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4

아르고 (Argo, 2012) 리뷰

제작비 4천 5백만 달러, 흥행수입 약 2억 달러. 성공입니다. 72년생의 젊은 벤 애플렉 감독은 이 영화로 85번째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합니다. 성공입니다. 영화는 스릴러에 가깝게 진행되는데, 결코 멋진 액션이나 화려한 장면이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심리 묘사가 특히 볼만하고, 좀처럼 일이 쉽게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도 특징입니다. 미국적 시선에서 그려서, 이란 사람들 입장에서는 오해의 소지가 충분히 있다지만, 감독 벤 애플렉이 대학에서 중동학을 전공했기 때문인지, 상당한 배경지식이 녹아들어가 있습니다. 부끄럽지만 저는 중동의 여러 문제에 대해서, 특히 시아파와 수니파의 갈등 등을 신문을 통해 여러 번 읽었는데도, 깊이 있게 이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이란은 조금 특이하긴 합니다. 간단히 퉁쳐서 정리하자..

아티스트 (The Artist, 2011) 리뷰

무성영화에 흑백영화라니, 조금 걱정을 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혹시 보다가 자면 어떻게 하나 라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있으면, 이런 섣부른 생각들은 깡그리 날아갑니다. 놀라울 만큼, 이야기가 잘 파악되고, 앞으로 어떤 전개가 펼쳐질지 궁금하기도 하고, 한마디로 즐겁습니다. 마구잡이(?)로, 초고속으로, 쓰다보니, 어느새 영화이야기가 50편 조금 넘었는데, 첫 리뷰도 흑백영화인 쉰들러 리스트 였지요. 다양한 표현 방법 중에서, 제약이 있는 방법도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다는 점, 저는 이 점을 정말 좋아합니다. 영화는 1920년대 후반을 배경으로 시작합니다. 한참 시대흐름이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순간이었지요. 이 시절은, 이제 소리가 없는 무성영화의 시대는 끝나고, 생생하게 목소리를 들을 ..

킹스 스피치 (The King's Speech, 2010) 리뷰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킹스 스피치는 상당히 저예산 영화입니다. 1천5백만 달러로 제작했는데, 상상 이상의 세계적 성공을 거두었지요. 4억달러가 넘는 흥행수입을 기록했고, 걸작 명화로 평가받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물론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지루한 느낌을 줄 수도 있습니다. 자극적이거나 감동적인, 이른바 극적인 장면은 철저하게 사라져 있고, 건조하고 느린 템포로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킹스 스피치는 다양한 각도에서 접근할 수 있습니다. 리더십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고, 우정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으며, 국가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음, 제가 오늘 접근해 보고 싶은 부분은, "자학에서 벗어나는 방법"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다르게 쓰자면, "열등감과 압박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

허트 로커 (The Hurt Locker, 2008) 리뷰

섬뜩한 문장과 함께 시작되는 전쟁 영화 허트 로커. "전투의 격렬함은 마약과 같아서 종종 빠져나올 수 없을 정도로 중독된다" 허트 로커는 전쟁 한복판에서 폭발물을 제거하는 EOD의 이야기 입니다. 폭발물을 제거하는 일은 우리가 상상하던 그 느낌 그대로 입니다. 목숨을 걸고, 신중하게 처리됩니다. 한순간의 방심이나, 실수는 그대로 생명을 앗아갑니다. 영화는 덤덤하고 현실감 있게 이들을 보여주고 있지만, 타들어가는 긴장감이 가득합니다. 무엇보다 이들을 쉽게 "영웅화" 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인상적입니다.  3명이서 팀을 이루어서 폭발물에 맞서고 있지만, 누구 하나 완벽한 사람이 없습니다. 허트 로커는 일관되게 인간적인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갈등은 그대로 드러나며, 심지어 오판의 가능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