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스타열전

불가리아의 특급 테크니션 발라코프

시북(허지수) 2010. 11. 17. 21:37

 몇 달전, 골닷컴 인터내셔널에서 분데스리가 최고의 용병선수는 누구였는가, 라는 흥미로운 설문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분데스리가의 레전드 차범근이 있기 때문에, 몇 위 정도할까 살펴봤는데 무려 3위 였더군요. 와우, 자부심이 들었습니다! 1위 알란시몬센과 2위 리자라쥐 였는데, 덕분에 제 블로그도 유입자 수가 꽤나 늘었던 재밌는 경험이었지요. (그 날 하루 알란 시몬센으로 검색해서 들어온 분 무지 많았었지요. 하하.) 그런데 마이너리티(?)성향이 있는 저는 유독 10위 선수에도 눈길이 갔습니다. 10위가 발라코프 라는 불가리아 선수였지요. 이 참에 발라코프에 대해서 정리해 볼까 합니다 :) 이야기 속으로~ 오늘 서론은 괜찮은 듯...

 프로필

 이름 : Krassimir Balakov
 생년월일 : 1966년 3월 29일
 신장/체중 : 176m / 72kg
 포지션 : MF
 국적 : 불가리아
 국가대표 : 92시합 16득점


 불가리아의 천재 미드필더, 크라시미르 발라코프 이야기

 불가리아의 클럽팀 FC Etar Veliko Tarnovo에서 축구선수로 데뷔한 발라코프는 오랜기간 활약하다가, 1988년 20대 초반에 국가대표로 발탁되었으며, 이름이 서서히 알려지자, 1990년 포르투갈의 명문클럽 스포르팅CP(흔히 스포르팅 리스본으로도 부름)로 이적하게 되었습니다. 스포르팅은 포르투갈의 빅3 클럽 중 하나인데 FC포르투, 벤피카에서 밀려서 오랜기간 타이틀을 구경하지 못했지요. (스포르팅 유소년팀 출신이 그 유명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루이스 피구, 또 맨유의 나니 등이 있습니다!) 여하튼 스포르팅에서 활약하던 발라코프는 1995년 참으로 오랜만에 포르투갈 컵대회에서 팀이 우승하는 데 큰 공헌을 합니다.

 1994년 월드컵도 유명할 것입니다. 월드컵 나갔다 하면, 매번 비기거나 지고만 돌아왔던 불가리아 였는데, (한 번도 이긴적이 없었습니다. 마치 대한민국 처럼...) 1994년에서 불가리아는 놀라운 성적을 거두게 됩니다. 바르셀로나에서 뛰고 있던 공격수 스토이치코프(http://suparobo.kr/155)가 있었고, 중원에는 오늘의 주인공 발라코프가 대단한 존재감을 자랑하고 있었던 불가리아! 불가리아는 조별리그에서 아르헨티나에게도 승리를 거두면서 토너먼트에 진출했고, 8강에서는 독일에게 2-1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면서 4강까지 진출합니다. 발라코프의 눈부신 활약이 돋보였지요. 4강에서 이태리에게 아쉽게 2-1로 패합니다.

 불가리아가 4강까지 가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던 불가리아의 천재 미드필더 발라코프. 그는 왼발잡이 테크니션으로는 손꼽히는 명선수입니다. 순도 높은 패스와 전술적 시야기 돋보이는 영리한 두뇌, 언제나 팀을 먼저 생각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지요. 운동량도 많아서, 수비에도 적극적으로 공헌한다는 점도 숨겨진 장점. 작년에 작고하셨던 명장 바비 롭슨 감독은 발라코프를 두고 "내가 봐왔던 선수 중에 최고의 테크니션" 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소속팀 스포르팅에서 혼자 수비수들 다 제치고 골 넣는 유명한 장면도 있는데, 정말이지 마라도나가 따로 없지요. 나중에 영상으로도 한 번 보세요. 하하. 발라코프는 팬들에게도, 팀동료들에게도 신뢰받는 선수였습니다. 1994년 월드컵 올스타팀(11명)에 선정되었으며, 1995년에는 불가리아 올해의선수상을 수상하면서 절정기를 누립니다.

 1995년 많은 활약을 바탕으로 독일 분데스리가의 슈투트가르트로 이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도 그의 멋진 활약들은 계속됩니다. 에우베르, 보비치, 발라코프는 이른바 "매직 트라이앵글"을 구성해서, 엄청난 공격력을 선보였습니다. (1997년 세 명이서 50골을 합작합니다) 1997년 소속팀의 컵대회 우승에도 큰 공헌을 합니다. 그리고 또 한 번 불가리아 올해의선수상을 받았고요. 여하튼 공격의 핵심이자, 발군의 테크닉이 돋보이던 발라코프의 존재감은 대단했고, 그를 동경하던 선수도 있습니다. 벨라루스 출신의 스타 알렉산더 흘렙도 그랬지요. 흘렙은 발라코프랑 뛰고 싶어서 슈투트가르트에 입단합니다. 그리고 동경하던 불가리아 레전드와 함께 뛴 경험은 흘렙이 "급성장" 하는데 많은 영향을 주었지요. 흘렙 역시 천재 발라코프와 닮아 있어서, 멋진 드리블과 놀라운 패스 감각이 그야말로 탁월한 걸로 유명합니다.

 발라코프는 1999년부터 2003년까지 불가리아 대표팀 캡틴을 맡았고, 현역은퇴를 발표한 2002-03시즌에 슈투트가르트는 리그 2위라는 근사한 성적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젊은 친구들이 워낙 잘 커준 탓에, 좋은 성적을 거두었지만, 노장 발라코프 역시 슈투트가르트 팬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고, 마지막 시즌에 소속팀을 챔피언스리그 출장권까지 얻도록 지원하였습니다. 은퇴 후에는 명석한 두뇌파 답게, 곧장 축구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 이야기를 정리할까 합니다. 불가리아의 천재사령탑으로 불렸고, 게다가 헌신적인 플레이로 많은 팬들에게 모범이 되었던 명선수, 실력만으로는 이미 슈퍼스타와도 견줄 수 있었음에도, 돈이나 명성을 따라서 팀을 옮기지도 않고, 묵묵하게 소속팀에서 빛나는 활약들을 이어갔던 사랑받던 대스타. 그에게는 스타선수들에게는 흔한 리그우승트로피 조차 없었습니다. 그러나 많은 팬들은 발라코프를 한 마디로 부릅니다. 영원한 불가리아의 레전드. 소속팀에 모든 것을 바쳐서, 팬들을 감격시켰던 대스타. 그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슈투트가르트에서는 상징적인 인물로도 통했습니다. 팀이 강등위기에 처하고, 강팀들이 발라코프에게 와달라고 손짓할 때 조차, 그는 슈투트가르트에서 계속 뛰고 또 뜁니다. 은퇴 시즌에는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퍼포먼스도 종종 발휘하고, 결국 팀도 영건들의 성장과 함께 2위를 기록하지요. 화려한 조명보다는, 팀을 위한 헌신을 택한 이 남자, 매력적이지 않나요. 하하. 그런 그가 분데스리가 최고의 외국인선수 Top10에 이름을 올렸던 것을 보니 역시 레전드 발라코프는 죽지 않았음을 생각하게 되네요 :) 마치면서 영상을 덧붙입니다. 꽤나 눈이 즐거운 매력적인 영상이지요. 언제나 애독해 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화려한 명성을 누리는 빅클럽의 스타도 좋지만, 발라코프 같은 진짜 축구스타도 있음을 종종 생각합니다 ^^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 입니다. 다음에 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