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축구선수 포스팅에 관하여 잠깐의 소회를 "아주 정직하게" 밝힐까 합니다. 블로그를 개설한 지, 어느덧 2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습니다. 시행착오도 많았고... 무엇보다 많은 분들의 애정과 관심을 받았던 것은 참 행복했던 경험이었습니다. 그 분들의 격려가 없었다면, 여기까지 쓸 수 있었을리가 만무합니다. 어느덧 150번째 축구선수의 포스팅이 눈앞이네요. 처음 축구선수 바죠의 이야기를 할 때도, (지금 제 지갑 속에도 있는) 한 장의 바죠카드, 그 이미지와 함께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제 어느덧 피구까지 오게 되었네요.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사연을 이야기 하자면,
저는 물론 축구를 좋아합니다만, 우연히 어느 해외축구게임 관련정보에서 대단한 선수 약 200명을 선정한 적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그 중에 20명도 채 몰랐을 겁니다. 기껏해봐야 아는 선수라고는 지단, 피구, 호나우도 정도 였지요. 호기심이 들었습니다. 저들은 대체 어떤 경력을 가지고 있기에 위대한 선수라고 불릴 수 있던 것인지... 그렇게 한 명, 한 명을 알아보다보니 그들이 대단한 선수로 불리는 데는 저마다의 까닭이 다 있었던 겁니다. 나 혼자만 알고 있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200명 정도를 소개해보자! 라는 생각으로 글을 하나 둘 적어갔던 겁니다.
따라서 제가 그동안 올려왔던 글은 제가 그 선수에 대해서 잘 알아서 쓰는 글들이 결코 아닙니다. 단지, 여러 자료들을 조사하고, 분석하고, 정리해서 올리는 그 수준입니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해외의 선수평가 자료를 제 나름대로 재구성하고 약간의 살을 입혀서, 소개하는 수준입니다. 글들이 한 선수에 대한 개인적 견해보다는, 제 생각이 덜 들어가고 객관적으로 느껴지는 까닭도 이러하기 때문입니다. 애시당초 자료에 충실한 글이지, 제 경험과 느낌에 충실한 글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물론 마냥 쉬운 일만은 아닙니다. 자료가 방대할 때는, 한 두시간으로는 절대로 안 되고, 심지어 반나절 넘게 글만 치고 있던 적도 있습니다. 베켄바우어 같은 경우가 그러했었지요. 뿌듯하고 보람찬 일이었습니다만 (웃음) 피로감과 압박감도 적지 않았습니다. 심리적으로도 전문가도 아닌 내가 감히 이렇게 선수들에 대해서 막 써놓을 수 있는가 라는 부담도 있었고요. 100번째로 차범근 선수를 썼을 때도 굉장히 망설였는데, 욕을 먹더라도 나름대로 정리작업을 도전해볼만한 가치는 있었다고 되돌아보게 됩니다.
환경적으로도 운이 좋았습니다. 작년에 한참 한 주에도 몇 명씩 써내려갈 수 있었던 것은, 일하면서 틈틈히 컴퓨터로 작업할 수 있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시간적으로 힘이 많이 듭니다. 일상이 많이 바빠져 버렸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아이들을 가르치고, 하고싶은 것들을 즐기면서 살아가기에도 하루는 너무 짧습니다. 게다가 생계를 든든히 책임지는 일과 결혼과 가정을 준비하는 것도 지금부터 해야 하고, 인생에서 중요한 것들을 위해서, 신경을 많이 쓰는 일들을 줄이고, 진정 필요한 일들에 집중을 해야 함을 많이 느꼈습니다. 아무리 나는 이 모든 것들을 다 해낼 수 있다고 다짐해 보았지만, 때로는 과욕이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상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축구선수에 대해 쓰는 것은 앞으로 정기적으로 쓰지 않고자 하며, 요청선수도 가급적 받지 않으려고 합니다. 제가 여기저기 많이 웹서핑을 하는 편인데, 사진도 많고, 자료도 잘 정리해서 축구선수를 소개하는, 다시 말해 애정이 듬뿍 담겨서, 또는 전문적인 관점으로 축구선수를 소개하는 곳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 분들에 비한다면 저는 조족지혈 수준일 뿐입니다 (웃음)
중국에서 일하시는 블로그 지인 바셋님께서 얼마전 "딸아이가 어린이집 생일 잔치날 선생님이 장래희망을 물으니 '아빠'라고 했답니다 눈물이 핑 돕니다" 라고 소회를 짧게 밝힌 적 있습니다. 나도 훗날 그런 아버지가 되어야 한다고, 그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행복한 일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일을 한다면, 나머지는 저절로 행복하게 완성되어 간다는 사실을 또한 압니다.
아예 축구선수 포스팅을 접는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앞으로는 업데이트를 기대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어쩌다가 한 번 들러주신다면, 그 무렵에 한 두개 정도는 올라가 있을 것입니다만... 해야할 일들이 너무 많아서, 블로그에 많은 정성(=축구선수 포스팅)을 정기적으로 쏟지 못하는 점을 공지하고자 합니다... 그동안 받은 관심에 비한다면 정말 죄송스럽기가 그지 없습니다. 수 많은 격려와 좋은 댓글들만 많이 보아와서 감사한 마음도 숨길 수가 없습니다. 정말 재차 감사드립니다. 종종 생각나면 한 번씩 놀러오세요 ^^ 그럼 소회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