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월플라워 (Perks Of Being A Wallflower, 2012) 리뷰

시북(허지수) 2013. 4. 21. 00:04

 오랜 고민 중 하나는 "지치지 않는 무한한 열정" 입니다. 만약 이것을 가질 수만 있다면, 우리는 끝없는 발걸음으로, 많은 영감을 남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의 감정이란 한결 같지 않으며, 하루에도 여러번 오르막 내리막을 왔다 갔다 합니다. 특히나 과거의 기억에 발목 잡혀서, 지나간 일로 괴로워 할 때도 있습니다. 월플라워의 주인공 찰리는 어린 시절 트라우마로 인해, 고통 받는 10대 시절을 보내고 있지요.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던 가혹한 경험은 찰리를 지치게 만듭니다. 사람을 사귀기가 두렵고, 말을 꺼내기도 두려운, 침묵의 청춘을 보내고 있는데, 그에게 변화가 찾아옵니다!

 

 요정처럼 예쁜 샘과 다정한 남자 패트릭이, 그의 소중한 친구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찰리는 드디어 학교 가는 시간이 기쁠 이유가 생겼습니다. 또한 부적응자들의 모임이 있다는 것도 커다란 위로가 되어주었습니다. 살짝 경계를 넘는 듯한 위험도 있지만, 솔직히 무감각하게 사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어요. 매일 매일이 고통이었던 찰리는, 또래 친구들을 만나고 교류를 하면서, 매일 매일이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극중에 잠깐씩 등장하는 영어 선생님도, 찰리를 적극적으로 응원합니다. 찰리의 변화 그 속으로 떠나봅니다.

 

 

 놀라운 점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비하하는 감정을 느낀다는 점입니다. "나는 작아, 나는 못해, 나는 부족해" 라고 스스로를 격하하고 맙니다. 그러면서 괜찮은 사람 조차도, 이상한 사람을 만나서 인생이 꼬이고 엉망이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 탓이 나쁜 인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하찮게 여겼기 때문이라고 영화는 인상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바로 이 점에서 이 영화는 충분히 힐링무비, 격려무비가 되어줄 수 있습니다. 여러가지 음악들도 참 좋았고요. 월플라워의 테마는 이런 느낌입니다. "사랑받고 싶나요? 스스로를 존중하고 아름답게 멋지게 꾸며보세요", "당신은 생각만큼 못난 사람이 아니라니까요!"

 

※이제부터의 내용은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주의하세요

 

 일단 감정선을 조금 따라가본다면, 찰리가 우중충한 이유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정했던 이모의 부재, 절친한 친구의 자살, 그는 기쁜 일이 없기 때문에,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서 살아가는 침묵의 소년이 되고 말았습니다. 여주인공 샘의 경우는 아무나 만나는 것이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랑받고 싶다는 이유로 아무나 만난다는 것이 사실은 위로가 될 수 없고, 행복이 될 수 없다고, 영화는 섬세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렇게 볼 때 이 영화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이라는 영화의 청소년판이라고도 느껴졌습니다. 즉 요즘에 이런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사는 게 너무 힘들고 비참하게만 느껴진다면, 이 점을 기억합시다. 그런 사람들 많이 있으니, 일단 힘내세요!)

 

 패트릭이 힘든 이유는, 사회적으로 여전히 용인되기 어려운 사랑을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주변에서 지지 대신에 비난을 받을 때, 그의 슬픔은 위로 받지 못하고, 쓰러지고 맙니다. 정말 대담하게도, 이런 패트릭을 응원하는 친구가 있으니, 바로 "찰리"입니다. 찰리는 패트릭에 대해서 비난 대신에 조용한 격려를 보내고, 친구가 위기 상황에 처하자, 번개처럼 달려들어서 패트릭을 도와줍니다. 우정이란 얼마나 좋은 것인지요! 친구가 박살났을 때, 곁에서 이야기를 말없이 들어주는 것, 이것만큼 커다란 위로도 없습니다. (덧붙여 놓자면, 진심으로 누군가를 돕고 싶다면 할 수 있는 것은 딱 한 가지. "상대방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어라" 그리고선, 절대로 충고하지 마라! 심리학자가 전하는 통렬한 메시지 입니다.)

 

 한편 찰리는 샘을 좋아하게 되었지만, 차마 솔직하게 표현하고 다가가지 못했고, 대신에 샘의 친구와 사귀는 만행(?)을 보여줍니다. 뭐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과 사귄다는 것이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일단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했기 때문에, 좋은 사이로 이어지지 못합니다. 게다가 사귀어 봤더니 연애의 피곤함에 찰리는 거의 넉다운 될 지경입니다. 어떻게 헤어져야 할지를 고민하는 모습이 참 묘~합니다. 분위기에 취해서 찰리는 사귀는 사람 대신에, 샘에 입맞춤을 하는 두 번째 만행(!)을 보여주었고, 덕분에 순식간에 찰리는 나쁜 인간으로 찍히며, 나락으로 추락합니다.

 

 우왕좌왕 10대의 모습을 참 사실적으로 담고 있습니다. 현명한 대처 방법을 잘 모르고, 어떻게 해야 할지 경험부족이고, 상처 입혀서 다시 다가가기도 힘들어지고, 간단히 말해서, "혼란과 멘붕의 연속" 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의 핵심적 이야기는 이쯤에 있습니다. 슬픔이 이어지더라도, 그 고통의 순간은 지나가기 마련이고, 그 슬프고 가혹한 순간이 삶의 전부는 아니다 라고 응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무한한 에너지로, 왕처럼 살아갈 수 있고, 주인공이 될 수 있다며, 더욱 적극적으로 노력해 보라고 다독이고 있습니다.

 

 자신에 대한 "셀프-비난"은 그만두고 이 말을 생각해 봅시다. "사람은 자기가 생각한 만큼만, 사랑받기 마련이거든!" 내가 못난 사람이고, 사랑 받을 가치도 없다고 하찮게 여기고 있다면, 정말로 그런 대우를 받기 마련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존감을 높게 잡을 필요가 있습니다. "나는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으며, 아름다운 사람이니까, 너도 그렇게 대하지 말아줘" 라고 당당히 말하며 균형을 잡을 필요가 있습니다. 여차하면 헤어질 각오를 하고서라도, 나쁜 대우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말을 해야 합니다. 사람은 특별한 가능성의 존재이며, 그 누구도 못남 투성이로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자신에 대해서 과대평가 하며 자화자찬 한다면, 그런 삶이라면 현실 앞에서 금방 붕괴되고 말 것입니다. 요즘의 문제라면 그 반대일 수 있습니다. 자신에 대해서 지나치게 과소평가 하고, 무기력하게 의욕을 잃어버린 채, 현실 앞에 나가기 조차 두려워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내 인생은 왜 이렇게 슬픔 투성이고, 나쁜 일만 일어나는지 절망적 감정까지 들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지나갑니다. 좋은 날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샘은 마침내 새로운 세계를 만날 수 있었다고 고백합니다. 즉, "내가 알던 세계가 전부가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얼마든지 더 좋은 삶, 더 좋은 만남, 더 좋은 관계는 가능합니다.

 

 내가 지금까지 경험했던 것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과거를 생각한다면, 끔찍한 삶만이 보일지 모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과거일 뿐입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 어디로 갈 지를 정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지금 자신의 몫입니다. 이미 지나간 폭풍같은 밤들만을 계속 생각하며 괴로워 할 필요는 없습니다. 찰리처럼 가능성을 바라보고, 손을 드는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1년이라는 시간은, 짧고도 길어서 사람이 참 많이 바뀌기도 하네요. 우리의 모습이 건강한 마음으로 재충전해 나갈 수 있기를, 현재의 시간들을 소중히 여기기를! 적극적으로 노력해 간다면, 인생의 꽃은 반드시 필 것입니다. 상처 입기도 하지만, 성장해 가기도 하기에, 우리의 삶은 더 의미 있고, 놀랍고, 굉장하다고 생각합니다. / 2013. 04.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