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스타열전

#50 브레메 - 독일의 레전드 레프트백

시북(허지수) 2019. 12. 28. 23:14

 

 정신장애를 앓고 계신 어머니와 함께 병원을 다녀오는 길이면, 삶이 무겁고, 허무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고통의 끝이 보이지 않을 때, 살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고민합니다. 다이어리에는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면 부자라고 합니다. 라디오에 의하면 지금은 존경받는 직업인 의사도 고대에는 노예계층이 담당했다고 합니다. 긴 세월의 프레임을 가져와 깊고 넓게 바라보면, 어떤 것은 혼돈에 빠지고, 어떤 것은 명확하게 보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다만 노예과 같이 힘겨움에 묶일지언정, "오늘 여기" 할 수 있는 일들 앞에서 최선을 다하길 바라며, New 축구스타열전 50번째 이야기 4일만에 다시 재개합니다! 2010년 작은 공부방 교사 시절에 썼던 글입니다. 동영상은 유튜브 시대에 맞게, 2019년 업데이트 하였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길에 오늘은 누구에 대해서 써볼까 고민합니다. 이제 슬슬 현역선수도 팍팍 써보고 해볼까 하다가도, "어이 나의 존재를 잊으면 안 되지!" 라는 많은 명선수들의 외침이 들리는 것 같습니다. 아직도 멋진 선수들은 많이 있고, 예전에 써 놓았던 자료들도 다시 보고, 고치고 해야 한다고, 아직 멀었어! 그렇게 차분하게 천천히 가야함을 생각해 봅니다. 오늘은 독일의 멋진 명수비수 안드레아스 브레메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자~ 출발합니다!

 

 프로필

 

 이름 : Andreas Brehme
 생년월일 : 1960년 11월 9일
 신장/체중 : 175cm / 72kg
 포지션 : DF / MF
 국적 : 독일
 국가대표 : 86시합 8득점


 독일 최고의 수비수 중 한 명으로 꼽히는 - 브레메 이야기

 

 안드레아스 브레메(이하 브레메)의 아버지는 축구에 관련한 일을 하고 있었지요. 유럽에는 정말 축구의 나라라고 불릴 만큼, 축구에 빠져 있는 나라들이 몇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이탈리아와, 독일 등을 꼽을 수 있겠지요. 자연스럽게 브레메는 축구를 시작하고, 축구선수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20살 청년의 그라운드 도전기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분데스리가 2부리그에서 프로계약을 맺고, 경기장에 서게 된 브레메는, 막상 또 그라운드에 있으니 무척이나 영리하고 공을 잘 차는 인상적인 젊은이로 평가받기 시작합니다. 불과 1년만에 1부리그에 속해 있던 카이저슬라우테른으로 이적하는데 성공합니다. 카이저슬라우테른에서도 곧장 주전자리를 차지하더니, 팀의 핵심적 선수로까지 성장하기에 이릅니다. 한국나이로는 25살이되는, 1984년 독일(당시 서독)국가대표팀에 정식으로 발탁됩니다.

 

 결코 늦지 않았습니다. 재능이 터져나오면, 그 선수는 오래도록 한 팀의 중심축으로 활약하면서, 엄청난 영향을 준다고 저는 항상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무엇을 잘 하고, 좋아하는 지, 특기가 무엇인지 계속해서 생각하고 발견해 보는 것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축구선수도, 인생도, 자기 자신을 탐색하고, 부딪혀보지 않으면 안 됩니다. 세계 최고의 골키퍼로도 불렸던 같은 독일의 올리버 칸이 정식 대표팀 골키퍼로 뒷문을 지킨 것은 30대 부터입니다. 이 땅의 30대 여러분, 힘내세요!

 

 (웃음) 자, 그렇다면 브레메의 주특기는 무엇일까요. 크게 3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영리한 센스 입니다. 순간적인 판단력과 어디로 공을 차야할 지 꿰뚫어 보는 시야가 대단합니다. 절묘한 지점으로 정확하게 크로스을 날리는 브레메를 보면, 기계같은 정확성, 마치 컴퓨터 같은 계산적인 영리함이 돋보입니다. 여담으로, 어학도 잘해서, 스페인어, 이태리어에도 능통합니다. 라리가에서 뛰던 스페인 시절에 와이프를 꼬셨는데, 부인은 스페인 사람이지요 :)

 

 두 번째, 양발을 모두 잘 쓰고 강한 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슈팅력이 있어서, 기본적으로 공차는데 강합니다. 기본이 강한 선수가 정말 오래도록 멋지게 활약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킥력과 연관이 있는데 프리킥 스페셜리스트 입니다. FK도 잘 차고, 슈팅도 잘 하다보니, 수비수인데, 골도 틈틈히 잘 만들어 냅니다. 이렇게 특색이 많다보니, 스피드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잘 보이지 않지요. 단점 없는 축구 선수는 거의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강점을 보고 경기장을 지배하는 자가, 결국 MOM(경기최우수선수)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내면의 긍정성에 초점을 두는 것입니다. 브레메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근사하게 펼쳐나갔습니다.

 

 미드필더로도 뛰었지만, 주로 왼쪽 측면 수비수로 오랜기간 활약하면서 - 수비 뿐만 아니라 찬스를 만들어 내는 모습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적극적으로 공격에 참가하면서, 근사한 크로스를 날리면서 공수에 맹활약을 펼쳐나갑니다. 프리킥 찬스가 오면 킥력을 살려서 골로 만들어 내는 브레메는, 어떤 의미에서 소름 돋을 만한 대단한 선수였습니다.

 

 지금도 역대 독일 선수 중 최고의 측면수비수를 꼽으라면, 브레메의 이름을 말하는 사람도 분명 많을 것입니다. 훗날 왼쪽 측면에서 수비수로 대활약하는 리자라쥐나 호베르투 카를로스에게도 많은 영향을 줍니다. 측면수비수가 수비만 할 필요가 있어? 찬스를 만들고, 골을 만들면 안 돼? 정확하게 공을 차고, 크로스를 멋지게 연결할 수도 있는거지!

 

 당시 독일 대표팀의 베켄바우어 감독은 말합니다. 브레메 정도의 완벽하게 완성되어 있는 선수에게 내가 가르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 라고... 브레메는 등번호 3번을 달고, 독일 대표팀에서 오래도록 뜁니다. 8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중반까지, 독일의 간판수비수 중 한 명이었지요.

 

 1986년 월드컵에 출장해서 프리킥골을 넣기도 하는 등, 서독의 준우승에 공헌합니다. 그리고 브레메는 독일의 명문 바이에른뮌헨을 거쳐서, 1988년부터는 인터밀란에서 맹활약을 이어나갑니다. 90년대초 인터밀란에는 독일삼총사가 뛴 적도 있습니다. 마테우스, 브레메, 클린스만이 같이 뛰었던 시절이지요. 여하튼, 세리에 무대에 왔어도 그의 거침없는 활약은 꺼질 날이 없습니다. 1989년 인테르에서 리그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고, 세리에A 올해의선수상을 받습니다.

 

 1990년 월드컵은 참 유명합니다. 베켄바우어 감독의 지도 아래, 가볍게 조별리그 통과, 16강전에서 강호 네덜란드를 맞아서는, 클린스만의 귀중한 선제골에 이어서, 브레메가 찬스 때 먼거리에서 정확하게 골문 구석으로 슈팅을 날려서 추가골을 넣습니다. 브레메의 특기였지요. 유로88 우승팀 네덜란드는 끝내, 독일이라는 산을 넘지 못하고 1-2로 패했고, 짐을 쌉니다. 4강전 잉글랜드와의 경기에서도 브레메는 골을 넣었고, 승부차기에서도 1번 키커로 나와서 공을 찹니다. (물론 성공) 잉글랜드도 역시 독일 앞에 무너지고 말았지요.

 

 자, 이제 90년 월드컵 결승전! 아르헨티나와 서독의 경기는 0-0으로 치열하게 흘렀고, 마침내 경기종료 5분여를 남겨놓고 독일은 페널티킥을 얻게 됩니다. 누가 찰 것인가, 이거 놓치면 평생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게 될 수 있는 독이 든 성배를 누가 찰 것인가! 브레메가 나섭니다. 냉정한 표정으로, 집중하는 브레메, 그리고 전매특허 정확한 킥!

 

 낮게 구석으로 정확하게 공은 날아갔고, 골키퍼가 방향을 예측해도 손이 닿지 못합니다. 환호하는 브레메와 독일 선수들. 이 골로 인하여, 독일은 1-0 월드컵 우승을 차지합니다. 당연히 브레메는 베스트일레븐에 선출되었습니다, 더욱이 1990년에는 유럽최우수선수 투표에서 3위를 차지하는 놀라움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1위는 동료 마테우스가 차지)

 

 이제 현역생활 후반부 이야기가 되겠네요. 인테르에서 활약을 이어가다가, 스페인 사라고사에서 잠깐 활약했고, 현역 마지막에는 독일으로 돌아와서 카이저슬라우테른에서 활약합니다. 재밌는 에피소드로는 소속팀 카이저슬라우테른이 90년대 중반 부진하면서 2부리그로 강등당하는데, 노장 브레메는 2부리그에서도 묵묵히 팀을 위해서 많은 경기를 소화했고, 1년만에 1부리그로 복귀, 그 후 곧바로 분데스리가 우승을 따내기도 했습니다. 비록 우승을 따낸 시즌에는 출장기회가 적었다지만, 현역 은퇴 마지막을 우승과 함께 한다는 것은 무척 행복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생각보다 글이 많이 길어졌네요. 이제 이야기를 마칠 시간이 되었습니다. 살아가다보면, 명성을 누릴 수도 있고, 평생 짐이 될 수도 있는 "기회"라는 녀석이 인생에서 찾아올 수 있습니다. 브레메 이야기를 쓰다보니, 결국 그 기회를 잡는 것은 준비된 사람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됩니다.

 

 얼마 전, 아이들과 공부하다가 돌발 질문에 대답을 못해서 좋은 피드백 기회를, 망치고 말았습니다. 집에 와서 자학하고 펑펑 울었지요. 꼭 PK를 놓친 선수처럼,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냉정하게 돌아보면, 많은 것을 준비하고, 많은 것을 배워나가고, 많은 것을 담아낼 수 있어야만, 그 기회를 소중하게 사용할 수 있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오늘 하루도 소중하게 보내셨으면...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으면 하는, 뭐, 그런 후기입니다 ^^ 애독해 주시는 분들에게 늘 감사드립니다. 힘냅시다.

 

 2010. 10. 21. 초안작성.

 2019. 12. 28. 가독성 보완 및 동영상 추가 - 축구팬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