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캄한 밤 (가칭)

1. 캄캄한 밤, 조금 더 살아보기.

시북(허지수) 2026. 3. 15. 03:02

 캄캄한 밤이다.

 달빛도 별빛도 보이지 않는다.

 

 "이제는 가게를 그만두셔야 겠네요."

 

 나는 좀 더 일하고 싶었지만, 건강이 따라주지 못했다.

 벌써 이 곳에서 두 번이나 재발해버린 병세.

 

 가게.

 긴 시간을 함께했던 작은 세계 였지만,

 뜻밖의 이별은 굉장한 무거움, 그리고 슬픔이었다.


 그렇다.

 여전히 가게를 찾은 좋은 손님들의 얼굴과 미소가 기억에 선명하다.

 

 내년에도 밝은 모습으로 만나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나는 가게 대신 병원에 와 있다.

 

 의사선생님은 이럴 때는 참 솔직하시다.

 "발전한 현대의학이지만,

 아직 완전히 낫게 할 수는 없으니까요.

 가라 앉을 때까지 최대한 노력해봅시다."

 

 삶이 지나칠 만큼 허무하게 느껴졌다.

 열심히 눈 앞의 바윗돌을 굴려서 하루하루 밀었는데,

 험난한 뜻밖의 오르막길 앞에서 바윗돌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아침에 눈을 뜨니 할 일이 없었다.

 천장을 보기 지겨울 쯤,

 겨우 일어나 식사를 챙겨 먹고, 집안 일을 서투르게 한다.

 

 균형잡힌 식사를 덜 챙긴 탓에, 또 다시 크게 탈이 난다.

 응급으로 수술대에 오른다. 무통주사 라는 걸 맞았는데도 아프다.

 '이렇게 만신창이가 될 꺼 였으면, 차라리 더 재밌게 사는건데!'

 

 운이 좋았다. 후유증은 덜 하고, 어쨌든 살아났다.

 이제는 정말 재밌게 살꺼야! 몇 번이고 다짐한다.

 

 오늘 또한 캄캄한 밤이다.

 겨우 잠을 청한다.

 슬픔을 애써 참는다.

 

 그래도. 좋은 일이 있으니까.

 아플 때, 애써 챙겨주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었다.

 내가 태어난 세계는 성악설이 진리. 이기주의의 세상.

 그렇기에 다정한 선의 모습은 더없이 아름답다.

 

 나는 조금 더 삶의 풍경을 보고 싶다.

 아직은.

 

 수술흉터 정도는 어쩔 수 없다고 가볍게 여긴다.

 

 부디 한 번만 더,

 어딘가에 숨어 있는 그 사람의 작은 미소를 찾고 싶다.

 흥얼거리는 가볍고 경쾌한 노랫소리가 듣고 싶다.

 

 아픈 날.

 속상한 날.

 잠못 드는 밤.

 

 나에 대한 생각을 잠시 꺼본다.

 다정하고 따뜻한 사람들의 온기에 기대어 본다.

 

 오늘은 순대 파시는 시장 이모님의 선한 웃음에 삶을 기댄다.

 

 "나쁜 사람 많아 보이지만,

 좋은 사람 더 많아서 사는 게 재밌는거 아닐까."

 

 시장 이모님은 어쩌면 그리도 소녀 같이 따뜻할까.

 메말라 가는 마음 조차 좋은 사람들을 만나면 즐거움이 채워지곤 한다.

 

 나 또한 그런 괜찮은 사람, 즉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글쎄!

 

 아프지 않았을 때는 나도 내가 가끔은 마음에 들었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다. 약한 모습까지 멋지다고 말하긴 좀 곤란하다.

 

 캄캄한 밤이 계속 된다.

 

 하지만, 글은 이쯤에서 마치는게 좋겠다.

 날이 밝으면 피아노를 쳐볼 생각이다. 몇 달 진지하게 배워놓았더니 무척 좋다.

 

 부디 전능하신 신이 계시다면,

 아프고 연약한 내 모습을 받아주시기를 바라게 된다.

 멋지고 근사한 모습들은 이제 너무 멀고 쓰라린 기억으로 저물어 가니까.

 

 여전히 아픈 나.

 

 "정말 미안해요! 아프지 않고, 오래 일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괜찮지 않은 모습으로 주변을 크게 실망시켜서 아직 내가 싫다.

 시간이라는 약을 아프게 발라가며, 끝까지 참아봐도 몹시 견디기 힘들다.

 

 그래서 흔적을 남기고, 슬픔을 남긴다.

 병의 예방에 관하여 알려진 방법은 없다.

 맞다. 어떤 병들은 그냥 툭 걸리기도 한다. 그런 일들은 사실 누구의 탓도 아닐테지.

 

 캄캄한 밤, 아픈 밤,

 힘내었으면 좋겠다.

 조금만 더 살아봤으면 좋겠다.

 

 나도.

 우리 모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