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피아 가도는 볼 때마다 새로움을 준다.
잘 만들어진 길을 보고 있으면,
또 하나의 길을 만들어도 좋겠다는 신선함도 느껴진다.
길 바로 옆에 무덤이 있다는 사실도 충격이다.
"젊은이여 언제까지 너 그렇게 살 꺼 같지?"
이렇게 쓰고 있는 나 역시 어느덧 청년을 넘어 아저씨가 되었다.
카프리, 나폴리 등 별장으로 가는 길이라는 부연 설명도 이번에 새로 느낀 점이다.
고대 사람들도 쉬는 일을 참 중요하게 여겼구나,
충전은 스마트폰만 필요한 게 아니구나 생각된다.
그래. 맞아.
도대체 나는 얼마만큼 방전되어 있던 걸까?
그런 낮은 에너지를 쥐어짜면서 겨우 일어나 숨만 쉬던 모습을 본다.
김영하 작가님은 로마에 대해서 "길" 이라고 표현하셨다.
나는 그렇게 핵심을 찌를 만한 지식이 없다.
나는 여러 추억들을 떠올려본다.
얼마 전 있었던 추억이다.
수술대에 올라서 일부 장기를 잘라냈다. 의료진 분들이 제법 고생하셨다.
선생님은 설명해주셨다. 여기에 새로 만든 길이 있어서, 다시 나을 꺼예요.
정말 새로운 길이 잘 연결된 덕분에, 나는 무사히 2026년을 맞이했다.
오래 전 행복한 추억도 생각난다.
"지수는 책을 잘 고르니깐, 정말 멋진 사람이 될꺼야." 정말 으쓱했다.
그렇게 책을 10권을 고르면 1권을 채 읽지 못했다. 그게 가장 후회가 된다.
매우 아픈 추억도 있다. 얼른 천국에 가고 싶어요. 아끼던 제자가 그 이야기를 했을 때,
달래느라 얼마나 고심했던가. 하지만 그 심정이 깊이 이해가 되자, 나는 일어나지 못했다.
나는 있을 곳이 없었다.
이렇게 길 잃었다는 고백을 써놓고, 여행의 출발점을 써놓으니,
이제야 삶의 의욕이 서서히 충전된다. 드디어 전원이 들어오는 지점까지 충전된다.
이른 새벽, 아주 두꺼운 고가의 새 책을 결제한다. 봄비를 지나서, 곧 들고 있겠지.
많은 길이 아닌, 한 권이라도 읽으면 된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나의 삶 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많은 주변 시선들을 접어두고,
변함없이 시간이 흐르면, 나 또한 아피아 가도의 무덤 처럼 보이지 않게 되리라.
그러니 언제나 지금이 제일 좋을 때.
삶을 깊이 뉘우치고, 나를 계속해서 충전해본다.
아무 판단하지 말고, 100일만 채워볼테다.
(덧붙임 - EBS 세계테마기행 시청후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