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책

왜 일하는가, 이나모리 가즈오 리뷰

시북(허지수) 2010. 7. 17. 08:14
오늘 소개할 책은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의 "왜 일하는가" 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책입니다. 얇은 책이라 금방 읽을 수도 있지만, 와닿는 내용이 몇 군데 있어서 아껴가며 다소 느린 걸음으로 읽었습니다. 재밌는 것은 읽는 동안 이 표지를 보고 주변의 지인들이 "일하기 싫어서 이런 책까지 읽느냐!"며 핀잔을 주더군요 (웃음) 하여간 이 책은 스스로의 안일함을 돌아보게 하는 데 있어서 참 좋을 것이라 생각해 봅니다. 리뷰 출발.

 저자 : 이나모리 가즈오 / 신정길 옮김 / 출판사 : 서돌
 출간 : 2010년 3월 25일 / 가격 : 13,000원
 페이지 : 209 / 판형 : B6

 사실 많은 자기계발서가 지나친 일반화를 한다거나, 성공사례의 좋은 모습만을 본다거나, 회장님을 너무 찬사만 하는 게 아닌가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사람의 사고방식을 살펴보고, 배울 점을 찾아본다는 것은 의미 있는 독서방법이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도 EBS의 CEO특강 같은 강연 모음책에서도 때때로 생각지도 못한 뜻밖의 통찰을 얻을 때가 있었고요. 왜 일하는가, 이 책의 장점이라면 이나모리 가즈오의 사고방식 외에도 그가 살아온 길, 그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세계적 기업을 일구었는가를 엿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적 기업 교세라의 명예회장이 되기까지 돌아보면 - 그의 사회생활 첫 걸음은 다른 젊은이들과 별반 다를 게 없이 무거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청년시절 원하던 대학에 떨어지고, 그래도 지방대에서 열심히 공부를 해봤지만, 막상 졸업할 무렵이 되니 현실적으로 취직이 제대로 되지 않고, 간신히 교수님 소개로 취업한 곳에서는 월급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주변에서는 안쓰럽다면서 비하하고... 갑갑한, 그야말로 현실이었지요.

 오래전, 어느 자기계발서에서 이런 대목을 읽은 적이 기억납니다. "내가 눈부신 성공을 거둔 비결을 말해줄께요. 나는 과거에 대해서 커다란 철판으로 막아버렸어요. 이제 과거를 볼 수 없어요. 나는 미래에 대해서 커다란 철판으로 막아버렸어요. 이제 미래를 볼 수 없어요. 나는 오직 지금 이 순간만을 볼 수 있어요. 이 순간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해나가다보니,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을 뿐이지요."

 멋진 말이기도 하지만, 솔직히 마음 깊이 동의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왜냐하면 (바둑에서 복기를 하는 것처럼!) 과거를 보면서 성찰하고 반성해야 하고, 또한 미래를 보면서 희망을 보고, 목표를 보고, 움직여야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내 생각을 마치 예측한 것처럼, 그 자기계발서에서는 덧붙이는 말도 잊지 않았습니다. "과거를 보니 후회가 생기고 미련이 생겨요. 미래를 보니 불안하고 막막해요. 이런 두려움들이 나를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오늘을 살지 못하게 해요. 그래서 난 과거와 미래를 철판으로 막았지요"

 이나모리 가즈오의 청년시절은 위에서 소개한 짧은 대목과 너무나 일치합니다. 그는 자신의 과거를 한탄하고, 막막한 미래 때문에 미칠 것 같습니다. "내가 의대를 들어갔더라면, 왜 지금 전공하고 제대로 맞지 않는 일을 해야하나, 나는 이 무너져가는 회사에 계속 남아야 하나..." 급기야 매일 저녁 회사 앞에서, 지친 마음을 가누지 못하고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기도 합니다. 이 대목이 중요합니다. 그는 여기서 주어진 현실을 바꾼 것이 아니라, 주어진 현실을 바라보는 마음가짐을 바꿉니다. "그래. 지금 하는 일에 모든 것을 걸자. 미친듯이 사랑해보자"

 그는 매우 인상적이고 현실적인 예를 언급합니다. 원하는 대학의 원하는 학과를 나와서, 원하는 직장에 들어가서, 원하는 업무를 맡아서, 원하던 환경에서 신나게 일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런 사람은 별로 없다, 아니 거의 없다. 99.9%가 어느 정도 자신이 꿈꾸던 일과는 다른 일을 하게 된다. 맞습니다. 주변에 교사 친구들이 몇 있는데, 겉보기에는 참 안정되고 좋아보이지만, 실제로는 수업 외에도 (서류 등의) 많은 업무와 학부모와의 관계 등 으로 힘들어 하는 모습을 봅니다. 어린 시절부터 꿈꾸어 왔던 일을 함에도 이렇게 현실과 이상은 달라서 지쳐버릴 때가 있지요... 이나모리 가즈오는 다시 힘주어 말합니다. "지금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라"

 한 가지 일을 미친듯이 사랑하고, 집중하고, 열심히 해 본적이 있습니까? 그 정도로 파고들다보면, 보이지 않던 것도 보이고, 미세한 부분에서도 뭔가 다른 방법을 찾기 시작합니다. 이것을 몰입 이라고도 할 수 있겠는데, 몰입 상태가 되면 온 신경이 한 가지로만 집중되어서, 심지어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사건까지도 그 한 가지에 대한 정보로 바뀌기도 합니다. 자연히 미친듯이 사랑하고 집중할 수록, 그 분야에 대해서 점점 고수로 올라설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타고난 능력이나 재능보다는, 얼마나 열의가 있느냐, 얼마나 포기하지 않고 노력할 수 있느냐 라는 후천적인 태도가 더 중요함을 이나모리 가즈오는 강조합니다.

 인상적인 것 한 가지 더. 직장을 다니고 일을 하다보면, 보기 싫은 것을 아무래도 많이 보게 됩니다. 너무 모진 상사 때문에 속상하기도 하고, 동료들이 험담하는 것 때문에 괴롭기도 하고, 지나치게 많은 업무 때문에 만신창이가 되는 기분이 들 수도 있겠지요. 때로는 부족한 월급 때문에 회사를, 혹은 스스로를 탓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럴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그만둘래..."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어려움은 어느 직장에 가더라도 존재합니다. 괴롭다고 도망치고 그만두고 집어치워버리면, 다른 곳에서도 똑같이 도망치고 멈춰버리는 사람이 될 수 있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이나모리 가즈오도 이것을 명심하고, 주어진 환경을 탓하지 말고, 월급도 밀리는 망해가는 최악의 직장, 전공도 아닌 싫은 일에서 조차도, 온 힘을 다해서, 매일 매일 꾸준히 해봄으로서, 드디어 돌파구를 찾아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때 어떤 상황에서도 해낼 수 있다는 긍정성과 자신감을 얻게 되었고, 이를 발판으로 그는 교세라를 창업하게 됩니다. 교세라는 후발주자임에도 경쟁회사들보다 더 뛰겠다는 다짐으로 달려온 끝에 세계적 기업이 될 수 있었고요.

 일본 굴지의 대기업 명예회장님이, 책에서 강조하는 것이, 뭔가 특별하고 거창한 것도 아니고,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사랑하고, 주어진 일을 좋아하는 것부터 시작하라, 좋아하고 사랑하도록 끝없이 노력하라, 다른 방법은 없다" 라며 간단한 이야기를 자꾸 강조한다는 점도 신선합니다. 그리고 이 점이 제 마음 속에 가장 깊숙하게 남아 있습니다. 주어진 일을 사랑하는 것...

 솔직히 말해서 저는 주어진 일들이 사랑스럽기 보다는, 부담스럽다 라고 느꼈을 때가 많았습니다. 특히 능력 밖의 일들을 할 때는 압박감이 적지 않았습니다. 어떻게든 해내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독였지, 그 일을 사랑하고 좋아해야 한다고 다독이지는 않았습니다. 오늘부터라도 주어진 일들을 사랑하는 훈련을 해보렵니다. "이 일이 너무 좋아" 라고 자신 있게 말할 만큼, 계속해서 노력해 보렵니다. 이것이 인생을 풍요롭게 한다는 말을 몇 번이고 곱씹어봅니다. 왜 일하는가! 억지로? 먹고살려고? 이 책은 말합니다. 일을 사랑해 보십시오. 모든 것이 달라질 것입니다.

 리뷰를 마치면서, 한 구절을 소개할까 합니다.
 "나는 배움도 부족하고, 지식도 기술도 없습니다. 루저입니다. 그러니까 이런 일은 가능하지 않아요."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부족하고 지식도 기술도 없지만, 의지는 있습니다. 반드시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라고 생각하고, 해내는 방향으로 움직여 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해낼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의지를 가지고 하루에 한 발만이라도 더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은, 훗날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게 됩니다. 그것은 대가들이 수 없이 많은 사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루에 한 걸음이라도 더. 오늘 지금 주어진 것을 생각하며 나아가는 그 우직함. 그것이 중요하다 하겠습니다.

 반전 하나 - 과연 이러한 내용들이 열심히 노력해도 비정규직을 벗어나지 못하는 세대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가. 어려운 문제입니다. 다만 한 가지 긍정적인 힌트를 그래도 찾는다면, 비정규직임에 절망하고 포기하기 말고,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고, 거기에 온 열정을 쏟아부으라는 것. 어쩌면 비정규직이기에 볼 수 있는 무엇, 할 수 있는 무엇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불평만 쏟아부으며 포기하지 맙시다. 현실 속에서 가능성을 찾아봅시다. 힘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