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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굿바이 게임 라이프

게임을 어릴 때부터 좋아했다. 잘 설계된 틀 안에서, 금방 성장하는 느낌이 특히 좋았다. 그건 내가 현실에선 무척 약했기 때문이겠지. 그래서 가상의 세계에서 강한 적을 물리치면 일종의 짜릿한 성취감이 쌓였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샘솟는 청춘의 시절에는, 세계를 게임 무대이자, 실험실로 생각하며, 건방을 부렸다. 나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 남의 이야기를 잘 듣는 것. 삶의 실타래를 풀어나가는 일은 섬세한 배려가 필요하다. 나를 이해하고 싶어서 복잡한 질문을 던졌다. 솔직한 답변까지 부탁했다. 오늘날 (현재는 2026년이다.) 제일 똑똑한 인공지능 모델 중 하나인 구글 제미나이는 게임의 미래가치를 나에게 0 이라고 보여주었다. 진실이란, 가끔 보기가 좀 불편하다. 그러면? 그렇다면? 좋아하는..

4. 엄마 생각 (생일 축하해!)

가녀린 몸의 엄마는 나를 업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의 일이었다. 무릎과 발목에 뜸을 놓았다. 눈물이 날만큼 아파서 늘 가기 싫었다. 하지만 엄마에게 업히는 것은 늘 좋았다. 아이들이 안아줘, 업어줘 하는 마음을 약간 더 이해한다. 감촉에서 기억이 조금씩 다가온다. 지워지지 않는 이상한 기억 그 시골 한의원 가던 풍경이 생각난다. 나는 잘 걷지를 못했다. 학교를 하도 길게 빼먹었더니, 친구들이 한마디씩 적은 큰 종이를 건네주었다. "빨리 학교에서 보자." 반 친구들이 그토록 좋았다. 어린 시절, 희망과 사랑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동심 이라는 다정한 단어가 좋았다. 아파도 좋은 게 간혹 있구나 라는 생각의 근원은 여기쯤이다. 체육 시간에는 배려를 받았고, 저 멀리 떨어져 앉아, 친구들의 모..

3. 나의 연주, 나의 노래.

평소라면 절대로 하지 않았을 이상한 일을 한다. 피아노 건반을 눌러보며 애를 쓴다. 연습 없이 갑자기 잘 될리 없다. 너무 낮은 음도, 너무 높은 음도 피아노에선 구현하지 않는다. 사람은 들을 수 있는 소리가 제한되어 있다. 피아노 건반이 88개로 아름다운 선율이 충분하듯. 나에게 불필요한 것이 살짝 보이기 시작한다. 물건. 그것도 많이 아끼던 게임기계 하나를 내다 팔고, 맛있는 저녁식사를 즐겼다. 유튜브라는 곳에 접속해 1개월 유료를 다시 구독하고, 멋진 클래식 음악들을 마음껏 즐겼다. 불필요한 것을 버리기. 나에겐 큰 용기가 필요했다. 없으니까 속상하고 허전할 줄 알았는데, 역시 없어도 되는거였구나 마음이 놓인다. 인생은 좋은 사람 한 명만 알고 지내도 충분한 성공이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

2. 아픈 날에, 너무 슬퍼하지 마.

며칠 뒤, 반년만에 드디어 일자리 테스트를 받는다. "아마... 다시 일할 수 있을꺼야." 계속. 계-속. 나를 다정히 안는다. 세계가 발전한 걸까? 괴물이 된 걸까? 잘 모르겠다. 덜컹거리는 지하철이지만, 책을 펴서 시시포스의 신화를 곱씹는다. 나의 목표, 나의 꿈, 나의 인생, 바위가 한 번 사라졌으면 뭐 어때? 다시 바위를 찾아서, 산을 내려가며, 멋진 풍경을 보는 것 또한 인생이라고 시인은 아름답게 썼다. 또 다른, 휘트먼 같은 시인은 내친 김에 이렇게 비유했다. "추위에 떤 사람일수록 태양의 따뜻함을 느낀다." 이것은 단순한 이야기로 들리지 않았다. 고도 문명. 추위에 떨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간다. 태양에 무감각해 진다. 햇볕 하나로도 즐거웠던 아름다운 인생을 잃는다. 쓰르르 빗소리, ..

1. 캄캄한 밤, 조금 더 살아보기.

캄캄한 밤이다. 달빛도 별빛도 보이지 않는다. "이제는 가게를 그만두셔야 겠네요." 나는 좀 더 일하고 싶었지만, 건강이 따라주지 못했다. 벌써 이 곳에서 두 번이나 재발해버린 병세. 가게. 긴 시간을 함께했던 작은 세계 였지만, 뜻밖의 이별은 굉장한 무거움, 그리고 슬픔이었다. 그렇다. 여전히 가게를 찾은 좋은 손님들의 얼굴과 미소가 기억에 선명하다. 내년에도 밝은 모습으로 만나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나는 가게 대신 병원에 와 있다. 의사선생님은 이럴 때는 참 솔직하시다. "발전한 현대의학이지만, 아직 완전히 낫게 할 수는 없으니까요. 가라 앉을 때까지 최대한 노력해봅시다." 삶이 지나칠 만큼 허무하게 느껴졌다. 열심히 눈 앞의 바윗돌을 굴려서 하루하루 밀었는데, 험난한 뜻밖의 오르막길 앞에..

[이탈리아] 4. 시칠리아 팔레르모

이번에는 시칠리아 팔레르모 구경. 두 형태의 모습을 가진. 서로 다른 교회도 볼 수 있었다. 다소 음산해 보이던 구 시가지가 기억에 남는다. 약 10년 ~ 15년이 지난 지금은 리모델링에 성공했을까. 내가 사는 동네는 전혀 바뀌지 않고 세월만 흘러가고 있을 뿐. 그럼에도 나는 우리 동네를 꽤 좋아한다. 카메라 덕분인지, 팔레르모 사람들의 해맑고 친절한 태도 또한 신기했다. 유럽의 밤은 무섭고, 소매치기는 존재하고, 생각해보면 한국은 대단히 살기 좋은 셈이다. 그 이상한 비교문화만 덜 하다면 말이다. 그래도 돌아보면 나는 스스로 자랑을 많이 하던 쪽에 속했다. 마음씨 착한 사람들은 쓸모없는 자랑을 오냐오냐 너그러이 받아주었지만, 냉정한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가지고 싶..

세계테마기행 2026.03.08

[이탈리아] 3. 팔라조 아드리아노

팔라조 아드리아노. 영화가 이끄는 장소였겠지. 그런데 나는 아직 영화 시네마 천국을 보지 않았다. 다만 이탈리아 의 낯선 시골을 보는 재미는 있었다. 시골의 부자 청년 한 명도, 지금 먼 곳에서 숙박 손님이 왔는데, 자신의 일상인 축구 오락기에 열심이었다. 어른들은 술집에 모여, 카드게임을 즐기는 여유. 딱히 할 일이 없다는 그 여유로움이 슬쩍 느껴진다. 할 일이 없다. 그 말이, 여유와 미소 로 그려지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나는 할 일이 없으면, 불안감과 쓸쓸함 으로 느껴질 때가 많았다. 사람들은 "여기에 나는 와 봤다." 흔적을 남기기 위해서 여행을 하는 걸까. 흔히 인간은 장소를 옮기면, 다른 생각이 떠오른다는 말을 한다. 나 또한 무겁기만 한 생각을 씻어내기 위해서, 여행기에 기대고 ..

세계테마기행 2026.03.06

[이탈리아] 2. 콜로세움과 원형극장

사람들은 보는 것을 참 좋아한다. 2천년 전 사람들이라고 우리와 다를까? 단지 스마트폰 같은 중독적 도구가 없었을 뿐, 옛 사람들도 원형극장에 모여서 연극을 보고, 콜로세움에 모여 경기를 봤다고 한다.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유럽 여행기를 함께 읽고 있다. 책에는 놀라운 흔적이 있다. "나의 시선으로 글에 담을 것." 생각해보면, 나는 인용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고, 나만의 주장을 잘 내세우지 못한다. 부모님이나, 친구가 먹고 싶은 음식을 떠올리면, 금방 맞춰주는 성격이다. 남을 기쁘게 하는데는 약간의 소질이 있었다. 돌이켜보면 나에게는 별로 친절하게 대하지 못했다. 방송에서는 저 끝내주는 원형극장의 경치가 사실은 적의 침략을 앞서 내다보기 위해서라는 이중적 장치임을 안내해준다. 해설을 듣고 깨..

세계테마기행 2026.03.04

[이탈리아] 1. 아피아 가도

아피아 가도는 볼 때마다 새로움을 준다. 잘 만들어진 길을 보고 있으면, 또 하나의 길을 만들어도 좋겠다는 신선함도 느껴진다. 길 바로 옆에 무덤이 있다는 사실도 충격이다. "젊은이여 언제까지 너 그렇게 살 꺼 같지?" 이렇게 쓰고 있는 나 역시 어느덧 청년을 넘어 아저씨가 되었다. 카프리, 나폴리 등 별장으로 가는 길이라는 부연 설명도 이번에 새로 느낀 점이다. 고대 사람들도 쉬는 일을 참 중요하게 여겼구나, 충전은 스마트폰만 필요한 게 아니구나 생각된다. 그래. 맞아. 도대체 나는 얼마만큼 방전되어 있던 걸까? 그런 낮은 에너지를 쥐어짜면서 겨우 일어나 숨만 쉬던 모습을 본다. 김영하 작가님은 로마에 대해서 "길" 이라고 표현하셨다. 나는 그렇게 핵심을 찌를 만한 지식이 없다. 나는 여러 추억..

세계테마기행 2026.03.03

2. 졸업식 - 새로운 꿈 앞에서

대학교 졸업식 날 입니다. 이른 새벽에 깨었습니다. 책을 좀 보다가 "깊게 생각하는 일" 대목에 멈춥니다. 예를 들어, 수학 문제 하나를 놓고 2주 동안이나 생각한다는 것. (책 - 학문의 즐거움 중에서)​ 인공지능 시대인 요즘은 불과 2분도 걸리지 않을텐데 말이지요. 그래서 우리 다음 세대의 사고력이 더 떨어진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좋은 선생님이 되자고, 2025년 5월. 분명히 글을 썼습니다.​ 한 번은 제법 어려운 수학 문제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제대로 풀지 못했습니다.​ 수학 문제를 근사하게 풀지 못해서? 아니었습니다. 나의 행동들이 올바르지 못했기 때문에... 다정한 아이들 마음에 작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여기서 더 가져봐야 또는 더 명예를 얻어봐야 잠깐 뿐인 자기 만족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닝페이지 2026.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