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 (에세이) 22

[피아노 7편] 3주간의 특훈

오늘은 원장님도 나도 개인사정이 있었다. 그래서 특훈을 하기로 했다. 같은 부분을 10번, 심지어 20번, 30번... 마치 근육이 기억하듯이 노력하기로 한다. 막판에는 원장님이 농담을 건네신다. 자, 100번! . 의미 있는 곡이니 외울만큼 노력하라는 그 깊은 헤아림을 어찌 모를까! 또 다시 멋진 악보 앞에 감동이 커진다. . 원장님의 눈물을 보았다. 슬픔을 보았다. 상처를 보았다. 드릴 위로가 단 한 마디가 없었기에, 그저 듣기만 했다. . 집단 정신 착각에 걸려 있는 것이 틀림 없다. 그 고대의 사람들도 교만 = 아는 척 이 가장 큰 죄악인 것임을 이미 알았는데... 현대인들은 다들 스스로 똑똑하다고 떠들기 바쁘다. . 나는 어머니 생전에 정신병동에서 어머니를 모시며 아예 미쳐버린 이들을 굉장히 보..

[일기6] 악인의 꾀, 그리고 심판과 멸망

솔직히 말하면, 나는 시편 1편을 정말 좋아한다. 물론 1편 1절도 좋지만. 후반부도 매우 즐겨서 읽어보곤 하는데, 대략 이렇다. 악인들은 그렇지 아니함이여 오직 바람에 나는 겨와 같도다 그러므로 악인들은 심판을 견디지 못하며 죄인들이 의인들의 모임에 들지 못하리로다 (중략) 악인들의 길은 망하리로다 [시편 1편 4~6절] 짧은 겨우 5줄 이지만, 그 폐부를 찔러대는 깊이가 나는 옛날부터 좋았다. 기독교의 핵심은 구별이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조금 더 강하게 말한다면, 악인들에 대하여, 그래 - 너희끼리 놀아라 이 저질들아. 지금 깔깔거리지? 망하는 거? 심판 불에 타는거? 우리 다 보인단다. 구약 성서는 그래서 때때로 두려움 이라는 감정도 든다. 나는 기본적으로 사람을 판단..

[피아노 5편] 플랫 - 반음

나는 아는 게 없다. 백지 였다. 어쨌든 오늘부터는 제목이, 돌아온 피아노가 아니다. 그냥 피아노다. 겨우 3~4달 레슨 받는다고... 피아노를 칠 수 있다고? 믿지 않았다. 나는 그래서 작전을 바꿨다. 2배, 3배만 노력해보자. 즉 - 일단 매일 피아노 30분에서 시작하는 것. 두 달 쯤 지나니... 양손을 드디어 누르고 넉 달 쯤 되어가니... 반음을 드디어 익힌다 말할 것도 없이 지혜로운 원장님 혜안 덕분이다. 할 수 있는데까지 엄격하게 밀고 가시는데, 마치, 아주 아주 잘 쓰인 소설책 같은 기분이다. 따라가기만 했는데, 어느 구간을 넘는 기쁨. 희열 이라는 단어도 좋지만, 더 솔직히는 힐링이 된다. 그토록 맑은 그랜드피아노를 아침부터 명랑하게 치고 있노라면, 그 무엇도 부럽지 않을 뿐더러, 잡념 ..

[일기05] 가끔은 넘어질꺼야!

지하철 안이 너무나 졸립다.잠들꺼 같아서 일부러 일어난다.눈에 보이는 사람을 관찰한다.오른쪽에 일곱 명이 앉아있다.그럼 반대편도 대칭이니 일곱 명...14명 중 - 독서인원은 0명 이었다그 옆 칸으로 가보니 역시 0명 이었다.28명 중 0명.지하철 1마디 - 총 42명의 일반좌석 중,앉아서 책 읽는 사람은 정말 0명 이었다.희망이란,아이들은 그럼에도삼삼오오 모여 웃는다.과감하게 맨 뒤 땅바닥에 앉아버리기도 한다.그래. 너희가 대한민국의 미래다.말만 하고,돈만 떠드는,이상한 외계인이 아닌.청소년, 너희야 말로 21세기의 "멋진 인간"이구나.너희들에게 늘 배운다.얘들아! 가끔은 넘어져도 얼마든지 괜찮아!- 2025. 09. 12. 지하철을 바라보며. 허지수.- 스마트폰에 세뇌된 세상을 바라보며.

[돌아온 피아노 4편] 단, 한 곡의 기쁨.

엄격한 원장님이 레슨을 마치며, 미소를 건네셨다. "오~ 연습 많이 하셨네요!" 그렇게 단 한 곡을 알게 되었다. 언제든지 친구처럼 연주할 수 있는, 단, 한 곡을 가까이 하게 되었다. 아... 그 기쁨이 끝나기도 전에! 박 원장님은 또 다시 아름다운 곡을 알려주신다. 나는 솔직히 바이엘 02 라고 항변하고 싶었지만, 선생님이 그런 일에 신경 쓰실 분이 아니다. 나는 행복이 물감색처럼 번져간다. 비가 내리고 무지개가 보이는 것처럼, 다채로운 음악소리가 오고 간다. 선생님. 다만 오늘도 고맙습니다. - 2025. 09. 10. 허지수 (지하철에서)

[돌아온 피아노 3편] 너는 정직한 악기

피아노가 좋다 솔레솔을 배운다 잘은 모르지만 화음이 아름답다 다정하게도 들려서 선생님은 또 다시 알려주신다 지수씨 피아노는 강하게 쎄게가 전부가 아니예요! 아! 드디어 나도 힘을 빼고 멀리가는 음색을 배운다! 세상을 사는 일은 어쩐지 불협화음 같다 나는 솔레 를 누르면 상대방은 화음을 맞추지 않는다 그 대신 아무렇게나 아무음이나 크게 눌러버린다 그렇게 이번에 크게 한 번 속상한 일을 겪었다 사람들은 사람에 속은 나를 비난하고 웃어댔다 그리하여 소중한 일터에서, 나는 나와버렸다 책임질 줄 모르는 인생이라고 또 혼났다 울음을 참고, 또 참는다. 금정구청까지 찾아가서 억울한 사연을 맘껏 호소하고 나니, 그제야... 세상을 원망할 마음이 가라앉는다 심리상담사 분은 무료 등록을 권했다 그렇게 오늘부터 긴 시간, ..

[삼촌일기] 고양이와 생선

싱싱한 낚시꾼이 잡은 참돔 30cm고양이 먹으라 던져주네아이구 놀래라!고양이들 입도 안대고주위만 뱅글뱅글 눈치만 보네참돔이 아까워기분 좋게 들고 와어찌 먹을까 고민하다적당한 소금 간을 해서저녁에 콩기름 둘러 참돔구이 저녁반찬아! 생선 맛도 모르는 요즘 고양이 덕분에참돔구이 이렇게 맛있을 수가!(사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 씩이나!)- 2송도 빨간 등대 이야기- 새벽 3시 산책하며- 창작 :: 영도고등어 (허ㅇㅇ)(user731003842209825 / 틱톡 영도고등어)- 업로드 :: 허지수 (시북)- 2025. 08. 이야기

[이ㅇㅇ/304] 모모를 전하며

우연히 만나서 더욱 반가웠단다 서면 영광도서까지 달려가서 사왔다 뜻밖의 선물이 되겠지만 그래도 재밌게 읽어보렴 늘 빛나는 눈동자가 매력 그 자체인 이ㅇㅇ . 나의 어리숙한 짧은 손편지 보다는 좋은 책 한 권이 더 많은 것을 전해주리라 믿는다 혹여 이미 모모 벌~써 예전에 읽었다면... 네 친구 한 명에게 선물해버리고 잔소리 해버렷! 책! 책! 읽고, 교양도 쌓고, 생각도 기르고~ 야호! 아니, 그냥 잘 간직해뒀다가 두 번 넘게 읽어도 좋은 책이라고 난 생각해 오늘도 웃으렴. 그거면 나도 기쁜 하루가 될꺼야. - 2026. 03. 04. 생일 축하 선물 전하며 - 허지수 - 난 분명 생일 챙겼으니까 ㅎㅎ 아쉬워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