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스타열전

#113 프랑스의 명캡틴, 디디에 데샹

시북(허지수) 2020. 8. 21. 14:38

 

 프랑스 레전드들을 다시 생각해 보면서, 황금세대인 지단, 죠르카예프, 마의 포백 등도 이야기를 올렸는데, 생각해보니 데샹이 빠져있더군요. 그래서 모처럼 프랑스 레전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프로필

 

 이름 : 디디에 데샹 (Didier Claude Deschamps)
 생년월일 : 1968년 10월 15일
 신장/체중 : 177cm / 71kg
 포지션 : MF
 국적 : 프랑스
 국가대표 : 103시합 4득점

 

 그라운드의 마라토너, 디디에 데샹 이야기.

 

 90년대 프랑스 대표팀을 이야기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선수가 바로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 디디에 데샹입니다. 80년대의 전설 플라티니가 은퇴 후, 프랑스 대표팀은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항상 포스트 시대, 그 후의 시대를 대비하는 게 중요합니다. 영광이 계속 이어져 나가기란 그토록 쉽지 않은 것입니다. 프랑스 대표팀은 80년대 월드컵에서 연속 4강에 드는 강팀이었으나, 1990년, 1994년 월드컵 두 대회 연속으로 본선진출조차 실패하고 맙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희망의 빛은 자라고 있었습니다.

 

 바로 1989년부터 프랑스 대표로 뛰고 있던 디디에 데샹의 존재감이었지요. 착실하고 열심히 필드를 뛰어다니던 이 20대 초반의 젊은이,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았던 데샹은 이후 오랜시간 프랑스 대표팀의 핵심멤버로 활약하게 됩니다. 클럽팀 커리어도 화려했습니다. 90년대 초반 마르세유에서 활약했던 데샹은 프랑스 리그 우승을 경험했고, 93년에는 마르세유의 에이스 스트라이커 파팽 등과 함께 챔피언스리그 우승까지 따냅니다. 94년부터는 세리에A의 명문 유벤투스에서 활약하게 됩니다. 이 때에도 3번의 우승과 챔피언스리그 우승까지 함께하면서 화려한 시절을 보냈습니다. 세계 축구 최전선에서 활약하던 프랑스 선수였지요.

 

 부진을 거듭하던 프랑스 대표팀에게 희망의 빛을 발견한 것은 96년 유로! 유로에서 프랑스는 4강까지 올라가는 저력을 보여주었고, 데샹은 드사이, 블랑, 조르카예프와 함께 대회 올스타 선수로 선정됩니다. 서서히 프랑스 희망의 빛이 보이던 시점이었지요. 에메 자케 감독도 이 시기부터, 데샹을 프랑스 대표팀의 주장으로 임명하기 시작합니다. 이후 프랑스 대표팀의 주장은 지단도 아닌, 데샹이 오랜기간 맡게 됩니다.

 

 훌륭한 리더십을 가지고 있었고, 그라운드 안의 감독마냥 팀 동료들을 계속 고무시키는 것이 데샹의 역할이었지요. 또 한 가지 특징이라면, 좋은 수비형 미드필더의 필수요소라고 볼 수 있는 풍부한 운동량! 별명이 마라톤맨이라고도 불리는데, 그 정도로 엄청나게 뛰고, 또 뛰어다녔습니다. 전술적인 시야도 있었기 때문에, 프랑스 대표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혹자는 지단 뒤에는 그를 계속 지원해주는 데샹 같은 좋은 선수가 있었다는 사실을 생각해 봐야 한다 라고 언급합니다. 골장면 뒤에 이영표가 있었다! 라는 광고처럼, 황금기 프랑스 대표팀 뒤에는 데샹 같은 캡틴이 든든히 받쳐주고 있었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이처럼 눈에는 확 보이지 않는 견실한 활약이 계속되며, 데샹은 프랑스 국가대표 최초로 100시합 이상 출장하는 선수가 될 수 있었고, 캡틴으로서도 56시합을 출장했습니다.

 

 이후 1998년 월드컵과 2000년 유로는 프랑스 대표팀의 절정의 순간들이었지요. 프랑스 대표팀은 연거푸 메이저 대회를 연속으로 우승하면서, 찬란한 황금세대로 세계에 이름을 날립니다. 아트사커라는 찬사도 받습니다. 거기까지 올라갈 수 있었던 최대의 숨은 공로자가 있다면, 바로 "디디에 데샹"일 것입니다. 이 쾌거를 끝으로 대표를 은퇴하는 데샹. 어려운 시절부터 프랑스 대표로 뛰었고, 마침내 정상까지 올라간 후에 대표팀에서 물러난 것입니다. 전성기 때는 가는 곳마다 항상 주장을 맡아왔던, 불굴의 투장 데샹. 그는 이렇게 2001년 화려했던 현역시절을 마감합니다. 선수로서는 챔스리그, 월드컵, 유로, 모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립니다.

 

 은퇴 후, 곧바로 AS모나코 감독으로 취임하면서, 또 다른 재능을 보여줍니다. 2003년 모나코를 2위까지 끌어올렸고, 2004년에는 챔피언스리그에서 강호 레알 마드리드와 첼시까지 잡았고, 돌풍을 일으키며 준우승까지 차지합니다. 어느 정도 감독으로서의 재능을 인정받았고, 2006년 세리에의 명문 유벤투스의 지휘봉을 잡았습니다. 그런데 당시 유벤투스는 말이 아니었지요. 승부조작으로 2부리그 강등에, 주력선수 이탈에... 그럼에도 이런 곤란한 상황에서 유벤투스를 2부리그 1위로 이끌어 냅니다. 한 가지 놀라운 것은 팀을 승격시켜 놓고서는, 정작 자신은 사임한 것입니다. 원인은 여러가지 추측이 있었는데, 알려진 바로는 의견이 서로 맞지 않아서, 충돌이 있었다고 합니다. 여하튼 현재는 2009년부터 맡고 있는 마르세유 팀의 감독으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르세유는 2009-10시즌 18년만에 리그우승을 따냅니다. 데샹 감독은 다시 한 번 주목받게 될 것입니다.

 

 프랑스 대표팀은 이제 도메네크 감독의 시대도 끝났고, 로랑 블랑 감독의 시대가 새로 막을 열게 되었습니다. 지난 날의 화려한 멤버들이 감독으로서 또 다른 모습의 새로운 프랑스 대표팀을 창조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데샹 감독 역시 좋은 모습을 이어가서, 훗날 프랑스 대표팀을 이끌고 갈 가능성도 충분히 있겠지요. 아무쪼록, 만신창이 프랑스 대표팀이 새롭게 다시 부활할 수 있을까 흥미를 가지고 지켜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예전 90년대 초반에도 그랬지만, 멤버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는데 말이지요. 따라서 다시 또 부활하지 말라는 법도 없을 것 같네요.

 

 생각해보면, 데샹 앞에는 항상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역경이 그 앞에 있었습니다. 그의 현역 시절 초에 프랑스 대표팀은 초라했고, 감독 시절에는 유벤투스를 이끌고 2부리그에서 싸워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계속 전진했고, 프랑스 대표팀은 한 때 최고가 될 수 있었고, 이제 데샹은 프랑스의 주목받는 젊은 감독 중 한 명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훗날, 프랑스 데샹 감독이 더 비상하게 될 것을 지켜볼 날만 남았는지 모릅니다. 운이 안 좋았다, 환경이 나빴다 라고 말하기 전에, 그 환경을 뛰어넘지 못한 자신을 냉철하게 되돌아 봐야할 때도 있습니다. 그렇게 역경을 넘어가던 남자 데샹. 그래서 우리는 그를 두고 굴하지 않는 불굴의 남자 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오늘 준비한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마치면서 데샹의 영상을 덧붙입니다. 고맙습니다.

 

 2010. 06. 25. 초안작성.

 2020. 08. 21. 가독성 보완 및 동영상 업데이트 - 축구팬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