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책

스위치 - 책리뷰

시북(허지수) 2011. 11. 21. 14:41

 흥미롭게 읽은 책 중에서 인상에 오래도록 남아 있고, 추천할 수 있는 책으로 히스 형제가 쓴 스위치라는 책이 있습니다. 분야가 특정 짓기가 애매한데, 심리학과 경제학, 경영학, 자기계발 등 여러가지 요소가 들어가 있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변화를 모색하는 분들에게는 통찰을 얻을 수 있고, 성공적인 행동을 습관화 시키는 요령을 담은 책이랄까요. 깔끔하고 알기 쉽게 잘 정리되어 있어서 편안하게 읽기에도 좋은 책이라 할 수 있겠지요. 미국에서도 반응이 좋아서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이니 만큼, 읽어볼 가치는 충분합니다.

 간단한 이야기로 서론을 덧붙이자면, 영화관에서 팝콘을 적게 먹는 방법이 있습니다. 여성 분들이라면 부담스러운 팝콘을 적게 먹는 비법이라니 궁금하실테지요! 정답은 적은 용기를 사용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식으로면, 그냥 팝콘 작은 것을 시키면 됩니다. 왜냐고요? 큰 팝콘을 시키면, 사람은 나도 모르게 그 큰 양을 다 먹고 나온다고 합니다. 의식보다 강력한 무의식이라는 것입니다. 이 무의식(코끼리, 감정)을 조절하는 비법을 엿볼 수 있는 스위치 이야기로 출발합니다.

 저자 : 챕 히스, 댄 히스 / 역자 : 안진환 / 출판사 : 웅진지식하우스
 출간 : 2010년 4월 9일 / 가격 : 15,000원 / 페이지 : 392쪽


 저는 살아오면서 "변화" 라는 말에 커다란 희망을 걸어왔습니다. 어떻게 하면 사람을 움직일 수 있을까? 사람은 과연 변할 수 있는 것일까? 그리고 잦은 실망을 경험하게 됩니다. 우리가 다짐한 것은, 삼일이 멀다하고 지켜지지 않으며, 약속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다른 사람과의 약속은 물론이고, 자기 자신과의 약속도 쉽게 잊어버리고, 뭐 누구나 그런 것이지 라면서 합리화 해버리는 인간의 모습을 보면서, 변화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새삼 느끼곤 했습니다.

 하지만 히스 형제는 어려운 접근을 하지 않습니다. 앞서 말한 팝콘 용기의 비밀에 대해서 언급하면서, "간단해, 환경만 바꾸면 얼마든지 변할 수 있어!" 라고 이야기 합니다. 타고난 본능 보다는, 훈련에 의해서 얼마든지 평범한 사람들도 훌륭한 메세지를 남길 수 있다는 저자의 목소리에는 단호함이 묻어납니다. 문제는 우리 자신이 아니라,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라는 것입니다. 구체적인 예들이 많이 담겨 있기 때문에, 설득력도 좋습니다.

 오래 전에 보았음에도 아직도 기억나는 내용은, 아이들을 다루는 방식입니다. 학교에서 말썽만 부리고, 좀처럼 수업에 집중하지도 못하고, 분위기를 엉망으로 만드는 이 녀석들... 일반적인 접근론이라면, 당연히 아이들이 문제이고, 가정교육이 문제이고, 너희들 이래서 뭐가될래? 식으로 훈육적으로 접근하겠지만, 스위치에서는 신기한 해법을 제시합니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 교실을 재밌게 만드는 것에 집중하고, 말썽쟁이 아이들을 위한 특별 소파를 교실에 도입한 것입니다. 이후 그 친구들은 그 소파를 소중히 여기면서, 교실에서 더 이상 수업 중에 떠들거나 뛰어다니지 않고, 안락하게 수업에 참여하게 되었다는 신기한 이야기 입니다. 꽤나 충격적인 이야기 였지요.

 이 짧은 이야기에는, 많은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환경을 보다 좋게 만들 수록, 인간은 보다 올바른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집안을 좀 더 예쁘고, 근사하게 꾸민다면, 더욱 집에 가고 싶을 것이고,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으면, 당연히 집에 가고 싶지도 않을 것입니다. 내 마음이라는 것이 얼마나 환경에 큰 영향을 받는가를 생각하게 됩니다. 왜 이것을 하기 싫은가? 왜 이것을 하고 싶은가? 질문을 던지고, 작은 것을 변화시키는 것에서 출발하자는 것입니다. 살을 빼고 싶은가요? 당장 밥그릇 크기부터 반으로 줄여버리세요. 한 달 뒤에 놀라운 변화를 체감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간식을 두 배로 늘리면 안 됩니다. 하하.) 비슷한 예시로, 친구가 비만이면, 나도 비만이 될 위험이 커진다고 합니다. 친구도 저정도 먹는데, 나도 먹어야지 라면서 닮아가는 것이지요.

 구체적 실천 방법으로는 액션 트리거를 걸어 놓는 방식을 권할만 합니다. 실제로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을 보면, 빡빡한 실천 계획표를 정밀하게 구현해 놓지 않은 아이들도 있습니다. 다만 명확한 기한을 정해놓고, 이것은 하겠다 라고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놓지요. 예를 들면, 오늘 ㅇㅇㅇ은 반드시 하겠다. 라고 적고 체크 란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 사소한 체크리스트가 실제로는 막대하게 인간을 움직이는 것입니다. 미리 행동 예정을 걸어놓고, 체크표를 만들어 놓으면, 인간은 저절로 그것을 지키려고 움직입니다. 중요한 것은 작은 것부터 설정을 걸고, 작은 성공부터 축하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갑자기 휴일날 책 10시간 읽기 같은 체크표를 만들지 말고, 오늘 잠깐이라도 책을 보았는가? 그리고 YES 에 체크하면서, 그 성공의 기쁨을 자축하라는 것입니다. 이 짧은 연습을 계속함으로서, 책과 친해지고, 책읽은 습관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지요. 다음에 친구에게 전화해서 안부를 물어봐야지 하고 생각만 하고 만다면, 그 스위치는 영원히 켜지지 않을 지도 모릅니다. 체크표에 적어보세요. "저녁까지 그 친구에게 전화를 했는가?" 체크표에 적어놓으면 사람은 전화를 걸어야 하는 압박을 받기 시작합니다. 저는 지금도 중요한 일들은 체크표에 적어놓습니다. 적어놓은 것은 실천하게 되더군요. 물론, 실행하기 어려운 것은 더 잘게 쪼개어서 쉬운 것부터 시작하려고 늘 마음먹고 있습니다. 이것이 스위치가 알려준 멋진 실행법이지요.

 저만의 체크리스트가 있다면, 주1회 가족과 고기구워먹기, 주1회 장거리 걷기, 주1회 책 조금이라도 보기, 같은 소박하지만 삶의 질에는 중요한 것들이 담겨 있지요. 과거에는 매년 50권씩 책 열심히 읽기 같은 저에게는 어려운(?) 목표를 세워놓고, 거의 매년 실패하면서 나는 왜 이것밖에 안 되냐고 자책할 때도 있었지만... 굳이 그렇게 힘들게 살면서 자책할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영화 좋아한다면 주1회 영화 보기 같은 것을 넣어도 좋겠지요. 어디까지나 부담 없는 범위 내에서 움직여라 라는 것이 저자의 친절한 조언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귀찮아 합니다. 리모콘이 왜 있겠습니까, 전화하면 친절히도 갖다주는 중국음식점, 피자가게, 치킨가게 등은 오늘 저녁도 열심히 오토바이로 성업 중입니다. 움직이기 싫어하는 환경을 만들면 만들수록, 점점 더 안 움직이게 됩니다. 조금씩 동네 한 바퀴 산책이라도 시작하면, 점점 몸과 마음도 건강해 지기 시작합니다. 변화하고 싶다면, 작은 일부터 시작하고,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잘 해낸 자신을 축하하세요. 하겠다, 하겠다, 하겠다... 이제는 이것부터 바꾸면 됩니다. 오늘 나는 했는가? 체크. 여기까지 했는가? 체크. 와우, 잘 했어. 적어도 자신에 대한 긍정성의 회복이라는 측면에서도 스위치라는 책은 좋은 선물이 될 것이라 생각하며, 리뷰를 마칩니다.
 
 이런 질문도 좋겠지요. "오늘 나는 무엇을 했는가?" 이 고민을 시작으로, 의미 있는 무엇인가를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러셀이 그랬다지요. 망설이기 보다는 차라리 실패를 선택하라고. 망설이고 있으면 편하니까요. 이거 할까, 저거 할까,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고... 망설이면서 하루를 그냥 보내기에는 너무 아까운 나날들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행동하고, 부딪히고, 경험하고, 자신만의 스위치를 켜보세요. 그렇게 스스로가 보다 멋있게 변화해 나간다면, 10년 후에 딱 그 노력한 스위치 만큼 더 근사해진 자신을 발견하게 될 테니까요. / 2011. 11.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