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책

꿈이 있는 거북이는 지치지 않습니다 리뷰

시북(허지수) 2011. 12. 22. 13:32

 저는 김병만을 좋아합니다. 한 가지를 오랜기간 해내는 사람들에 대한 존경심이 있습니다. 라디오계의 전설 배철수 아저씨나 이숙영 누님을 좋아하는 이유도 그 한결같음에 감탄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이면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쉬지 않는 노력이, 변함 없는 열정을 낳고, 그 에너지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달인 김병만 열정의 비결, 그것을 함께 탐구해 보는 시간. 오늘은 김병만 에세이에 대한 리뷰를 써볼까 합니다.

  마침 YES24에 가보니, 2011년 올해의 책 중에 하나로 선정되었다고 하네요. 축하합니다! 우선 이 책은 굉장히 쉽게 쓰여져 있습니다. 읽기에 부담이 없어서, 빠르게 읽으면 1-2일이면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담고 있는 내용은 가슴을 울리는 무엇인가가 있습니다. 한 마디로 누구나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핵심적인 내용은 간단합니다. "될 때까지 하라!"

 저자 : 김병만 / 출판사 : 실크로드
 출간 : 2011년 8월 10일 / 가격 : 13,000원 / 페이지 : 256쪽


 뭐라고요? 될 때까지 하라고요? 말은 쉽게 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김병만은 달인에서 그러하듯이 말보다 행동으로 증명해왔던 사람입니다. 그는 실제로 될 때까지 했습니다. 개그맨 시험 7번 낙방, 서울예전 6번 낙방, 낙방, 낙방, 실패, 실패... 이쯤하면 포기할 법도 한데, 그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하고, 또 도전합니다. 비참한 스스로의 모습 속에서도, 자신을 붙잡으면서, 끝까지 도전한 결과 마침내 공채 개그맨에 합격합니다. 이제 많은 국민의 인기를 얻은 스타가 되었지만, 그 뒷모습은 계속 도전하고, 실패를 이겨내는 강인함이 있었던 겁니다.

 어쩌면 김병만이 전하고 싶었던 것은, "힘들고 앞이 캄캄한 청춘들이여, 버티고, 계속 가라!" 라는 말이 아닐까요. 포기하고 집어치우고, 앞이 막막한 사람들에게, 느리지만 목표를 향해서 뚜벅뚜벅 걸어가는 거북이 처럼, 계속해서 걸어간다면 분명 빛이 볼 날이 있음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결국 실패 속에서도 계속 앞을 향해서 걸어가는 것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응진 국장님이, 김병만을 누구보다 아끼고 칭찬 하는 이유가 인상적입니다. 김병만을 두고 스스로 빛을 내는 스타라고 평가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스타들이 (기획사 혹은 대중의 욕망 등에 의해) 만들어 지고, 누군가에 의해서 덧입혀 지기 마련인데, 김병만은 자체발광하며 자신의 삶 속에서 발견하고 학습한 내용으로 콘텐츠를 짠다는 것입니다. 이 대목을 두고 저는 깊은 생각에 잠기게 되었습니다.

 저의 오랜 은사님께서, 남에 의해서 살아가는 사람이 있고, 스스로 살아가며 남에게 힘이 되어주는 사람이 있다고, 이야기 한 적이 있습니다. 이 고민은 제 평생의 화두가 되었지요. 김병만은 후자이며, 그렇기 때문에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안타깝게도 저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은 전자인 경우가 많습니다. 시간의 많은 부분을 단지 돈을 벌기 위해서, 또는 다른 이유로 남을 위해서 쓰면서 자신의 많은 부분들을 희생하면서 살아갑니다. 소중한 자신의 인생과 시간을, 타인에게 맡겨야 하는 처지지요. 꿈을 좇기에, 이상을 좇기에, 너무 위험 부담이 크다면서, 적당하게 합리화 하면서, 그렇게 살아가는 모습을 반성하게 됩니다.

 사람은 왜 열심히 살지 않으려는 걸까? 왜 더 치열하게 살지 않는걸까? 왜 한계를 스스로 정해놓고, 그 감옥에 갇혀서 살아가는 걸까... 그 답은 어쩌면 두려움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치열하게 부딪히면, 깨지고, 상처받기 마련입니다. 열심으로 하루를 보내도, 돌아오는 것은 없고, 오히려 지치기만 한다면 얼마나 허무할까요. 최선을 다해서 준비한 것이 물거품이 된다면, 얼마나 속상할까요. 책에서는 일관되게 확실하게 말합니다. 실수해도 괜찮으니, 그래도 달려가라고, 그래도 계속가라고, 100개의 칭찬글 속에 있는 단 하나의 악플에도 상처받는 우리 모두이고, 김병만이지만, 쉬지 않고 노력하는 모습, 그 성실함이 있다면 반드시 알아주는 날이 올 것이라는 믿음. 그것이 필요한 것이지요. 자신을 사랑하고 믿는 것. 참 중요한 것이라 생각해 봅니다.

 내공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연기나 코미디 세계가 그렇습니다. 아무리 빽이 있고, 밀어주더라도, 본인이 해내지 못하면 안 된다는 것이지요. 무대, 촬영장에서 결국 본인이 풀어내지 못하면 결코 성공하지 못하는 것이 이 세계라고 달인은 차분하게 이야기 합니다. 정작 김병만 본인은 처음에 오디션을 볼 때 말문이 막혀버려서, 창피하게 떨어진 경험이 있었지만요. 이것이 시사하는 것이 무엇일까요. 예, 그렇습니다. 우리는 하루 아침에 거장이 되려는 헛된 욕망을 버릴 필요가 있습니다. 대신에 하루 하루 노력하고, 내공을 쌓고, 조금씩 발전해 가려는 그 마음가짐을 계속해서 연습할 필요가 있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 가려는 근성을 마음에 담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마침내 "될 때까지 노력할 때", 그 노력은 되는 것입니다.

 서론에서 언급했듯이 김병만 특유의 열정의 비결이 무엇일까요. 저의 결론은, "자신을 잘 아는 마음가짐, 그리고 그렇기에 좀 더 노력하는 마음" 이렇게 축약하고 싶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미디어에서 자기 자신을 과장하고, 허영에 차 있는 장면들을 많이 봅니다.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주변 사람들은 힘들어지고... 그에 반해서, 김병만은 자신의 단점과 약점을 잘 파악하고, 오디션에 수 없이 떨어지며, 내가 되지 않는 이유를 극복하려고 노력했고, 타인이 정해둔 선을 인정하지 않고, 그것을 넘어가려고 발버둥 쳤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158.7cm의 키로 그 선을 넘어갔습니다. 넌 안 돼 라는 그 선을 넘어가서, 지금 거기에 서 있는 것입니다. 자신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오늘 좀 더 노력해 보겠다는 그 태도는 존경심이 듭니다. 언젠가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선 자리에서 길을 찾아서 노력하는 그 꾸준한 태도가, 매회 열연하는 열정을 낳은 게 아닐까 싶네요.

 장문이었습니다. 오늘 리뷰는 여기에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달인 김병만의 책을 읽으면서, 처음부터 달인은 아니었고, 오히려 잘나지 못했던 평범한 청년이었다고 느꼈습니다. 그 평범함을 바꾼 것은, 목표 + 노력 이라는 교과서 같은 답이겠지요. 누구나 알고는 있지만, 감히 실천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저 작은 공식. 그것을 온몸으로 보여주었던 김병만에게 박수갈채를 보내며 글을 마칩니다. / 2011. 12.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