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스타열전

스위스의 청소기MF 요한 포겔 이야기

시북(허지수) 2011. 5. 20. 23:13

 2006년 월드컵, 스위스는 진기한 기록을 세웁니다. 대회에서 단 한 골도 상대팀에게 내주지 않았지만, 16강에서 승부차기로 탈락하였지요. 아무리 수비가 탄탄해도, 공격이 답답하면 이와 같은 안타까운(?) 사례도 일어납니다. 관련 자료를 살펴보던 중에, 당시 스위스의 선수 였던 요한 포겔에게 눈이 갑니다. 세계 정상급 수비형MF로 평가받는 선수지요, 한 번 포겔의 이야기도 살펴봐야겠습니다 ^^

프로필

 이름 : Johann Vogel
 생년월일 : 1977년 3월 8일
 신장/체중 : 175cm / 70kg
 포지션 : MF
 국적 : 스위스
 국가대표 : 94경기 2득점 


 스위스시계처럼 정확한 위치와 정확한 패스를 선보이던 포겔 이야기

 스위스의 명문클럽 그라스호퍼에서 축구커리어를 시작한 포겔은, 1994-95시즌부터 주전자리를 차지하면서, 중원에서 존재감을 나타내기 시작합니다. 그라스호퍼도 명문답게 95년, 96년, 98년 리그우승을 차지하면서 스위스의 강자로 군림했지요. 중원의 포겔은 스무살 남짓의 어린 선수였지만, 참으로 침착했고, 실수가 거의 없는 냉정한 선수로 평가받았습니다. 네덜란드의 강호 PSV가 포겔에게 콜을 보냅니다. 1999년 요한 포겔은 네덜란드로 무대를 옮기게 되었지요.

 PSV의 중원은 막강했습니다. 네덜란드 대표 반 봄멜과 스위스 대표 요한 포겔이 버티고 있었기에, 장악력이 탁월해졌고, PSV는 승승장구 잘 나갑니다. 2000년, 01년, 03년, 05년 네덜란드리그 우승을 차지하면서 화려한 시절을 보내지요.

 포겔은 청소기로 불리기도 했고, 높은 수비력 뿐만 아니라, 전방으로 보내는 질 높은 패스 덕분에 인기도 많았습니다. 어느 팀에서나 도움이 되는 꼭 필요한 선수였지요. 크게 눈에 띄지는 않더라도, 묵묵하게 어느새인가 필요한 위치에 자리 잡고 있었고, 공격과 수비의 연결고리를 자처하는 자세는 요한 포겔이 가진 장점이었지요. PSV는 좋은 선수들을 앞세우며 2005년 챔피언스리그 4강에 성공했습니다. PSV가 잘 나가던 시절에는 좋은 선수들도 많았지요. 케즈만, 로메달, 로벤, 박지성, 이영표, 포겔... 등등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웃음)

 PSV의 약진이 계속되면서, 주요멤버들도 세계적 명문으로 갈아탑니다. 반봄멜은 바르샤로, 로벤은 첼시로, 박지성은 맨유로, 포겔은 AC밀란으로... 포겔이 큰 주목을 받은게 이 무렵이 아닐까 싶습니다. 유로 2004에서도 스위스는 강호 러시아와 아일랜드를 제치면서 예선 1위, 모처럼 유로본선에 오랜만에 진출했습니다. 아쉽게도 유로 2004 본선에서는 조별리그부터 잉글랜드, 프랑스를 만나서 탈락하고 말았지만요. 스위스에게는 그렇지만 12년만에 밟아보는 2006년 월드컵이 있었습니다. 이제 캡틴은 요한 포겔이 맡게 됩니다.

 중원에 좋은 선수들이 많고 수비력이 강력해 지면, 경기 주도권을 쥐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스위스는 탄탄한 경기 운영을 할 수 있었고, 2006년 월드컵에서도 단 한 골도 내주지 않았습니다. 한국도 스위스에게 안타깝게 패배하고 말았지요. 16강까지 올라간 스위스는 승부차기 끝에 패합니다. 승부차기에서 스위스는 3번 연속 실축하며 탈락했는데, 주장 요한 포겔은 그들을 위로합니다. 그들 3명은 용기 있는 선수들이다, PK는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라며 비난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스위스 국내에서도 오랜만에 16강 진출을 이뤄낸 선수들에게 많은 찬사가 쏟아집니다. (더 잘하면 물론 좋습니다만) 제 개인적으로도 월드컵 16강 진출이란 그 느낌은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요한 포겔은 잘 나가던 시절 명문팀 맨유에서 입단제의를 받은 적도 있었고, 월드컵도 잘 해냈지만, 30대 부터는 출장기회 감소와 부상 등으로 기대만큼의 움직임을 펼치지 못했습니다. 2007년 스위스 국대를 물러났고, AC밀란, 레알베티스, 블랙번을 거쳐서 2009년 30대 중반이 되기도 전에 현역은퇴를 하게 되었지요. 다소 충격적인 전개였습니다. 확실히 세계적 수비형 미드필더 였고, 스위스 시계처럼 정확하고 실수 없는 남자 포겔이었는데, 나이가 들면서는 상당히 자주 부상자명단에 오르게 되었고, 이것은 결국 포겔의 설자리를 잃게 만들었지요.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에서 마쳐야 겠습니다. 정리하자면, 스위스가 자랑하던 세계적 명미드필더라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국대로도 역대 4위인, 94경기를 소화했고요. 독자님들께 언제나 감사드립니다 ^^ 좋은 하루 되세요. 여담으로 스위스에는 스와치시계라는 세계적으로 많이 팔린 제품이 있습니다. 비결은 비교적 저렴하면서도, 센스있는 디자인이 소비자를 사로잡았지요. 축구경기도 문득 비슷한 느낌이 듭니다. 몸값이 호화롭고, 화려한 선수들도 있지만, 팀 승리를 위해서 센스 있는 플레이를 펼쳐나가는 선수들도 사랑받기 마련입니다. 실속 있는 사람이 좋지 않나... 뭐, 그런 여담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