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스타열전

#100 노력과 성실의 남자, 한국의 이영표

시북(허지수) 2020. 7. 25. 23:05

 

 100번째 업데이트네요. 업데이트에도 작은 기쁨이 숨어 있을 줄이야... 하하. 차분히 지난 날의 글을 다시 읽어보며, 그 시절의 특별편을 그대로 갱신해 봅니다.

 

 축구스타열전 이야기 특별편 - 2010년 6월 꿈의 월드컵 무대, 한국이 원정에서 처음으로 조별리그를 돌파하며 16강 진출을 이루어냅니다! 감격스러운 일이고, 기쁜 일이고, 자랑스러운 일이며, 또한 고마운 일입니다. 경기가 끝나자 이제 노장 선수격인 "이영표"선수가 눈물을 쏟아냅니다. 너무 가슴 뭉클한 일이었습니다. 블로그에서 차범근에 이어서 대한민국 레전드편으로 이영표 이야기를 준비해 보았습니다.

 

 프로필

 

 이름 : 이영표 (Lee Young-Pyo)
 생년월일 : 1977년 4월 23일
 신장/체중 : 176cm / 66kg
 포지션 : DF / MF
 국적 : 한국
 국가대표 : 127시합 5득점

 

 이영표, 당신의 성실함을 사랑합니다.

 

 이영표는 조금 독특한 수비수 입니다. 무엇이 그를 특별하게 하는가? 한 번 살펴봅시다.
 첫 번째 - 수비적인 포지션으로 유럽 리그에서 제법 오랜기간 주전으로 뛰었던 몇 안 되는 아시아 선수 중 한 명입니다. 유럽리그에 진출하는 것부터 우선 쉽지 않고, 거기서 주전으로 오랜기간 활약하기란 정말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그 역경을 넘어서, 이영표는 유럽에서 어느 정도의 가치를 인정 받으면서 그라운드를 누볐습니다.

 

 두 번째로는 다재다능한 선수입니다. 주로 왼쪽수비수로 플레이 하지만, 오른쪽수비도 해낼 수 있으며, 미드필더 역할도 할 수 있으며, 한 때는 거의 왼쪽 날개에 가까운 역할도 감당한 적이 있습니다.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를 싫어할 감독이 있습니까. 세르비아의 10번 스탄코비치가 예전에 미드필더 위치에서는 어떤 역할도 감당해 냈었기 때문에, 더욱 주가가 높았던 것처럼 말이지요.

 

 셋째로, 이영표는 드리블을 잘하는 수비수입니다. 한국에서 이른바 헛다리 기술로 불리는 재치있는 드리블은 매력만점이지요 :) 또한 이영표의 매력 중 하나는, 체력과 스피드 입니다. 상단에 카드 이미지를 올렸는데, 저 중에서 제일 높은 스탯이 바로 스태미너 입니다. 이영표는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풍부한 운동량을 자랑하며, 체력적으로 자신감을 가지고 있어요. (실제 대표팀에서 체력테스트를 해도 최상위권) 게다가 공격과 수비의 변환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팀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숨은 보석과도 같습니다.

 

 물론 선수가 완벽할 수는 없어서, 이영표 선수의 경우 왼쪽 측면에서 오른발로 크로스를 올리기 때문에, 공격선수와 타이밍이 엇갈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즉, 즉각적인 왼발크로스가 아쉽다는 논란이 있었음) 그렇지만, 이영표의 크로스 자체는 정확도가 높아서, 결정적인 골과 연결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한일월드컵 당시 박지성과 안정환의 골은 이영표가 올린 크로스였지요. 덕분에 재밌는 광고도 있더군요. 골 장면 뒤에는 이영표가 있었다! 라는... 일리가 있는 광고입니다 (웃음) 이제 커리어를 살펴보지요.

 

 이영표는 안양에서 프로로 데뷔한 후, 월드컵 이후에 히딩크 감독과 함께 네덜란드 아인트호벤 팀으로 건너가게 됩니다. 당시만 해도 임대이적이었는데, 네덜란드에서도 안정적인 플레이를 보여주면서 완전 이적이 결정됩니다. 명문 아인트호벤에서 순식간에 적응해서, 주전자리를 꿰찼다는 것은 그만큼의 실력과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아인트호벤 시절에 두 번의 리그우승을 경험합니다.

 

 특히 유명했던 것은 2004-05시즌 챔피언스리그 겠지요. 큰 활약을 펼치면서 팀이 챔스 4강에 진출하는 것을 공헌했습니다. 8강에서 아인트호벤은 강호 리옹을 잡았고, 4강에서는 AC밀란을 만났습니다. 원정에서 0-2로 패한 아인트호벤은 홈에서 2골 이상 넣어야 하던 절박한 상황! 전반 박지성이 골을 넣으면서 유럽을 놀라게 하더니, 후반에는 이영표가 어시스트를 했고, 필립코쿠가 동점골을 넣습니다. 두 한국인의 멋진 포스에 힘입어 2-0 경기를 원점으로 돌려버렸지요. 경기는 종료직전 AC밀란의 암브로시니가 골을 넣는 바람에 아인트호벤은 4강에 만족해야 했지만, 이 때 이영표의 활약은 실로 눈부셨던 것입니다. 특히 당시 오른쪽을 맡고 있던 브라질의 레전드 카푸를 상대로 거침없이 돌파를 시도하는 모습은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갔습니다.

 

 빅리그의 콜이 이어졌고, 2005-06시즌부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에서 뛰게 됩니다. 토트넘에서 뛰기 전에도 AS모나코가 500만 유로(당시 약 60억)를 오퍼냈지만, PSV아인트호벤이 거절했지요. 당시 아인트호벤감독이었던 히딩크 감독이 모나코는 휴가갈 때 가는 곳이라며... 이적을 말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토트넘에서 뛰면서도 2006년에는 AS로마로 이적한다는 이야기가 거의 확실시 되었으나, 거의 이적 직전에 무산되었습니다. 이 사건에 대해서 이탈리아에서는 종교적인 이유 때문 이라고 알려졌지만, 영국지에 의하면 은퇴 후를 생각해서 영어권에서 플레이 하는 것을 원했다 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이영표 본인은 나의 분명한 기준이 있어서 이렇게 결정했다고 언급)

 

 음, 영어권 이라...? 그렇습니다. 이영표도 다른 해외파 선수들처럼 영어를 유창하게 잘 합니다. 성격도 외향적인데다가, 평소에도 의사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런 점 역시 이영표의 장점 중 하나입니다. PSV시절에는 당시 팀의 리더격인 반 봄멜과도 경기 중에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으면서 그라운드를 활보했습니다. 어떤 평론가는, 이영표가 이례적으로 유럽에서의 성공적인 활동을 했던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자기 주장을 분명히 하고, 의사 소통을 확실하게 하고자 노력했기 때문이다. 라고 평하기도 합니다. 평소 온화하고 성실하며, 게다가 다른 사람으로부터 신뢰를 받는 선수가 될 수 있었던 이영표. 그의 중요한 숨은 무기는 바로 "의사소통의 힘"입니다. 말하세요. 표현하세요. 따뜻함은 담아두는 것이 아니라, 나눠주는 것입니다.

 

 여하튼 이영표는 토트넘이 2007-08시즌부터 측면수비수들을 보강하자, 주전에서 점차 밀려났고, 2008-09시즌은 독일 도르트문트에서 뛰기도 했습니다. 2009년 7월 사우디의 강호 알 힐랄로 이적했으며, 주전으로 활약하면서, 팀의 리그우승에 공헌합니다. 그리고 2010년 6월, 이번에는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의 16강 진출에 또 한 번 묵묵하게 공헌한 것입니다.

 

 이영표가 그런데 이렇게까지 해올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은 실로 단순합니다. 바로 "노력"입니다. 이영표는 노력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선수이며, 개인 연습도 빠뜨리지 않고 철저하게 합니다. 한 마디로 성실파 입니다. 이영표는 노력했다는 말에 대해서 이렇게 정의합니다. "누구도 나보다 더 노력했다고 할 수 없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 그만큼 쏟고, 또 쏟고, 또 쏟아부어야만, 좋은 선수, 그 분야의 뛰어난 인물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돌아보면, 실패를 하고, 또 실패를 해왔다고 말하는 이영표 선수, 그는 단지 그 때마다 어떻게든 일어서서 또 노력하면서 지금 거기에 서 있는 것이며, 그렇게 자랑스럽게, 기쁨의 눈물을 흘릴 수 있었던 것입니다.

 

 어린 시절 드리블 연습을 너무 해서 양말에 피가 묻어나올 정도였다는 일화.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그의 마음가짐. 그런 이영표에게 누가 묻습니다.
 "이보세요 영표아저씨. 난 노력해도 안 되는걸 어떻해요. 난 안 되는 인생인가봐. 다른 길을 찾아야 해요?"

 이영표는 답합니다. "그 사람은 다른 길을 가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거기서 멈춘 사람이니까요."
 우리는 조금만 해보고, 안 된다고 좌절하고, 이런 저런 이유를 들먹이면서 변명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끝까지 견디며 노력하는 사람만이, 계속 일어나며 걸어가는 사람만이,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영표를 좋아하는 이유를 묻는다면, 그에게서 넓은 마음을 보기 때문입니다. 2006 월드컵에서 한국과 토고와의 경기가 승리로 끝나고, 울고 있는 토고 선수에게 다가가 이영표가 위로를 건네는 모습을 보며, 이겼다고 건방떠는 모습 보다 더욱 뭉클했습니다. 게다가 이번 2010 월드컵 중요한 나이지리아와의 힘겨운 경기를 2-2로 비겨내면서 16강에 성공하자, 우리 선수들에게 비판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하는 마음에서 진정한 리더다움을 봅니다.

 

 경기장에서는 고함까지 쳐가면서 승리를 위해서 최선을 다했던 그가, 여기까지 해준 우리 선수들에게 돌 대신에 박수를 보내 달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그래서 나는 오늘 진심으로 열심히 해준 모두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월드컵의 그 현장을 더욱 깊게 느끼게 해줘서 고맙고, 당당히 16강까지 올라가 주어서 고맙고, 새벽까지 응원한 목소리들에게 보람을 안겨줘서 고맙다고 말하렵니다. 정말 고마워요.

 

 이영표 선수는 2013년 시즌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하였습니다. 영상을 첨부합니다. 그럼 좋은 날 되세요.

 안 나오는 동영상을 교체한 것 말고는, 거의 본문에 손대지 않았네요. 후후.

 

 2010. 06. 23. 초안작성.

 2020. 07. 25. 가독성 보완 및 동영상 업데이트 - 축구팬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