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 997

인사이드 르윈 (Inside Llewyn Davis, 2013) 리뷰

살아가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고, 또 그것을 풍요롭게 누려가는 것이라는 가치관을 갖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선택과 포기가 따릅니다. 무엇이든 흥미롭고, 다재다능을 갖춘다는 것은 어쩌면 욕심일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렇다면 이 영화 인사이드 르윈이 보여주는 한 (통기타) 포크 음악가의 여정은 꿈과 희망으로 그려져야 마땅할테지요. 기타 하나, 고양이 한 마리... 그리고 그의 삶이 담겨 있는 노래들, 과연 행복이었을까요. 이 영화는 현실을 충분히 적나라하게 비추고 있습니다. 해서 말해줍니다. 그래도 우리에게 음악이 있지 않느냐고. 뉴욕의 뮤지션 르윈은 가난해도 정말 가난합니다. 잠잘 곳이 없다보니, 이곳 저곳 사람들에게 빌붙어 지내는 충격적인 모습이 초반부터 등장합니다. 그러..

러시 : 더 라이벌 (Rush, 2013) 리뷰

오늘은 무슨 영화를 볼까, 케이블과 oksusu 등을 기웃거려 봅니다. 해외 IMDB 평점 8.1에 달하는 수작 러시 더 라이벌이 눈에 들어옵니다. 시작부터 뉘르부르크링 6글자가 보입니다. 갑자기 가슴이 설레입니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추억의 코스입니다. 20대 시절에 레이싱 휠까지 장만해, 그란투리스모 게임을 일 마치면 매일 열심히 했었고, 20km에 달하는 뉘르부르크링을 달리고, 또 달리고, 녹화까지 했었습니다. 300 마력이 넘는 차로 빠른 속도로 멋지게 질주하면, 비록 가상세계였지만, 차와 내가 하나가 된 기분으로, 가슴 가득 즐거웠습니다. 그런데 F1 이라니요, 450 마력이 넘는다니요. 7분대로 이 코스를 달린다니... 환상적입니다. 자동차들의 엔진소리가 마치 포효처럼 들립니다. 1976년 F1..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 (The Fast and The Furious 8, 2017) 리뷰

분노의 질주 8편, 전작에서 초대박을 쳤기 때문일까요. 제작비만 2800억에 달하는 호화 무비로 알려져 있었기에, 개봉하자마자 주말 예매를 통해 직관으로 시청하게 되었습니다. 주변 지인분들도 많이 보았는데, 재밌다는 평입니다. 다만, 감독이 바뀌어서 약간 분위기가 달라진 것 같다는 세부적인 평가도 있었네요. 어쨌든 뭐 자동차로 보여줄 수 있는 건 다 나오는 것 같습니다. 고전적인 두 자동차 간의 속도 대결에서부터, 나중에는 포스터에 등장하는 거대 잠수함과의 웅장한 클라이막스 배틀까지 화려한 작품입니다. 전개 방식이 조금 복잡한 뉘앙스를 중반까지 주고 있습니다. 리더였던 도미닉이 배신자로 등장해서 아군들을 당황시킬 뿐 아니라, 관객에게도 그 이유를 알려주지 않고 있으니까요. 뭐, 무슨 사연이 있겠지~ 라고..

에너미 앳 더 게이트 (Enemy at the Gates, 2001) 리뷰

2차 세계대전 - 그 중에서도 독일과 소련의 전쟁을 무대로 하고 있는 잘 만든 수작영화 에너미 앳 더 게이트 이야기 입니다. 토요 심야에 또 명화를 건졌네요. 달콤한 로맨스도 들어가 있고, 전쟁의 비극을 잘 표현했으며, 놀랍게도 나치 뿐만 아니라 소련 공산주의에 대해서도 가감없이 폭로하는 대목이 일품입니다. 아무쪼록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평화주의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화의 시작은 독일군이 스탈린그라드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거의 점령해 가는 수준에서 출발하고 있습니다. 탱크에, 항공기, 게다가 전술적으로도 굉장히 정예화 되어 있음을 느끼게 합니다. 괜히 나치가 유럽을 집어삼키려 했던 건 아닐테니까요. 그 군사력이 어마무시 합니다. 이에 소련군은 매우 중요한 도시 스탈린그라드를 ..

피케이: 별에서 온 얼간이 (PK, 2014) 리뷰

인도 영화 세 얼간이는 여전히 마음 속에 남아 있는 훌륭한 명작입니다. 주인공의 남들과 다른 시선과 천재적인 열정으로 살아가길 권하는 것은 참 힘찬 메시지 였지요. 이번 영화 피케이 별에서 온 얼간이 역시 아주 매력적인 영화가 되었습니다. 의심하지 않는 맹목적 종교에 대한 유쾌하고 냉철한 비판이 멋있습니다. 그리고 삶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초점을 선명하게 하는 태도에 반할 것만 같습니다.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을테지요. 내가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기, 사랑하는 시간 - 그 찬란한 시간을 낭비하면서 살아가기 입니다. 영화의 출발은 외계인 남자 한 명이 지구에 탐사하러 온 것에서 시작됩니다. 그런데 오자마자 봉변을 당하고 맙니다. 비행선을 부를 수 있는 리모콘을 첫 날부터 도둑 맞아 버립니다. 지구가..

손잡고 더불어 리뷰

저는 블로그 메인화면 상단을 책 표지로 장식할만큼, 책의 가치를 높게 생각합니다. 한 달에 두 번씩 도서관에 들려 마음껏 읽고 싶은 책들을 빌려오는 것이 인생의 멋진 즐거움 중 하나입니다. 그렇게 수중의 책들을 일하는 틈틈이 읽어내려갑니다. 그런데도 책 리뷰는 어쩐지 자꾸만 밀리게 됩니다. 올해만 해도 벌써, 한 다섯 권 정도의 이야기를 착착 써봐야 하는데요. 오래도록 글쓰기를 망설인 이유는 "내가 소화도 잘 못 시키는 주제에, 책 리뷰가 사람들에게 과연 유용했던가?" 에 대한 자책과 반성이 컸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영화야 내 맘대로 해석해보기가 한결 편했지만, 책은 함부로 글쓰기가 부담스러울 때가 많았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신영복 선생님이 따뜻한 위로를 건넵니다. "나는 감옥에서 책 몇 권 읽고 ..

리뷰[Review]/책 2017.04.12

파워 오브 원 (The Power Of One, 1992) 리뷰

정말 우연이었습니다. 모처럼 토요일에도 근무를 해야 했고, 늦은 시간에 집에 도착해 짐을 풀었습니다. 이제 잠을 청하기 전, 습관처럼 영화 채널들을 검색하는데 EBS 세계의 명화가 눈에 띄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재빠르게 파워 오브 원을 검색해보니 평점이 대단히 좋습니다. 그렇게, 좋은 고전(?) 작품 하나를 마음에 간직하게 되었습니다.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시나리오가 충분히 재밌습니다. 스물 다섯 해 전, 오래된 영화 같지 않았고,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주옥 같은 명대사도 있고, 두근두근 로맨스도 담겨 있는 복합 영화 입니다. 주인공 피케이군은 어린 나이에 고생이 많았습니다. 남아프리카에서 "몹쓸 영국인" 이라고 차별을 받았습니다. 부모님은 일찍 돌아가셨고, 게다가 기숙 학교에서 이른..

마지막 4중주 (A Late Quartet, 2012) 리뷰

미술, 음악, 글쓰기 등 창조적이고 예술적인 세계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합니다. 늘 동경이 있었습니다.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하고, 일기 쓰듯이 영화 이야기와 느낀 바를 하나씩 남겨 놓습니다. 좋은 영화를 만나고 나면, 그 여운에 잠기며 생각을 곱씹어 보게 되는데, 이 묵상의 과정이 즐겁습니다. 조금씩 용기를 얻고, 삶의 위로를 얻어가는 고마운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영화 마지막 4중주는 예술가 지인의 권장 영화였는데, 인연이 닿게 되어 시청할 수 있었습니다. 저처럼 "내 잘못 스스로 탓하기 잘하는 사람에게" 정말 멋진 대목이 나옵니다.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을 대목입니다. 젊을 때, 그래서 미숙할 때, 나는 기회가 펼쳐지자 연주를 열심히 했지. 긴장 했고, 떨렸고, 실수가 계속되어서 도중에 멈추고 말았다네. ..

공조 (Confidential Assignment, 2016) 리뷰

아쉽게 극장 직관 타이밍을 놓쳤던 영화 였는데, 만우절날 oksusu에서 무료로 배포해 주더라고요. 갓수수 감사. 절친이 재밌게 봤다고 평했습니다. 김주혁 연기가 일품이고, 현빈이 잘 생겼으며, 기타 등등... 저는 시청소감을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지요. 몸싸움과 총칼이 오가는 액션 영화이기도 하고, 중간 중간 틈새 개그가 섞여 있습니다. 몰입도는 충분히 훌륭한 편이고, 막판의 다소 (마무리를 위한) 억지스러운 전개 외에는 대체로 즐거웠습니다. 자, 그럼 영화 공조 이야기를 출발해 볼까요. 첫 장면은 빗속 북한 평양인데 이야기가 글로 써보니 상당히 무겁습니다. 이 곳 북조선 공화국에서 젊고 유능하고 행복한 철령 부부는 만족스러운 일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라며, 몰래 주먹밥을 나눠먹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Mad Max: Fury Road, 2015) 리뷰

핵전쟁으로 지구가 사막덩어리가 되었고, 아름다운 초록과 푸르름이 좀처럼 보이지가 않습니다. 희소한 자원이 되어버린, 물과 기름은 이것을 차지하는 자가 권력이 되었고, 살아남은 소수의 사람들이 부당한 독재권력에 적응해 가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는 이 영화의 캐치 프레이즈(?)가 제법 마음에 드는데, 미친놈에 의해 세상이 다르게 움직여져 간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아, 제가 미친놈 옹호자는 아니고요. (웃음) 이를테면 매드맥스를 보면서 느낄 수 있는 - 생각의 탁월한 전환, 불가능에 대한 용기 있는 도전, 현실을 냉철하게 바라보기. 영화는 이와 같이 멋진 관점들이 액션 도처에 깊숙히 들어가 있습니다. 독재자 임모탄은 사람들에게 가끔씩 물을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있진 않겠지만, 아마도 꼭 살아남을 만큼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