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아는 여자 (Someone Special, 2004) 리뷰

시북(허지수) 2014. 10. 3. 16:32

 

 영화를 좋아하는 지인의 소개로, 아는 여자를 보게 되었습니다. 한국식 로맨틱코미디의 정수를 보았다고 표현할 만큼, 그 해맑음이 아름다운 영화이고, 이나영의 깨끗함이 더욱 사랑스러운 작품이기도 합니다. 어디선가 보았던 것 같은 스토리가 단점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따지고보면 대부분의 "이야기 원형"은 많지 않다는 것을 감안할 때, 그리고 특별히 의도적으로 꼬아놓지 않은 정면승부를 택한 것을 생각해 볼 때, 저는 아는 여자에 대해서는 매우 높은 평가를 내리고 싶습니다.

 

 여기 남자주인공 동치성이 있습니다. 여자에게 차여서, 심란한 인생이고, 야구마저도 자살볼을 던져댄다고 놀림받는 황당한 인생입니다. 게다가 난데없이 젊은 나이에 시한부 판정까지 받았고, 사는 것이 하염없이 구렁텅이 끝으로만 떨어지는 기분이 듭니다. 되는 게 하나도 없어서 술이라도 먹어보자고 시도하면서, 이야기는 전개되는데...

 

 

 한편, 반대편에는 짝사랑의 달인 한이연(이나영 분)이 있습니다. 고교시절부터 거슬러 올라가서, 24살이 될 때까지 오직 한 사람 동치성만 연구하고 사랑해왔던 여자입니다. 심지어 동치성네 집에서 자신의 집까지 몇 걸음이면 충분한지도 계산되어 있습니다. 남자는 인생 패배의 끝으로 내몰린, 그야말로 벼랑끝에 서 있고, 여자는 외로움의 끝, 그 정점에 서 있는데, 이 두 사람이 기적같이 만나게 된다는 이야기. 어쩐지 이끌리지 않으신가요?

 

 ※이제부터의 내용은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주의하세요

 

 본론을 출발합니다. 사랑은 대체 무엇인가요? 국어사전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어떤 상대를 애틋하게 그리워하고 열렬히 좋아하는 마음" 요즘 유행을 따르자면, 그리움 + 좋음이라고 간단히 줄여쓰면 어울리겠군요. 형편없는 인생인 동치성이 갖고 있는 단 하나의 맑음 - 그것은, 순수함이 특별할 정도라는 점입니다. 강도를 만나도 겁내지 않고, 오히려 자신이 대출받은 돈까지 던져주는 사람. 세상에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

 

 그러면 한이연의 관점에서는요. 이연은 남자에게 올인하고 정성을 다하며, 요리를 완벽에 가깝게 셋팅해놓고 기다릴 줄 아는 착한 사람. 세상에서 보기 드문 순수녀 입니다. 네, 결론부터 미리 언급하면, 이 두 순수커플은 만나서 함께 밥을 먹고, 라디오를 즐기고, 함께 택시를 탈 뿐, 그 뿐으로도 행복할 줄 압니다. 남은 인생이 시한부라서 두 달, 세 달 남은 사람에게 무엇인가를 탐한다는 것 자체가 우스꽝스럽기도 하고요.

 

 따라서 영화적 측면에서, 특별히 집중해서 봐야할 것이 있다면, "시한부"라는 점입니다. 끝이 있다는 의미인데, 이것은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보여주듯 모든 사람이 피해갈 수가 없습니다. 그 때만 다를 뿐, 젊은 사람도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을 수 있고, 그러면 그 때 가서는 사랑이 무의미해 질 수 밖에 없음을 영화는 적나라하게 꼬집고 있습니다. 살아있을 때, 곁에 있는 사람에게 잘하는 것. 때때로 등잔 밑이 너무나 어둡다는 것. 이렇게 영화를 요약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영화의 즐거운 포인트는, (대담함이 돋보이는) 한이연의 적극성과 순둥이에 가까운 동치성이 어떻게 할 줄 모르고 당황하는 모습을 감상하는 것입니다. 이런 장면들을 곰곰이 생각해 봤을 때, 흔히 알려진대로(?) 여자들이 바람둥이 및 여성을 잘 다루는 사람을 좋아하는 것도 맞겠지만, 한편으로 어떤 여자들은 순수하고 맑은 남자를 좋아하는 게 아닐까 감히 추정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고요. 하하. 한마디로, 누구나 같지 않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남자로서, 야구팬으로서, 동치성의 매력은 혼신의 힘을 다해서 자신의 주어진 일을 한다는 것에 있습니다. 예컨대, 놀림받던 외야수에서, 깜짝 투수로 등판하는 날에도,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며 온힘을 다해서 공을 던지고, 9회 그 순간에는, 곧 자신의 연인이 될 사람을 향해서, 과감하게 공을 관중석으로 던져버리는 것. 그렇게 다른 코스로도 밀어붙이는 힘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동치성 역시도 충분히 매력적인게 아닐까요. 우리는 창의성이라는 말을 이들 두 사람 한이연과 동치성을 통해서 배울 수 있는게 아닐까라는 점도 생각해 봤습니다.

 

 가장 흐뭇하면서도, 알 수 없는 것이 있다면, 우리가 그 사람을 사랑하는 것에 대해서, 특별한 이유가 없을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왜 좋아하는거니? 라는 질문에 눈물 말고는 답을 할 수 없을 순간이 있다는 느낌. 저는 이런저런 영화를 보다보면, 그런 묘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그것은 "어떤"이유가 있어서 그 사람이 좋다기 보다는, 그저 "존재" 자체가 사랑스러워서이기 때문일까요. 그렇다면, 인간이 서로를 사랑하게 된다는 것은 정말이지 얼마나 아름답고 눈부신 것인가요.

 

 여기까지 단숨에 써내려왔습니다. 두근두근한 오후. 오늘은 가을날씨 자체가 너무나 사랑스러웠기 때문에, 글이 춤을 추는 듯한 느낌을 받았네요. 부족한 필력이지만, 재밌게 봐주시는 분들께 감사함을 전하며 / 2014. 10. 리뷰어 허지수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