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 997

여교사 (MISBEHAVIOR, 2015) 리뷰

영화 여교사를 보고 나니, 뒷맛이 영 개운하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때로는 질투로 눈이 멀기도 하는 것 같아요. 영화의 장점은 긴장감과 속도감 있는 전개가 펼쳐지고 있어서 지루할 부분이 없고, 배우들의 열연이 좋습니다. 인간의 끝을 달리는 효주선생을, 김하늘이 섬세하게 표현해내어서 일면 그녀를 이해하고 공감할 여지가 생긴다는 것이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효주는 계약직 교사로서, 쉽지 않은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담임까지 맡게 되어서 업무량이 늘어 집에도 더 늦게 가게 되었는데... 어휴, 집에는 백수 남자친구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뒹굴거리고 있습니다. 작가를 꿈꾼다는 남친은 아직 한글 문서 1장도 써넣지 않고, 효주에게 기대어 사는 존재. 지칠대로 지친 효주는 잔소리가 폭발합니다. 여기까지야 뭐..

콩: 스컬 아일랜드 (Kong: Skull Island, 2017) 리뷰

그래요. 가끔은 별 생각 없이 거액의 제작비가 투입된 블록버스터를 즐겨보는 것도 괜찮겠지요. 압도적 크기를 자랑하는 콩이 등장해서 박살내고, 포효하고, 살아가는 것을 보고 나오면 마음이 절로 편해질지도 모릅니다. 다쳐서 아프면 가만히 감싸서 스스로를 위로하고, 주변의 위협에는 분노할 줄 알며,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소중히 다루는 모습. 같이 보았던 친구의 말을 빌려, 콩이 사람보다 더 낫네! 영화는 미지의 섬 스컬 아일랜드를 향해, 대규모 탐험단이 조직되어 모험을 떠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인류는 인공위성이라는 놀라운 기술발전을 이루어냈습니다. 이제 이 곳 미지의 섬에 무엇인가가 존재한다는 것을 직접 알아보고 증명하기 위해서 미국은 대규모 팀을 보내게 됩니다. 한 가지 재밌는 것은 적국 러시아가 먼저 정..

이다 (Ida, 2013) 리뷰

저는 삶이 지난 평범한 날들과는 다르게, 소중하고 특별해지기를 소망합니다. 영화 이다는 한 소녀가 자신의 삶을 찾아나서는 이야기를 흑백으로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처음에는 어디에서나 수녀로서 정해진 평범한 틀을 지키려고 하지만, 사건을 겪으면서 가치관이 달라지기도 하는 등, 그 동선을 생각해보면 인간은 정말로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구나를 깨우치게 됩니다. 비교적 짧은 흑백영화임에도, 로튼토마토 신선도 95퍼센트라고 하는데, 영화광인 저도 매우 강한 영감을 선물받은 귀중한 작품이 되어주었습니다. 예컨대 너무 힘들게만 느껴지는 날이 있기 마련입니다. 일하는 공간이 부쩍 부담스럽기만 하고, 부모님은 이제 나이드시고 오래도록 아프시고... 아, 그래, 이것이 살아가는 무게구나 하는 책임감이 느껴지고, 더 이상..

종이 달 (Pale Moon, 2014) 리뷰

일본 영화 종이 달, 절대로 해서는 안 될 금융 범죄 영화 인데도, 긴장감이 느껴져서 참 재밌었네요. 2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날 줄이야! 여러가지 격언들이 금방 떠오릅니다. 어릴 적 버릇은 커서도 계속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는 것. (우리네 상상과는 다르게) 돈으로는 행복을 쉽게 살 수 없다는 것. 오히려 두려움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 매우 섬세하고, 정중하게 그려져 있어서 좋았습니다. 사람 보는 눈을 가지기가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는 것도 좋은 교훈입니다. 서론을 풀어서 써놓고 보니까 뭔가 대단한 것이 담겨 있는 작품으로 여겨지지만, 그냥 가볍게는 10억원으로 즐겨보는 아주머니의 일탈 여행으로 보셔도 충분할 꺼에요. 원작 소설이 있는 작품이다보니, 스토리가 빈틈없이 잘 구성되어 있습니다. 예컨대..

딥워터 호라이즌 (Deepwater Horizon, 2016) 리뷰

oksusu 주말 추천 영화, 무난한 7.2점의 IMDB 점수, 솔직히 재난영화라 조금 고민했지만 시청하기로 굳게 결심했습니다. 음, 예컨대 어린 시절에 봤던 포세이돈 어드벤처 같은 재난 영화는 잔상이 하도 강해서 아직도 흐릿하게 기억에 남아 있네요. 재난 속에서 사람의 목숨이 꺼져가는 것을 보는 것은 매우 슬픈 일이지요. 그래도 이 영화 딥워터 호라이즌은 보고 나면 배울 게 있었습니다. 감정 과잉 과정을 빼고, 사고를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는 점도 이 작품의 숨은 장점이라 생각하고요. 포스터가 상징하고 있는 그대로 입니다. 석유 시추선 딥워터 호라이즌 호가 대폭발에 휩싸이게 되었다는 이야기. 그리고 이 사고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해양 재난으로 기록되었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서, 오히려 대단히 ..

로건 (Logan, 2017) 리뷰

마블 영화 로건 입니다. 137분, 제법 긴 영화인데도, 긴장감이 계속 흘러갑니다. 내용도 묵직하게 오늘의 인류를 경고하고 있는 멋진 작품입니다. 단점이 있다면 청불 등급 영화 답게 끔찍한 싸움 장면이 종종 표현된다는 것 정도? 울버린의 야성미가 폭발하면 말릴 사람은 없고, 주변에는 죽음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 로건(울버린)도 이제 나이가 들었는지, 자연 회복 능력이 떨어져 가고, 지쳐 가는 모습이 약간씩 안쓰럽기도 했네요. 그렇습니다. 이번 영화 로건에서는 특수 능력자들이 다들 문제가 하나씩 있는 것으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어두운 미래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데요, 한 때 엑스맨들을 이끌었던 프로페서 X 는 뇌에 문제가 발생한 90대가 되어서 세상의 추적을 받고 있고요. 로건은 이제 세상을 조용하게..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Will You Be There?, 2016) 리뷰

기욤 뮈소 원작, 시간여행이라는 판타지. 인생을 되돌리고, 다르게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삶을 어떻게 해볼 것인가.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소재 부터가 무척이나 흥미로웠습니다. 영화는 주인공 수현이 참 좋은 의사가 되어 있는 장면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의료 봉사를 통해서 오지의 아픈 이들을 애써 도와주고, 덕분에 한국에서는 다른 의사 선생님들이 수현의 빈자리를 뒷감당(?) 해야 하고요. 따뜻하고 여린 마음으로 인해, 그 덕분에 좋은 의사가 되었다는 극중의 명대사가 아직도 잊혀지지 않네요. 이렇게 잘 나가는 소아과 과장님 수현에게, 어느 노인이 알약이 담긴 통을 선물로 건네줍니다. 호기심에 약을 먹었다니 아니나 다를까, 1985년. 정확히 30년 전으로 돌아가는 거예요. 거기에는 젊은 날의..

노예 12년 (12 Years a Slave, 2013) 리뷰

1840년대 미국에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한 명작영화 노예 12년 입니다. 솔직히 별로 재미는 없습니다. 마음 아픈 장면, 불편한 장면은 많으며, 우리를 생각에 잠기게 만듭니다. 옛날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21세기 현대 사회에도 격차사회는 심해지고 있으며, 사람을 상품화 해서 일회용품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대충 2년 쓰고 자르지 뭐. 예전에 어느 예능프로에서 직장인이 스스로를 사노비라고 칭하는 풍경은 낯선 일이 아닙니다. 벌써 많은 이들에게 삶은 공허하고 무기력하게 느껴지곤 합니다. 동물원에 갇힌 동물들처럼, 사람들도 현대의 시스템 속에서 갇혀 병들어 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노예 12년은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를 재차 일깨워줍니다. 자유롭게 사는 것의 위대함을 그리는 참 좋은 영화 입니다. ..

러덜리스 (Rudderless, 2014) 리뷰

비록 부인과는 이혼했지만, 성공적인 삶을 누리는 샘 이라는 남자가 있습니다. 광고회사에 다니며 큰 거래를 따내는데 성공, 기쁨에 겨워서 대학을 다니는 아들에게 연락을 건넵니다. 아들아 즐겁게 얼굴 한 번 봐야지? 한편, 아들은 곡을 만드는 데 열중하고 있습니다. 통기타 하나를 손에 들고서는 노래에 심취해 있네요. 그렇습니다. 이 영화는 음악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음악영화, 매력적이고 멋진 곡들이 참 많이 나옵니다. 이제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사건 사고가 있었다고 합니다. 샘 은 이제 더 이상 광고회사에 근무하지 않습니다. 대신에 요트에서 생활하며 과거를 지운 채로 지냅니다. 틈틈이 노동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있네요. 그의 삶은 참 많이 달라져 있습니다. rudderless 라는 단어의 뜻은 키가..

필스 (Filth, 2013) 리뷰

저는 엑스맨 시리즈를 참 재밌게 봤었고, 그래서 제임스 맥어보이의 반듯하고 선한 연기에 푹 빠져들었던 것이 생생합니다. 그런데, 2014년 런던비평가 협회상에서 제임스 맥어보이가 멋지게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게 되는데, 그것이 이 문제의 청불 영화 필스 였습니다. 지독한 악당이자, 구제불능의 탕아로 나오는데 그렇게 몰락한 연기가 어떨까 호기심이 계속 생겨서 영화 필스를 늦은 시간에 보기로 결심합니다! 대체 어떻게 연기했길래 상을 받는거야! 원작 소설이 있는 작품 답게 구성이 탄탄하고, 상세한 배경설명은 오히려 생략되어 있기 때문에, 흐름을 따라 잡기 위해서는 꽤 높은 집중력을 필요로 했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주인공 브루스가 왜 저렇게 타락해 버린걸까, 그는 재기할 수 있을까,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