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 (에세이)

[피아노 10편] 정확하게, 그것이 어렵다.

시북(허지수) 2025. 10. 15. 19:50

 

 벌써 10편 이라는 것은, 다시 말해서 10주 레슨이 지나갔다는 이야기.

 학업 중임에도, 좋은, 그리고 긍정적인 취미가 되어주었다.

 

 오늘 느낀 바는, 정확한 터치가 어렵다는 느낌을 매우 강하게 받았다.

 다르게, 조금 더 냉정하게 말한다면, 한 곡이라도 숙달된다는 것은 훨씬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오늘은 선생님께서 일부러 왼편을 도맡아 앉으셔서, 오른손을 집중훈련 시키셨다.

 자신감은 과잉되어 있었고, 실제로는 힘만 잔뜩 들어가 있었고, 좀처럼 정확한 위치를 잡지 못했다.

 

 .

 

 어느 지인은 또 긁는 소리를 해댄다.

 왜 돈들여가면서 피아노 취미를 배우려고 하는건데요?

 에이, 선생님이 뭐가 중요해요, 본인 연습으로 하는거지 음악은.

 

 싸워서 무엇하리. 그냥 내 나름의 반박을 여기에 남겨본다.

 그럼 아무런 대가 없이 배우고, 노력 없이 얻어지는 게, 인생에서 무엇이 있던가요?

 

 내가 피아노를 배우고 있다고 하면, 내 피아노를 들어보려는 사람은 사실은 극히 없.다.

 그냥 사람들은 무엇이라도 한 소리를 해야만, 자신의 심심함이 달래지는 가보다.

 이럴 때는, 묵묵히 그냥 바이엘 졸업하는 그 날까지, 타인은 지옥이다 라며, 신경 끄는 게, 맞다.

 선생님이 왜 중요한지는, 내 학창시절이 증명한다.

 

 학창시절 6년 과정도, 선생님들을 (운좋게) 만나면, 공부를 즐기며 6개월이면 넘길 수 있었다.

 옛 사람들의 말, 좋은 선생님은, 부모님 만큼 멋진 일이라는 것에 나는 누구보다 동의한다.

 다시 말해, 인생에서 부모님, 선생님, 친구, 이렇게 인간관계가 사람을 만드는 것이다.

 나머지 사람은 그냥 존재한다고 써도, 내가 너무 잔인한 사람이 아니었으면 한다.

 

 그럼에도 피아노 칠 때가 제일 행복하고 즐겁다.

 과제가 주어졌다는 것이, 학교과제랑은 약간 느낌이 다르다.

 학교과제는 의무감이라면, 피아노 과제는, 여기를 통과하면, 조금 나아질 꺼라는 도전의 느낌이다.

 물론, 거기에 맞춰서 늘 레슨해주시는 선생님께는, 굳이 여기에 글로 적지 않으리. 그 멋진 느낌을.

 

 .

 

 밥 한끼 먹어요. 라는 (선생님 뜻밖의) 농담에, 크게 웃고 말았다.

 나는 극 내향인이라서 너무 잘 안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 성향이 싫은 사람과는 식사를 하지 않는다.

 이제는 만날 수 없지만, 예전에 아이들이 웃으며 - 나중에 밥 한 끼 사드릴께요. 편지 써드릴께요.

 같은 표현을 만나면 나는 무척이나 크게 감동해서, 모든 게 환해보였다. 맑아보였다.

 

 솔직히, 나는 아이들에게 너무 매몰찼을까.

 미안함을 지울 길은 없다.

 

 예전에 야학 교사를 봉사 지원했을 때도,

 부산대학교 (내가 알기론) 한 분야 수석을 하신 분께서, 직접 나와 면담하셨다.

 "매몰차게 들리겠지만..."

 

 매우 많은 의미를 담은 표현이었다.

 내가 그 말을 실천하기 까지, 훗날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도 했다.

 

 그 야학 선생님은 적어도 자본주의 세계를 살고 있지 않았고, 자신의 일들에 최선을 다했다.

 한 번 뿐인 젊음을, 자신이 믿는 꿈대로 밀어붙이는 모습이 정말 멋있었다.

 자신의 열정에게서 도망치지 않으려는 그 모습은, 선명한 그림이었다.

 

 .

 

 오늘도 자랑을 했다. 나는 돈 걱정 하지 않고, 열심히만 살꺼라고 했다.

 사람은 어차피 사이보그(기계인간)도 아니고, 현대의학으로 수명이 200년씩 가는 일도 없다.

 

 열심히 살았다. 좋아하는 축구게임은 5번, 10번씩 시도하기도 했다.

 20년 가까이, 장사하는 사람의 도움주는 사람으로, 적은 돈으로 노력했다.

 

 이제는 피아노 좀 쳐보겠다는 것이다.

 유럽 중산층의 기준에 종종 들어가는 악기 1가지 괜찮게 다뤄보는 것.

 나도 그 정도는 해보고 싶다는 것이다.

 

 솔직히 어린 시절은 부유하게 한국의 배부른 사람으로 살았으니까,

 청춘(?) 시절은 좀 더 유럽 스타일로, 중산층으로 살아보면 재밌으니깐.

 

 .

 

 그렇게 50 즈음, 중년이 되었을 때에는, 남들과는 다른 지점에서, 인생을 바라봤으면 좋겠다.

 아파트, 돈, 자동차, 건강, 맛집. 한국의 유명한 다섯 가지 기준이 아니라.

 

 오? 보기와는 다르게 어설픈 피아노 실력이 있네요?

 오? 보기와는 다르게 SNS에 열정 꽤 쏟았었네요?

 오? 말하기는 좀 어눌한데, 이야기 잘 들으시네요?

 

 지금은 모든 것이 하나의 과정일 뿐.

 바이엘 03을 마치는 그 날이 언젠가는 올 테고,

 블로그든, 인스타든, 다시 살아나는 날이 올 테고,

 말 많은 나를, 더욱 침묵으로, 레벨업 하는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제대로 산다는 것은,

 

 내가 안다는 착각에서 깨뜨려지고,

 내가 모른다는 것을 - (그러므로) 하나씩 다시 배워가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긁는 소리를 많이 들어서, 꽤 아프고 지치는 날이다.

 학교과제에, 중간고사에, 집안일에, 지치는 일은 계속 된다.

 

 그래서, 피아노가 있다.

 전쟁 같은 삶에서, 피폐함으로 물들기 쉬운 삶에서,

 피아노의 예쁜 선율을 잠시라도 칠 수 있었으니,

 

 오늘은 아름다움으로 기억하고 마칠테다.

 

 - 2025. 10. 15. 저녁 8시. 피아노 레슨일기, 제 10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