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 추리 소설을 썼다는 그 유명한 작가는 사실 의사였다.
이제와 밝히지만, 나도 어릴 적 공부는 좀 했고, 꿈이 의사라고 말할 만큼... (중략)
나는 건강상의 큰 문제가 있었기도 했고, 아무튼,
뭐, 지금은 그 길을 가지 않은 것에 크게 감사한다. 얼마나 힘들고, 무거울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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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가 정말 존경하는 S대 박사님 (구OO 정형외과 선생님이시다) 은, 의사 집안이다.
어느 조용한 시간 클래식을 듣고 계셨다.
원장실에는, 손주가 그린 어설프고 빛나는 사진이 아름답게 걸려 있었다.
30대 후반 - 40대 초반. 원장님, 자녀분이 전교 1등을 할 만큼의 수재였고,
그걸 자랑하다가, 아내 허 모 선생님께 엄청나게 혼났다고 한다.
나는 이 (백발) 전문의 선생님의 겸손한 삶에서, 인생을 배웠다.
낮은 곳으로 살아가는 삶. 자신의 할 일에 열정을 다 하는 삶.
그렇게 화목한 부부는, 결국 아들도 의사로, 며느리도 의사로, 그렇게 되고 말았다.
그런 자랑은 평소 절대 하지 않지만, 나에게는 일부러 해주시곤 한다. 그저, 허 씨라는 이유로...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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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BS PD님의 추천 도서 중에, 이번에는 (옆나라 일본의) 의사 선생님의 도서가 특별히 있길래, 힘껏 읽었다.
무슨 주변에 잔소리들이 그렇게 많은지, 의사라 바빠죽겠는데, 애들을 방치한다고 욕을 그렇게 먹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의사라는 (일부 전문계통) 직업 특성상, 아이들을 다 챙겨가며, 음식하고, 집안을 돌볼 그럴 여유가 어디 있나.
그것도 엄마가. 엄마는 그냥 애들을 믿기로 했다. "얘야, 미안한 건 나도 아는데, 나가서 밥 먹고 오고, 그래라. 시켜서도 먹어라."
그렇게 햄버거 챙겨 먹고, 암튼... 각종 바깥 음식 먹으면서, 돌봄을 크게 받지 않고, 열심히 사는 엄마 뒷모습이나 보던 아들.
그 아들, 어쩌다, 의사가 되었다. 분명 가까이서 선명히 보았을 것이다. 그 엄마가 얼마나 멋진 삶을 살고 있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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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번에는 편의점 단골 손님 중에, 송 어르신이 있었다. 부인은 교사였다. 그것도 바쁜 교사였다.
그래도 피아노는 좀 시켜야 겠다 싶어서 딸을 피아노 교육을 조금 시켰다. 바이엘, 그리고 체르니 약간.
좀 크다보니, 딱 하나 더 시켜야 겠다는 생각이 드셨나보다. 부인께서는, TV를 하나 놓았다. 채널은 하나였다. EBS 고정.
지금으로 치면, 이런 것이다. 한국기행, 세계테마기행, 극한직업, 건축탐구집, 명의, 각종 다큐멘터리.... 이런 것의 반복.
학교가서 수업듣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그냥 (수업 후) 선생님에게 묻고, 집에서 TV나 보던 따님.
유명한 병원의 의사가 되고 말았다. 교육이 뭘까 라고 물을 때는, 나는 단순히 대답한다.
추억쌓기죠. 책? 영화? 대화? EBS (한국교육방송) ? 뭐든 좋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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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주의 - 강한 표현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 반대는 이거라고 생각한다. 추억없애기.
쉽게 말해, "따라다니면서 오직 내 아이만 생각하는 태도는, 아이를 사회부적응자로 만들어 버리곤 했다."
나만 생각하는 이기주의자를 그 어떤 사회에서 좋아하겠는가. 그 엄마에, 그 자식이라고, 똑같은 복제품이 나오곤 했다.
극한의 이기주의자들은 뻔뻔함으로 무장해서, 이렇게 서슴없이 말하곤 한다. "내 귀한 자식이라고!"
나는 드디어 깨닫고, 드디어 생각한다.
"아? 그러셨군요. 제가 전혀 몰랐네요!
죽을 때까지 고마운 타인이 단 한 명 없는 세상,
친구도 없는 그 황량항 세상.
그 미친 목마른 지옥에서 끝없이 헤매어 보라고."
(라틴어) 세월이라는 재판관 속에 - 사람들은 결국 모두가 안다. 이기주의자의 끝을.
그런 짓을 부모라는 인간이 하고 있다니... 자식의 목을, 팔다리를, 조르고 있는 부모라니...
물론, 모든 부모님이 그렇지는 않다.
하지만 일부 부모는 쓸데없는 교육지식으로, 자기 자녀의 한 번 뿐인 소중한 시절을 죽여버리고 있구나.
다시 경고하지만, 높은 자리는 결코 아름다운 곳이 아니다.
수학 20점에서 30점이 된 것은 눈부신 발전이지만,
수학 90점을 자랑하고, 나 다음 시험 어쩌지 하고 걱정하는 이중성은, 결코 교육이 아니다.
음악을 완전 모르는 나지만, 음악 조차 마찬가지다. 내가 어디까지 노력하느냐가 천재성의 발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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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그래서, 이번에는 진짜 피아노 이야기다.
어릴 적, 나는 아팠다. 걷지 못했다. 화장실을 쉽게 못 가서, 오줌을 받는 통이 내 방에 있었다. 꽤 긴 세월이었다.
그 때, 허O미 라는 소녀가 있었다. 몹시도 가난했다. 집에는 꽤 낡은 피아노 한 대 뿐이었다.
나는 수 없이 시도한 끝에, 마침내 걷는다는 기적을 맛보았고, 마찬가지로 허O미 라는 친구는... 그녀는, 소녀는.
피아노의 세계를 알게 되었고, 사랑하게 되었다.
심심하면 피아노를 쳤다. 그 시골에서는 할 일이 특별히 없었다.
학교 숙제를 했다. 학원에도 다녀봤는데, 학원 문제가 어느 날부터 쉬워보였다.
피아노의 악보는 어지간한 중고등 학원 문제보다 어려운 구성이 종종 있다.
학원 대신에, 그냥 피아노를 쳤다. 그것도 열심히 쳤다. 심심하니까, 이번에는 학교 숙제를 성실히 했다.
소녀는 어른이 되었다. 국립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전액장학생으로 합격했다.
노력한 흔적은 몸에 고스란히 남아 있어서, 고단한 의과대학 생활도 멋지게 소화했다. 차석 졸업이었다.
그렇게 피아노 소녀는, 천재 의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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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피아노는 성실과 훈련의 세계이다. 하루 30분씩 일주일만 쳐봐도, 그 흔적이 레슨 때 남아있다.
그러면 공부는 무슨 세계인가. 읽고, 듣고, 쓰고... 게다가 말하는 것도 좋다. 친구와 말할 수도 있다.
그렇게 성실과 훈련이 쌓여가면, 그 친구가 성적이 나쁘다는 게 오히려 이상하지 않을까?
포기하지 않고 노력해 나가는데 성적이 나쁠 수는 있다. 분명 그럴 수 있다.
나도 피아노 아무리 노력해봐도, 발전 없는 절망감이 들 때가 있다. 분명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내가 직접 노력해 봤다는 것"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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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사는 법은 2개인지도 모른다.
직접 노력해서 좌절했다가, 그 눈물을 닦아보고, 이겨낸 사람은, 빛이 난다.
한편, 죽을 때까지, 용기 하나 없이 살아가는 이는 생각보다 훨씬 많다.
어느날 수제자 이ㅇㅇ군이 돌려서 넌지시 말했다. (아주 좋은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친구다)
"지수 선생님은 그렇게 가난하게 살면 안 불편하세요? 남들이 안 부러우세요?
가끔 저는 지수 선생님이 오히려 부러워 보여요. 그다지 타인과 비교하지 않는거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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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에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 해 온, 놓을 자리도 없을 만큼의 많은 책들이 쌓여 있는데다가,
도서관에서 이번 추석 연휴에 빌린 책만 15권이나 된다. 다 읽어질리도 없다. 나도 욕심이 넘친다.
많은 책들은 부자가 되어라, 큰 사람이 되어라, 중요한 것을 하라 라고 꽤 폼나게 가르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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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들은 오히려 이상하게 쓰여 있다.
- 아는 것에서 모르는 것으로 가보라.
- 지혜 많은 평론가 대신에, 그저 경기장에 뛰어들어보라.
- 취미에 인생을 걸어보라. 절반쯤 그냥 취미에 다 쏟아봐라 (예를 들어 피아노 라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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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을 정리할 마치는 시간이다.
글에서는, 네 분의 천재 의사 자녀가 나왔다.
한 사람은 충분히 가까운 사이라서 그 아버지와도 아는 사이다.
그 아버지의 젊은 시절 별명은 거지 허ㅇㅇ집사 였다. 하도 가난해서 그랬다고, 나는 어렴풋이 알고 있다.
그런데 왜 딸은 천재의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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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0대 시절에도 운 좋게, 좋은 아이들을 알게 되어서, 몇 명을 가르쳐 봤고,
나는 지금 시절에도 운 좋게, 좋은 아이들을 알게 되어서, 몇 명에게 책 선물을 줄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너무나 운 좋게도, 10월에 또 하나의 선물을 줄 수 있게 되었다. 그건 비밀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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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라는 것은 그러므로 얼마나 멋진 세계인가.
굳이 오스트리아의 예쁜 말러의 풍경이 아니더라도,
손가락을 움직여가면서, 연주해가면, 그 기쁨은 얼마나 좋은가!
우리가 의사가 되자는 글이 아니다. 그런 오해로 들렸다면 나의 글 솜씨 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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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 우리가 인생을 살자 " 라는 뜻이다.
이 글은, " 또다른 천재 중학생 김OO의 표현을 빌려서, 어울려서 살아가자 " 이다.
왜냐하면, 결국 알게 될 지도 모르니까.
좋아하는 것을 즐기고, 하루를 웃으며 살기에도, 인생 엄청나게 짧다는 것과,
공부라는 것을 나 스스로 해놓으면, 세상이 엄청나게 다르게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나는 지금도 왼손을, 음표에 맞춰서 5박자 밀어 치는 게 어렵다. 어설프기가 짝이 없다.
스타카토 표현이 나오면, 어쩔 줄 몰라한다. 어색하기가 짝이 없다.
알고보니, 이것이 인생이었다.
어설프고, 어색하지만, 그럼에도 삶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고,
하루를 힘껏 살다보면, 우리는 어느새 인가, 말도 안 될 만큼, 예쁘게 자라있을 것이다.
뭐, 안 자라도 된다.
뭐, 몰라도 된다.
차라리 바보라도 좋다. 다른 사람의 존재가 눈에 들어오는 사람이 된다면, 그게 나의 오랜 꿈이다.
얼마든지 가난해도 좋다. 멍청이라고 놀림받아도 좋다. 내가 세운 길을 향해 계속 걷는게 나의 꿈이다.
자, 걷지도 못하던 사람이.
이제 걷기도 하고, 한 손으로 피아노까지 치고 있으니, 어쩌면 삶은 감사와 기적이 아닐까.
이 글을 수 많은 존경하는 선생님께 드립니다.
- 2025. 10. 02. 오후 08시 15분경. 허지수 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