어 시북 / 2010. 12. view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