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스타열전

로저 밀라, 아프리카 축구의 신화를 쓰다.

시북(허지수) 2008. 2. 17.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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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ww.viewimages.com


 로저 밀라, 아프리카 축구계의 원로급 선수. 마흔이 넘은 나이에 월드컵에 출장해 골을 넣기도 한 선수. 카메룬의 축구영웅 밀라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요즘에야 유명한 아프리카 선수들, 예컨대 에투(카메룬/FC바르셀로나), 드로그바(코트디부아르/첼시), 아데바요르(토고/아스날) 등이 맹활약 하고 있지만 20년전만해도 아프리카 축구는 잘 알려지지 않은 축구계의 변방이었다. 떠오르던 아프리카 축구계의 스타 밀라. 자 그의 이야기로 GO!

 프로필

 이름 : 본명 Albert Roger Miller (로저 밀라 혹은 로저 밀러 라고도 한다)
 생년월일 : 1952년 5월 20일
 신장/체중 : 176cm / 72kg
 포지션 : FW
 국적 : 카메룬
 국가대표 : 79시합 28득점

 불굴의 사자를 이끈, 로저 밀라의 이야기

 어린 시절에는 철도원인 아버지를 따라 이사를 자주 다니던 밀라는, 13살 때 카메룬의 두아라(Douala:도시이름)에 있는 클럽과 계약하면서 축구인생을 시작한다. 18살 때, 두아라의 또 다른 클럽에서 리그 우승을 달성한다. 소년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내던 밀라는 이윽코 24살이 되던 1976년 야운데에 있는 클럽으로 이적하였고, 좋은 활약을 펼쳐 왔던 밀라는 그 해 아프리카최우수선수상인 아프리카골든볼을 수상한다.

 이러한 활약에 힘입어 1977년 25살의 밀라는 드디어 프랑스 리그로 이적하는데 성공한다. 보통 이렇게 이야기가 흘러오면 그 다음에 나올 내용은 "이적한 그는 빛나는 활약을 하면서 대성공했더라" 식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밀라의 경우는 좀 이야기가 다르다. 하하.

 프랑스리그는 쉽지 않았다. 1부 발랑시엔FC로 이적한 밀라에게는 설 자리가 없었다. 결국 대기선수로 2년간을 보내야 했다. 밀라는 1979년 명문팀 중 하나인 AS모나코로 이적한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벤치신세와 부상자 명단에 오르기를 반복하면서, 활약하지 못한다.

 1980년 SC바스티아로 또 다시 이적한 밀라. 여기서 그는 수 년간 선수생활을 한다. 이번에도 역시 눈에 띄게 활약하지 못했으며, 그저 평범한 백업 공격수 중에 한 명으로 인식될 뿐이었다. 바스티아에서 선수생활을 하면서 그는 이미 30살이 넘어가고 있었다.

 1984년 AS생테티엔으로 이적, 간신히 주전 공격수로 활약할 수 있었다. (드디어 이 때부터 시즌 22득점을 기록하면서 공격수로 재능을 인정받는다) 그의 나이 32살 때 일이다. 그 후에 1986년~1989년까지 몽펠리에 팀에서 스타급 선수로 인정받으면서 활동하였으며, 37살에 은퇴했다.

 뭐야 이거. 이게 뭐냐고! 라고 하실 분들이 많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시작은 조금 괜찮았는데...) 이것은 정말 평범한 축구선수의 지루한 이야기 나열이지 않은가. 그래도 조금만 더 읽어봐주시라. 기대하시라.

 여하튼 프랑스 리그에서 뛰던 밀라는 카메룬 국가대표로도 선출되어서 활약했는데, 1982년 스페인 월드컵 본선에도 출장하였다. 열심히 경기를 했던 카메룬 대표팀은 3번의 무승부를 기록하면서, 조별리그에서 탈락한다. 2년 뒤, LA올림픽에 출장한 밀라와 카메룬 대표팀은 이번에도 열심히 싸웠으나 1승 2패를 기록하면서 또 조별리그에서 탈락. 밀라는 결국 1987년에 국가대표에서 은퇴한다 (...)

 뭐야 이게 뭐냐고!!!... 기대하고 보신 분들에게 죄송스러운 마음이 든다. 하지만...
 밀라의 본격적 이야기는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1990년이었다. 그의 나이 38살이었다. 국가대표도 선수생활도 은퇴한 밀라. 여기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하하.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카메룬은 본선 진출에 성공한다. 카메룬 대통령은 밀라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대표복귀를 요청한다. 38살의 밀라는 대표복귀를 결단하고, 이탈리아로 향한다. 불굴의 라이온으로 불리는 카메룬 대표팀의 멤버로서 말이다. 그리고 90년 월드컵의 일약 스타가 된다.

 월드컵 개막전은 전 대회 우승팀인 강호 아르헨티나와 카메룬의 경기였다. 이 경기에서 2사람이 퇴장당했지만, 카메룬은 놀랍게도 아르헨티나를 1-0 으로 물리친다. 카메룬이 새로운 다크호스로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경기 루마니아전. 밀라는 나이를 잊었는지 2골을 몰아넣으면서 2-1 의 승리를 이끈다. 카메룬의 사상 첫 16강 진출이었다. 16강전에서 콜롬비아를 맞이한 카메룬. 연장 후반에 밀라는 또 다시 2골을 몰아 넣는다. 38살 밀라의 대활약 덕분에, 카메룬은 8강에 진출한다. 이것이 아프리카 축구사상 첫 8강 진출이었다. 8강전은 축구종가 잉글랜드와의 승부. 승부를 예측할 수 없었다. 우승후보 아르헨티나도 꺾었던 카메룬이었다. 팽팽하게 흐르던 경기. 끝내 연장전까지 가서 카메룬은 2-3 으로 아깝게 패배하고 말았다. 아아... 여하튼 그렇게 불굴의 사자 카메룬 대표팀과 로저 밀라는 세계축구계에 큰 충격을 주었던 것이다. (1990년의 활약으로 14년만에 또 한 번 아프리카최우수선수상 수상)

 로저 밀라는 이 대회에서 4득점을 기록했는데, 특히 골 세레모니가 기막혔다. 코너 포스트를 둘러싸고 환희의 춤을 춘 것이다. 밀라는 이렇게 온 세상 축구팬들에게 선명하고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요즘 아프리카 팀은 절대 무시할 수 없고, 또한 잘 나가고 있지만, 그 아프리카 축구돌풍의 시작은 바로 카메룬과 로저 밀라 였다. 이 때의 맹활약은 정말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혹자는 당시 마테우스 보다 마라도나 보다 더 주목받은 선수가 밀라였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그의 플레이는 30대 후반의 플레이가 아니었다. 좋은 움직임과 확실한 슛, 잘 다듬어진 감각을 가진 훌륭한 공격수일 뿐이었다.

 4년이 더 흘렀다. 1994년 미국월드컵이다. 그의 나이 무려 42살이었다. 고령이었기에 대회 출장 시간은 거의 없었다. 4년 전, 세상을 놀라게 했던 카메룬은 1무 2패를 기록하며 리그에서 탈락해 버린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당시 수당 보너스로 인해서 팀 내에 대립이 있었으며, 밀라만 너무 띄워주는 분위기에 대한 반감도 있어서 팀워크가 엉망이었다고 한다.) 이 월드컵에서 카메룬은 단 한 골을 넣었다. 그게 바로 로저 밀라의 골이었다. 42세로 골을 넣었던 이 기록은 월드컵 최고령 골로 역사에 남아 있다.

 로저 밀라, 월드컵이 낳은 잊지 못할 스타인 그는 현재 카메룬의 특별친선대사를 맡고 있다. 2004년에는 펠레에 의해서 FIFA100 의 선수에 선정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도 홍명보가 선정되었다) 38살. 나이가 많다고? 그것은 아무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실력이다. 로저 밀라는 그 멋진 능력으로 아프리카 첫 8강을 이끌며, 아프리카 축구의 위상을 한층 높여준 훌륭한 스타이다. 그가 비록 30대가 될 때까지 아쉽게 벤치 신세를 졌다고 할지라도, 로저 밀라 그는 다만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그의 땀방울들이 비로소 마지막에 찬란하게 빛났다. 아프리카 축구계에는 밀라 같은 잊지 못할 스타가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