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보면 남자의 로망인지도 모릅니다. 깔끔하게 잘 갖춰진 제복, 일류 파일럿, 시시한 것은 이제 싫고, 세상에서 손꼽히는 CIA 제공 항공기를 몰고 다니고. 오직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마치 타오르는 불꽃 처럼, 하고 싶은 일을 끝내주게 하면서, 엄~청난 돈을 손에 넣었던 충격 실화 이야기. 영화 아메리칸 메이드 입니다. 저는 한 때 아버지와 바둑 이야기를 하면서 농담을 나눈 적이 있습니다. "이세돌 9단 연봉이 10억 넘는데요." 아버지는 대신 바둑계에서 10억 넘게 버는 사람은 한 명 뿐이지 않느냐면서, 분야의 최고가 되면, 돈은 따라오기 마련이라는 말을 해주셨지요. 최고수를 부러워하지 말고, 어느 분야든 최고가 될만큼 노력해보라는 뜻이었을까요? 하하.

 

 영화 최초의 장면, 배리 씰은 비행기를 조종하는 일이 심심한지, 자동모드를 일부러 꺼보며 무료함을 달랩니다. 삶은 선택의 연속이지요. CIA 요원 셰이퍼가 찾아와서, 함께 일하자고 제안을 건네자마자, 배리는 귀를 쫑긋 세우게 됩니다. 이어지는 CIA 고속 비행기의 화려한 등장! "한 번 타봐!" 라는 말에, 배리는 오늘부터 나도 CIA 하기로 마음을 굳힌 것 같네요.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에 가깝습니다. 물론,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생각할 요소도 있고, 위기의 가족(?)을 그리고 있는 소소한 즐거움들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그래도 톰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식 과감한 액션을 기대하고 보시면 절대로 안 됩니다! 첩보 영화이긴 한데, 미국이 확실히 세구나를 체감하는 작품이었습니다. 괜히 인터넷에서 미국 천조국 이라면서 국방예산 상상초월을 들먹이는게 아닙니다.

 

 자, CIA 요원으로 활약하게 되는 배리의 일은 간단했습니다. 비행기로 중미(멕시코 밑 - 중앙 아메리카)에 있는 좌파 세력들 정밀 사진 좀 찍어줘. 그러자, 당대 초고성능의 비행기로 저공비행을 멋지게 하면서 엄청난 화질의 사진들을 찍어오는 것입니다. 미국 CIA는 그 사진들이 왜 필요했던 걸까요? 그야 뭐, 냉전시대 이기도 하고, 친미정권들을 중미에 만들기 위함이었지요. 대놓고 반미 국가들에 전쟁할 수는 없으니까, 각종 공작을 걸어서 좌익정권들은 잘못 되어 있고, 우리 아메리카는 위대하고 아름답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배리는 그리하여 지금 미국의 국익을 위해서, 아무나 못하는 일을 하는 남자, 그래서 누구라도 함부로 손댈 수 없는 존재가 되어 버립니다.

 

 문제는 실화라는거죠. 이 남자가 이제 중남미까지도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는 거에요. 콜롬비아에서 그는 마약 거래를 은밀하게 제안 받습니다. 마약을 미국 안으로 반입만 해준다면, 킬로그램 당, 엄청난 거액을 챙겨준다는 거죠. 배리 씰은 결코 정의의 남자가 아니었습니다. 이제 부업으로 돈 좀 벌어야 겠습니다. 슬슬 애들도 태어나고, 가족들을 먹여살려야 하니까 말이에요.

 

 해보자! 오늘부터 마약밀매업 스타트! 이 영화가 15세 관람가이긴 하지만, 마약에 손을 대다니, 애들이 배우면 절대 안 될 일이에요! 하여튼, 이게 얼마나 돈이 많이 되었던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습니다. (영화에 따르면, 미국에 엄청난 양을 반입시키며, 세계 최대 마약 조직으로 성장해 버립니다.) 배리 씰은 엄청난 돈을 계속 쌓아올립니다. 돈이 땅에서 썩어버릴 정도에요. 지역의 은행에 수백억원씩 착착 집어넣고, 집 곳곳에 현찰 돈가방 놔두고, 심지어 뒷마당에 파묻어 놓았는데도, 더 돈을 둘 데가 없을 정도에요. 돈을 쓸 시간과 돈을 누려볼 기회도 많이 없었습니다. 집은 초호화에 수영장까지 업글하며 꾸몄고, 가창 최신식 자동차를 아내에게 선물해서, 멋진 남편 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한편 와이프의 남동생 JB라는 녀석은 진상쇼를 하다가 큰일을 겪고 마네요.)

 

 배리 씰은 마약 중개업 하다가 콜롬비아 현지 경찰에게 검거되기도 했었지만, 이를 꺼내준 것은 오히려 미국 고위층이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지요. CIA는 그의 귀신 같은(!) 중개 능력을 높이 사서, 이번에는 AK-47 등의 총화기를 중미에 뿌려서, 정권을 바꿔보려는 시도를 합니다. 그런데, 자유주의 혁명이 사람들에게 총 몇 자루 쥐어준다고 해서 쉽게 일어날리는 없었습니다. 미국의 블랙코미디 인지도 모릅니다. 중미 사람들은 너무 순수하게도(?) 배리 씰이 비행기 타고 오자마자, 선글라스 빼앗고, 구두 빼앗고, 멋진 제품들에 완전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정말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미국에서 엄격한 군사훈련 좀 시켜보려고, 중미 사람들을 미국으로 데려왔더니, 몇몇은 신난다며 야반도주를 해버리는 모습까지... 이거 코미디 영화였어? ㅠ.ㅠ.

 

 나중에는 백악관의 직접적인 요청까지 받게 되었습니다. 중미의 좌익 세력들이 사실은 마약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음을 사진으로 찍기만 하면 된다는 거에요. 배리 씰은 어쩌면 이 순간, 너무 순진했고, 어쩌면 이 순간, 너무 국가를 믿었습니다. 그는 멈출 줄 몰랐습니다.

 

 그리고 미국은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 어쩌면 자신들에게 한 번 이용하고 버릴 패인 - "마약 거래 현장이 담긴" 배리 씰의 사진을 세계에 고의로 공개하고 말았습니다. 아이구, 끝났네요. 배리 씰은 재빠른 상황파악으로 자신의 삶을 담담하게 녹화하며, 이번 생의 마지막 순간을 준비합니다. 세계 최대의 마약 조직이 "미국 정부에게 사진을 배달한" 배신자 배리 씰을 제거하러 매일 다가왔기 때문이었고, 그 마지막 순간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었기 때문에, 능숙하게 중간에서, 미국의 일들을 하고, 동시에 마약 배달까지 할 수 있었던 남자. FBI 앞에서도 나는 죄가 없다며 자신 있게 힘주어 이야기 하던 남자. 이 정도 살았으면 되었던 게 아닌가 라고 자신의 죽음 앞에서도 태연한 모습은 제법 잊혀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신의 직장에 다닐 만큼, 멋있고 근사해 보여도, 사실은 별로 행복하지 않을 수 있겠지요. 오히려 십자가 목걸이를 비행기에 걸어놓고서, 아슬아슬한 활주로를 힘겹게 비상하며, 기뻐하는 남자. 미국 단속국의 비행기를 따돌리면서 즐거워하던 남자의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는 세상의 정해진 시스템 위에 서 있기를 더 좋아했던 건지도 모릅니다. 절대로 그 누구도 부러워하지 않을, 혼자만의 눈부신 삶을 살았다는 것, 그 배리 씰의 모습이 펼쳐져 있는 인상적인 영화였습니다.

 

 남들과는 전혀 다른 길로 버텨가는 삶. 꼭 이상한 것만은 아닐 것 같습니다. 재밌고, 신나는 순간들로 바꿔나가는 선택도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좋은 기회는 늘 위험 속에 있고, 너무 나가버리면 되돌아 올 수도 없지만, 인생의 아찔한 외줄타기 속에서, 오늘 역시 힘내어 살아내야 한다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였습니다. / 2017. 09. 19. 리뷰어 시북

 

by 시북 2017.09.1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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