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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게임 소년의 기원.

초등학교 6학년 시절이었다. 남학생 중 1등을 기록했다. 조금 불편한 무릎과 발목. 하지만, 걷는 일도, 그 때는, 아직 가능했다. 공부는 약간 잘했고, 게임은 더욱 잘했다. 어른들이 보기엔 놀기 바쁜 아이라 걱정이 되었겠지만, 뭐, 나로서는 만족으로 물든 기쁜 삶이었다. 엄마는 몸이 불편한 나를 위해, 슈퍼알라딘보이 (메가드라이브) 게임기를 사다주었다. 뛰어놀기 힘들어 하는 나를 위한, 당신의 깊은 사랑이었다고 생각한다. 추억을 잔잔히 되짚어 본다. 구체적으로는, 랑그릿사1, 소닉2, 판타지스타4 같은 호화로운 라인업이었고, 그 시절의 게임회사 세가는, 인기 있는 게임회사 닌텐도처럼, 우리네 게임 친구들 사이엔 꽤나 알려진 회사였다. 무릎이 불편해서 뛰지 못한다는 게 무슨 불편이겠는가. 게임 ..

7. 게임 제국의 꼭대기.

만 스무살의 성탄절이었다. 외로운 밤이었고, 게임조차 쓸쓸했다. 클릭 몇 번, 동호회를 만들었다. 게임 동호회는 무척, 아니다. 솔직히 말한다면, 엄청나게 성공했다. 수 백명이던 회원은, 수 만명이 되었다. 접속하면 늘 할 일이 있었다. 귀한 능력자들까지 계셨다. 게임 한글화 작업을 성공하는걸 지켜봤다. 지금 그 시절을 돌아보면 적지 않은 "기쁨"이었다. 닉네임 초기인 형님이 생각난다. 정모에서 평생 잊지 못할 겸손한 멘트를 건네신다. "지수(시북)님, 당신은 0 에서 1 을 만든 사람이예요. 자부심을 가지세요. 세계를 만드는 일. 그건 아무나 할 수 없답니다." 시간이 더 흘러, 나의 게임 제국은 한 분야의 거의 최고점까지 올라갔다. 이상한 사람들이 더욱 많이 보였다. 좋은 사람들은 각자의..

6. 학창 시절과 겨우 5분.

선생님 저는 자신 없어요. 어차피,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6개월만에 중학교, 고등학교를 도전한다니. 기출문제를 풀어보고, 비오듯 그이는 사선을 보며, 나는 절망했다. 그래. 이 문제는 알고 있음. 동그라미는 더 적었다. 야학의 혜윤 (가명) 선생님은, 다르게 생각하셨다. "지수야. 점수는 삶에서 중요한 게 아냐. 용기내봤니? 한 번 해봤니? 그게 전부인지도 몰라." 배움이란, 알려진 지식이나 문제풀이기술을 떠먹여주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불이 타오르게 마법을 거는 연금술 같은 것. 그 시절, 혜윤 선생님은 다정하게 나를 살짝 안아주셨다. 모르는 것을 물어봐 라고 말하지 않으셨다. 그냥 당신이 다니던 그 부산대학교에 몇 번이고, 나를 끌고 올라가서 같이 웃기만 했다. 꽃이 핀 나무와 교정은 ..

5. 굿바이 게임 라이프

게임을 어릴 때부터 좋아했다. 잘 설계된 틀 안에서, 금방 성장하는 느낌이 특히 좋았다. 그건 내가 현실에선 무척 약했기 때문이겠지. 그래서 가상의 세계에서 강한 적을 물리치면 일종의 짜릿한 성취감이 쌓였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샘솟는 청춘의 시절에는, 세계를 게임 무대이자, 실험실로 생각하며, 건방을 부렸다. 나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 남의 이야기를 잘 듣는 것. 삶의 실타래를 풀어나가는 일은 섬세한 배려가 필요하다. 나를 이해하고 싶어서 복잡한 질문을 던졌다. 솔직한 답변까지 부탁했다. 오늘날 (현재는 2026년이다.) 제일 똑똑한 인공지능 모델 중 하나인 구글 제미나이는 게임의 미래가치를 나에게 0 이라고 보여주었다. 진실이란, 가끔 보기가 좀 불편하다. 그러면? 그렇다면? 좋아하는..

4. 엄마 생각 (생일 축하해!)

가녀린 몸의 엄마는 나를 업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의 일이었다. 무릎과 발목에 뜸을 놓았다. 눈물이 날만큼 아파서 늘 가기 싫었다. 하지만 엄마에게 업히는 것은 늘 좋았다. 아이들이 안아줘, 업어줘 하는 마음을 약간 더 이해한다. 감촉에서 기억이 조금씩 다가온다. 지워지지 않는 이상한 기억 그 시골 한의원 가던 풍경이 생각난다. 나는 잘 걷지를 못했다. 학교를 하도 길게 빼먹었더니, 친구들이 한마디씩 적은 큰 종이를 건네주었다. "빨리 학교에서 보자." 반 친구들이 그토록 좋았다. 어린 시절, 희망과 사랑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동심 이라는 다정한 단어가 좋았다. 아파도 좋은 게 간혹 있구나 라는 생각의 근원은 여기쯤이다. 체육 시간에는 배려를 받았고, 저 멀리 떨어져 앉아, 친구들의 모..

3. 나의 연주, 나의 노래.

평소라면 절대로 하지 않았을 이상한 일을 한다. 피아노 건반을 눌러보며 애를 쓴다. 연습 없이 갑자기 잘 될리 없다. 너무 낮은 음도, 너무 높은 음도 피아노에선 구현하지 않는다. 사람은 들을 수 있는 소리가 제한되어 있다. 피아노 건반이 88개로 아름다운 선율이 충분하듯. 나에게 불필요한 것이 살짝 보이기 시작한다. 물건. 그것도 많이 아끼던 게임기계 하나를 내다 팔고, 맛있는 저녁식사를 즐겼다. 유튜브라는 곳에 접속해 1개월 유료를 다시 구독하고, 멋진 클래식 음악들을 마음껏 즐겼다. 불필요한 것을 버리기. 나에겐 큰 용기가 필요했다. 없으니까 속상하고 허전할 줄 알았는데, 역시 없어도 되는거였구나 마음이 놓인다. 인생은 좋은 사람 한 명만 알고 지내도 충분한 성공이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

2. 아픈 날에, 너무 슬퍼하지 마.

며칠 뒤, 반년만에 드디어 일자리 테스트를 받는다. "아마... 다시 일할 수 있을꺼야." 계속. 계-속. 나를 다정히 안는다. 세계가 발전한 걸까? 괴물이 된 걸까? 잘 모르겠다. 덜컹거리는 지하철이지만, 책을 펴서 시시포스의 신화를 곱씹는다. 나의 목표, 나의 꿈, 나의 인생, 바위가 한 번 사라졌으면 뭐 어때? 다시 바위를 찾아서, 산을 내려가며, 멋진 풍경을 보는 것 또한 인생이라고 시인은 아름답게 썼다. 또 다른, 휘트먼 같은 시인은 내친 김에 이렇게 비유했다. "추위에 떤 사람일수록 태양의 따뜻함을 느낀다." 이것은 단순한 이야기로 들리지 않았다. 고도 문명. 추위에 떨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간다. 태양에 무감각해 진다. 햇볕 하나로도 즐거웠던 아름다운 인생을 잃는다. 쓰르르 빗소리, ..

1. 캄캄한 밤, 조금 더 살아보기.

캄캄한 밤이다. 달빛도 별빛도 보이지 않는다. "이제는 가게를 그만두셔야 겠네요." 나는 좀 더 일하고 싶었지만, 건강이 따라주지 못했다. 벌써 이 곳에서 두 번이나 재발해버린 병세. 가게. 긴 시간을 함께했던 작은 세계 였지만, 뜻밖의 이별은 굉장한 무거움, 그리고 슬픔이었다. 그렇다. 여전히 가게를 찾은 좋은 손님들의 얼굴과 미소가 기억에 선명하다. 내년에도 밝은 모습으로 만나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나는 가게 대신 병원에 와 있다. 의사선생님은 이럴 때는 참 솔직하시다. "발전한 현대의학이지만, 아직 완전히 낫게 할 수는 없으니까요. 가라 앉을 때까지 최대한 노력해봅시다." 삶이 지나칠 만큼 허무하게 느껴졌다. 열심히 눈 앞의 바윗돌을 굴려서 하루하루 밀었는데, 험난한 뜻밖의 오르막길 앞에..

[이탈리아] 4. 시칠리아 팔레르모

이번에는 시칠리아 팔레르모 구경. 두 형태의 모습을 가진. 서로 다른 교회도 볼 수 있었다. 다소 음산해 보이던 구 시가지가 기억에 남는다. 약 10년 ~ 15년이 지난 지금은 리모델링에 성공했을까. 내가 사는 동네는 전혀 바뀌지 않고 세월만 흘러가고 있을 뿐. 그럼에도 나는 우리 동네를 꽤 좋아한다. 카메라 덕분인지, 팔레르모 사람들의 해맑고 친절한 태도 또한 신기했다. 유럽의 밤은 무섭고, 소매치기는 존재하고, 생각해보면 한국은 대단히 살기 좋은 셈이다. 그 이상한 비교문화만 덜 하다면 말이다. 그래도 돌아보면 나는 스스로 자랑을 많이 하던 쪽에 속했다. 마음씨 착한 사람들은 쓸모없는 자랑을 오냐오냐 너그러이 받아주었지만, 냉정한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가지고 싶..

세계테마기행 2026.03.08

[이탈리아] 3. 팔라조 아드리아노

팔라조 아드리아노. 영화가 이끄는 장소였겠지. 그런데 나는 아직 영화 시네마 천국을 보지 않았다. 다만 이탈리아 의 낯선 시골을 보는 재미는 있었다. 시골의 부자 청년 한 명도, 지금 먼 곳에서 숙박 손님이 왔는데, 자신의 일상인 축구 오락기에 열심이었다. 어른들은 술집에 모여, 카드게임을 즐기는 여유. 딱히 할 일이 없다는 그 여유로움이 슬쩍 느껴진다. 할 일이 없다. 그 말이, 여유와 미소 로 그려지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나는 할 일이 없으면, 불안감과 쓸쓸함 으로 느껴질 때가 많았다. 사람들은 "여기에 나는 와 봤다." 흔적을 남기기 위해서 여행을 하는 걸까. 흔히 인간은 장소를 옮기면, 다른 생각이 떠오른다는 말을 한다. 나 또한 무겁기만 한 생각을 씻어내기 위해서, 여행기에 기대고 ..

세계테마기행 2026.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