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을 말한다면, 나는 전자오락을 좋아하는 몹쓸 병(!)에 빠져 있다.
그런데 특히 요즘 스마트폰 게임은,
시간이나 재화(=돈)를 투자해야 유리하게 구성되어 있고,
나는 그 점이 대단히 싫었다. 거칠게 말해, 혐오스러웠다.
그래서 한국의 플레이스토어(=스마트폰) 게임은 아예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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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서론으로 시작한 이유는 피아노는 뭔가 다른 세계이기 때문이다.
그 육중한 몸의 그랜드 피아노로... (이게 눌러보면 정말 많이 다르다...)
간단한 선율만을 치고 있어도, 대단히 즐거움이 크다.
예를 들어, 오늘부터는 바이엘 제 3권 이고, 번호로도 앞 번호 곡을 쳐보는데,
이 또한 장치가 숨어 있거나, 한마디로 장난이 아니다.
축구 게임으로 치면, 기본적인 2대 1로 주고 받는, 기초 삼각형 모양 패스 같은데,
거기에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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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님.
(왼손) 새끼 손가락이 변화하는 구간이 보이나요? 여기에 숨은 멜로디 라인이 있어요.
여기를 이렇게 힘 있게 포인트(강조)를 해보고, ~ 그렇죠. 엄지는 살짝 부드럽게 눌러주고.
나는 너무 놀랐기도 하고...(!)
같은 악보라도, 완전히 다르게 보이는구나 에, 오늘도 큰 충격을 받았다.
높은음 자리표 이제 안 틀려야지, 주의를 기울이는데도, 여전히 실수 연발이고,
왼손은 잘 보이지도 않지만, 그래도, 조금씩, 조금씩, 꾹꾹 눌러가다보니 레슨 시간~ 끝!
게다가 연습했던 곡은, 따로 별 말씀을 안 하시며, 선생님께선 듣기만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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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도 어디까지 복습하고, 어느정도 예습을 하는 게 좋을지 살짝 감을 잡아간다.
오버페이스로 할 수 없는 - 학교 중간고사 기간이기도 해서, 피아노에 힐링의 시간만을 담아간다.
다시 말하지만, 그 거대한 음이 퍼져나가는 느낌이 말할 수 없이 "선명하고 깨끗하다"
잘 조율된 음, 하나 하나가 들려주는 무거우면서도, 단단한 소리.
이번에도 선택지를 건네주시는 선생님.
나는 다소 소극적으로 선생님께 결정권을 맡겨 보았으나,
거침없이 다시 공을 이 쪽으로 패스해 버리시는 잔인한(!) 선생님.
결국 왼손 두 음+ 누르기로 진행하기로 한다. 애써 또 Arr 까지 해주시는 선생님...
이럴 때는, 슬쩍 미안하지만! 내가 그 만큼 노력하면...
아마, 선생님은 (몰래) 기뻐해 주시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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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선생님의 연락이다.
웃음이 있지만, 사실은 이제부터 또 시작이니, 각오하라는 배려의 미소일테지.
... 라고 혼자 이상하게 해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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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하게.
시원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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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걱정하지 말라며,
선생님 특유의 강력함이, 든든히 전해져온다.
나의 피아노 사랑 - 피아노 앓이 - 제 2막은, 분기점을 넘어서,
조금 더 먼 곳을 향해서, 걸어가게 되었다.
이런 것을 조금 기쁘다고 쓰기에는 단어가 아쉽다.
그저, 피아노 한 곡이라도 칠 수 있고, 배워나갈 수 있어서,
마음 가득, 위로가 된다.
- 2025. 10. 22. 저녁 06시 35분 / 허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