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기타

#5 가혹한 체험은, 다른 시선을 선물해 줍니다.

시북(허지수) 2020. 4. 30. 12:33

 

 한 번은 정신이나 생명의 위기에 직면했으면서도 기적적으로 부활할 수 있었던 경험이 그들에게 보통 사람과는 다른 세계를 보여주고 비범한 문명 비판을 가능하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살아야 하는 이유, 강상중)

 

 소세키는 위궤양의 악화로 세면기에 가득 찰 정도의 피를 토하고 생사의 갈림길을 헤매었으나, 살아났습니다.

 막스 베버의 경우 과민한 신경 등의 이유로 정신병원에 입원했다가 마침내 회복되어 유명한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썼습니다. 포로수용소에서 가혹한 체험을 한 빅토르 에밀 프랑클도 있습니다. 윌리엄 제임스도 중증의 신경병을 앓았습니다. 거의 광기에 이른 환자였으나 회복하였습니다. 이들은 그리하여 다른 세계를 볼 수 있습니다. 강상중 선생님 식으로 말한다면, 제 3의 눈, 복안을 갖게 된 셈입니다.

 

 저의 경우. 지난 10년, 성공의 달콤한 열매 대신에 좌절을 쓰라린 맛을 본 세월이었네요. 확실히 한층 어두워진 모습을 얼굴에서 숨길 수가 없는지, 좀 더 미소를 짓고 일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바로 어제 들었습니다. 사실이 그러합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와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며 피로를 푸는 와중에도 벌컥 문을 열고 들어와 화장실 볼 일을 보시는 정신장애 어머님... 벌써 그러지 말라고 수없이 이야기 했으나, 대화는 통하지 않고, 이제는 권유를 포기한 채 침묵의 영역에 들어섰습니다.

 

 이런 괴로운 생활이 계속되면, 정신적으로 황폐해진다는 것을 압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데까지, 더 적극적으로 취미생활을 향유하기로 합니다. 책을 사는 만큼이나, 만화책도 산다거나, 애니메이션을 봅니다. 근래에는 동호회에서 추천받아 턴에이건담을 보는데, 소시에 라는 (아마 슈퍼로봇대전 게임에도 나올테죠!) 무척 명랑하고 밝은 여자아이가 비극을 맞이하는 장면을 봅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인생이 달라질 것을 직감적으로 느낍니다. 물론, 이불 밖은 위험하지만, 이불을 뒤집어 쓰고 살아가면 안 됩니다!

 

 4월의 다이어리에는 재밌게도 또한 윌리엄 제임스의 발견이 실려있습니다. "나의 세대에 이룬 가장 위대한 발견은 사람은 정신자세를 바꾸면 삶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삶을 즐겁게 물들이기 위해서는, 환경이 달라져야 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방향을 수정한다면 좋겠습니다. 제가 밀리시타 프로필 문구로 써먹었던 이야기를 소개한다면, 직선으로 달리는 길은 대체적으로 최악의 길일 수 있습니다. 돌아가는 길이 사실은 근사한 길이라는 사실을 저는 받아들이며 살아갑니다.

 

 머리가 복잡해지곤 했던, 동호회 이끌기도 과감하게 젠가님께 넘겨주고 (부담을 반으로 줄이게 된, 엄청 좋은 결단이었습니다!), 만화광 형님과 시작한 다음카페 새출발도 이제 1년이 훌쩍 넘었고, 제법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으며, 가끔은 게임카페 TOP 100 선정도 됩니다. 무엇보다 운이 좋고 감사한 것이, 멋지게 하루하루를 살아가시는 분들과 교류를 하며 마음의 안정과 기쁨도 됩니다. 공공카페이기 보다는 사적카페니까, 운영에 제가 부담이 없기 때문에, 제멋대로 아무 글이나 쓸 수 있습니다. 이처럼, 고통과 좌절의 이야기도 숨김 없이 공유하고 있습니다.

 

 저의 현실이 날마다 괴로웠기에, 의사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읽습니다. 삶이 즐거웠을 때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입니다. 또한, 새로운 책도 보지만, 옛날의 명저들도 봅니다. 빨리 가지 않기로 한 것입니다. 기어를 한 단계 낮춘 것입니다. 한편으로, 덕후임을 전혀 숨기지 않습니다. 기분전환이 너무 중요해져서, 거리 산책을 하고, 음악을 매일 듣습니다. 그렇게 나만의 살아야 하는 이유를 발견해 나갑니다. 너는 여전히 배우는 사람이 되어라, 너는 받았던 용기를 전해라. 그 정도가 지금의 소명의식 입니다. 만약이지만, 가혹한 체험을 통해서, 저 역시 다른 시선을 선물받게 되었다면, 그것 또한 "축복"의 영역일 수 있음을 어렴풋이 생각합니다.

 

 감히 말하자면, 병든 영혼에서 회복되어 다시 인생을 살아가는 거듭나기의 인생 역시 아주 중요합니다. 세상이 나에게 엄청난 위력의 펀치를 날렸다면, 이 쪽도 비틀거리며 일어나, 힘을 다해 카운터 펀치를 날릴 만큼, 인생을 오늘 또 다시 시도하면 좋겠습니다. 슈퍼로봇대전 식으로 말한다면, 저력의 인생, 대근성의 인생입니다. 전진하기를 응원합니다.

 

 오늘의 장문, 알베르 카뮈의 이야기가 어울릴 테죠. "깊은 겨울을 맞이하고 나서야 나는 내 안에서 떠나지 않는 여름을 깨닫게 되었다." 우리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을 깨닫고, 미뤄두기 대신에, 뛰어들기를 선택하기를! 만화광님의 표현을 빌려, (그 어떤 현실의 무게 앞에서도) 당신의 오늘에 즐거움이 함께 하기를. / 2020. 04. 30. 시북 (허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