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스타열전

비운의 프랑스MF 조앙 미쿠 이야기

시북(허지수) 2008. 10. 28. 17:43

Johan Micoud


 국내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프랑스 출신의 스타 미드필더인 조앙 미쿠의 이야기를 잠깐 살펴볼까 합니다. 그가 비운의 스타인 것은 국가대표로 활약할 기회가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왜나하면 당대 프랑스에는 "지네딘 지단"이라는 특급 마에스트로가 프랑스를 지휘하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비록 국가대표로서의 활약이 미쿠에게는 별로 없다고 해도, 그 선수의 실력까지 얕잡아보고 함부로 "듣보잡"이라고 평가해선 안 되겠지요. 그럼 비운의 스타였던 미쿠 이야기로 출발합니다.

 프로필

 이름 : Johan Micoud (조앙 미쿠, 요한 미쿠 등으로 표기 됩니다)
 생년월일 : 1973년 7월 24일
 신장/체중 : 185cm / 82kg
 포지션 : MF
 국적 : 프랑스
 국가대표 : 17시합 1득점

 환상의 패스로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던 조앙 미쿠

 조앙 미쿠는 경기를 조율하는 플레이메이커로 이름이 알려졌지만, 실은 예전부터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소화해내는 다재다능한 선수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위치에서 활약하면서 일찍이 넓은 시야를 가지고 있던 조앙 미쿠는 특히 놀라운 패스 감각을 자랑했습니다. 그의 패스는 마법 같았고, 환상을 창조하기도 했습니다. 많은 어시스트를 기록하면서 기회를 정확히 살려주던 조앙 미쿠는 소속팀에서 팬들의 사랑도 듬뿍 받았습니다.

 조앙 미쿠는 칸 영화제로 유명한 휴양 도시인 칸에서 태어났고, 1992년 당시 2부리그에 있던 AS칸 에서 축구선수로서 프로생활을 시작합니다. AS칸은 놀랍게도 1부리그로 승격했으며, 이듬해에는 승격하자마자 6위까지 올라가는 돌풍을 일으킵니다. AS칸의 젊은 피이자, 주전으로 활약을 펼쳐가던 조앙 미쿠도 덕분에 상당한 관심을 받게 됩니다. 결국 조앙 미쿠는 1996년 보르도 팀으로 이적하는데 성공합니다.

 보르도 시절의 조앙 미쿠는 한층 성장한 실력을 보여주면서, 팀의 핵심적인 선수로 활약을 펼쳐나갑니다. 1998-99시즌의 보르도는 미쿠에게 정말 잊을 수 없는 시즌일 것입니다. 프랑스 국가대표로 유명한 윌토르를 앞세운 보르도는, 윌토르의 가공할 득점력과 미쿠의 환상적인 패스 등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놀랍게도 12년만에 프랑스리그 우승을 차지하게 됩니다. 이윽코 조앙 미쿠는 국가대표로도 부름을 받게 됩니다.

 그렇게 인정받아가던 조앙 미쿠였지만, 당시 프랑스 대표팀에는 1998년 월드컵 우승의 주역인 "지단"이 버티고 있었기에 조앙 미쿠도 별 수 없었지요. 미쿠는 지단의 대기선수로서 벤치를 지킬 수 밖에 없어서 출장 기회는 많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도메네크 감독의 신임도 별로 받지 못했습니다. 결국 국가대표 17시합 1득점이라는 다소 안타까운 대표팀 생활을 보내고 말았지요.

 2000-01시즌 조앙 미쿠는 무대를 이탈리아로 옮깁니다. 파르마로 이적한 것이지요. 파르마 시절에는 튀랑 등과 함께 좋은 활약을 펼치며 파르마가 잠깐 잘 나가기도 했습니다만, 전체적으로는 썩 좋은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2002-03시즌이 되어서는 독일행으로 몸을 싣게 됩니다. 베르더 브레멘으로 옮긴 조앙 미쿠, 우리나이로 이미 서른 살. 하지만 그의 축구 인생은 여기서 다시 한 번 빛을 뽐내기 시작합니다.

 실력. 그렇습니다. 실력이 있다면 - 비록 현실이 마음먹은대로 풀리지 않을 때도 있겠지만 - 그 실력이 결국 현실을 움켜쥐고 움직이는 힘이 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조앙 미쿠가 그랬습니다. 브레멘의 등번호 10번. 분데스리가에서 뛰게된 이 프랑스인 미드필더는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일약 팀의 스타이자 기둥으로 우뚝 섭니다. 2003-04시즌 조앙 미쿠는 10득점 8어시스트를 기록하면서 에이스다운 활약을 펼쳤으며, 브레멘은 11년만에 리그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의 마법의 패스가 큰 힘이 되면서, 프랑스시절 보르도에서도 독일시절 브레멘에서도 각각 12년, 11년 만에 멋지게 리그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나이가 들어가고, 비록 프랑스 대표팀에게는 외면당했지만 조앙 미쿠의 진가는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2005-06시즌에는 리그최다인 14어시스트를 기록하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최근 수년간 베르더 브레멘이 분데스리가에서 아주 높은 순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도 조앙 미쿠의 활약이 컸습니다. 분데스리가에서 4년간 123시합 출장에 31골을 기록하면서 브레멘의 핵심선수로 눈부신 활약을 펼친 미쿠는 현역 마지막에는 보르도로 돌아와서 2시즌을 더 보내고 은퇴하게 됩니다. 비록 지단만큼의 화려한 조명을 받진 못했지만, 조앙 미쿠는 필시 프랑스가 배출한 훌륭한 선수였음에는 틀림없습니다. 그의 마법의 패스와 관중을 매료하는 플레이는 팬들의 추억에 가슴 깊이 남을 것입니다.

 그렇게 조앙 미쿠는 바로 얼마 전인 2008년 9월, 현역에서 은퇴하게 되었습니다. 만약 지단이 다른 나라에서 태어났더라면, 어쩌면 프랑스를 이끌었던 시대의 스타는 조앙 미쿠가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역사는 자주 눈부신 큰 승리의 역사만을 기록하곤 합니다. 그러나 프랑스에는 미쿠처럼 소속팀을 감격의 우승으로 이끌었던 숨은 명미드필더가 있었음을 함께 기억해 주었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을 가져봅니다. 마치며 유튜브에서 영상을 발췌해 덧붙입니다. 최근 글을 자주 쓰지는 못해도 관심있게 읽어주시는 분들이 있음에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