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분야의 최고, 거장이자 전설, 팬들에게 "양신"으로까지 불리는 남자, 양준혁 선수. 그의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 있어서 리뷰를 남겨놓을까 합니다. 사소한 포인트지만, 디자인 참 멋지게 잘 했습니다. 푸른 느낌이 나는 뛰어라 라는 메시지. 자칭 푸른 피가 흐르는 남자가, 전력질주로 살아온 인생에 대해서 깔끔하게 잘 담아놓은 것 같습니다. 그 뒤 메시지는 강렬하지요. 지금이 마지막인 것처럼! 오직 오늘만을 생각하면서 한 걸음, 한 걸음, 쿵쾅쿵쾅 달려온 뜨거운 야구 전설의 이야기 속으로 출발해 봅시다.

 저자 : 양준혁 / 출판사 : 중앙북스
 출간 : 2011년 07월 15일 / 가격 : 13,000원 / 페이지 : 280쪽


 전설적인 성취를 이루어낸 거장이 들려주는 삶의 비결이란 무엇일까요?
 "가만이 있지 말고 뛰어라. 하기 싫은 일부터 하라." 바로 이것입니다. 글로 표현해 놓으니 너무나 간단하지요. 언제나 그렇듯이 비결은 실천이 따라와 주지 않으면 무용지물입니다. 하기 싫은 일에 대해서는 우리 뇌에서 일단 강력한 저항이 일어납니다. 오죽하면 "하기 싫은 일을 먼저 하라" 라는 제목의 책까지 있겠습니까. 하기 싫은 일을 우선 순위로 두고 한다는 것은 그런데 매우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하기 싫은 일 중에서 중요한 일이 의외로 많기 때문입니다. 야구선수에게는 피나는 연습이 그렇습니다. 이를 악물고 독하게 연습하는 사람만이 최고의 명예를 얻는다는 것입니다. 야구 뿐만 아니라 축구도 그러하고, 피겨도 그러하고, 운동이 그러하고, 어쩌면 인생이 그러합니다.

 양준혁 선수는 억울할 지도 모릅니다. 홈런왕도 아니었고, MVP도 아니었고, 2인자 였기 때문입니다. 화려했던 전성기에 이종범과 이승엽에게 밀리고, 때로는 팀에서 방출당하기도 하고, 산전수전 설움도 많이 겪어왔기 때문입니다. 나도 열심히 피나게 노력했는데, 1등의 자리는 좀처럼 자기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그 역시 속상했었노라고 고백합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자신이 주어진 자리에서 그저 열심히 달리는 것이 자신의 역할임을 깨닫고 묵묵히 계속 걸어갑니다. 한 타석이라도 더 들어서고, 한 타석이라도 더 살아나가기 위해서 발버둥 칩니다. 타격 폼을 바꿔도 보고, 노장이라 이제 한물갔다는 주위의 편견과도 싸워가면서, 그렇게 하루 하루를 맞이한 것입니다. 그 결과 최다경기, 최다안타, 최다홈런, 최다타점등 야구의 주요 전설적 기록들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레전드"가 됩니다. 현명했지요. 시즌 1등은 아니었을지라도, 그의 야구인생은 종합 1등이라는 명예로운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이니까요.

 3할타자라는 멋진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양준혁이 전하는 비결은 다시 말하지만 간단합니다.
 "안타를 두 개 때렸으면, 하나 더 치도록 달려들어라." 이것은 기회의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야구에서 타석은 한 경기에 보통 4-5번 정도 오게 됩니다. 2번을 성공했으면, 매우 잘 한 경기라 할 수 있습니다. 그 날 멀티 히트라는 박수도 쏟아집니다. 그런데, 여기서 만족하는 순간, 2번의 성공에 만족하는 순간 3할 타자가 될 수 없다고 양신은 냉정하게 말합니다. 진짜 강타자는 4번 타석에 들어서면서 4개의 안타를 기록하기 위해서 집중한다는 것입니다. 악착같이 덤벼들어서, 어떻게든 안타를 만들어 내는 그 마인드가 3할 타자를 낳는다고 조언합니다.

 국민 멘토 안철수 교수님이 결단의 세 원칙을 이야기 하면서, 가장 첫 번째로 언급한 것이. 과거를 잊자 라는 것입니다. (성공을 해서) 자그만한 것을 가지게 되면, 마음이 약해지고 과감해 지지 못한다 라는 측면에서 이야기 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 조언은 너무나 인상적이고, 강렬해서 오랜 기간 제 마음 속에 남아 있는데... 지금 안철수 교수님과 양준혁 선수는 똑같은 지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현실에 안주해서, 안일한 마음 가짐으로 인생을 살지 말고, 보다 나은 삶 (야구로 치면 보다 나은 타율) 을 위해서 과거를 잊고 전력으로 뛸 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인생에서 성공한 경험을 경계해야 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런 의미에서 양준혁 선수는 이러한 비결을 잘 알았습니다. 성공보다 실패를 초점에 두고 분석하였고, 슬럼프에 빠지거나 부진할 때는, 못했을 때의 타격 장면 영상들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서, 문제점을 고쳐나갑니다. 남들은 좋았던 타격 장면들을 보면서, 자신의 폼을 거기에 맞춰나간다면, 양준혁은 성공의 경험 보다는, 실패의 경험을 유심히 들여다 보는 용기가 있었고, 거기서 배워나가면서, 더 나아가려는 의지가 있었던 것입니다. 이 용기 덕분에 양준혁은 과감한 타격폼 변신도 할 수 있었고, 폼이 개폼이라는 욕을 먹더라도 자기 길을 갈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전설의 타자로 기억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성공의 경험 역시 중요합니다. 다만, 그 성공에 취해서 안주해 버리면 안 된다는 것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용기에 대한 양준혁 선수의 고찰은 참 인상적인 대목이었습니다. "남들에게 최선이라고 내게도 최선이라는 보장은 없다. 최선처럼 보이는 길을 가지 않는다고 용기가 없는 건 아니다. 자신에게 가장 좋은 선택을 하는 것이 진짜 용기다." 저는 이 부분을, 한 번, 두 번, 세 번... 그렇게 열 번쯤 읽었습니다. 선택에 있어서 이처럼 좋은 문구도 잘 없습니다. 남에게 보이기 좋은 최선을 선택할 것인가? (보기에는 나쁠지 모르지만) 나에게 가장 좋은 선택을 할 것인가? 진짜 용기 있는 사람이라면 후자를 선택할 것입니다. 다시 말해, 눈앞의 화려함 보다는, 잘 보이지 않는 실속을 따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이 문구가 왜 그렇게 좋았었는가, 너무나 많은 부분에서 우리에게 울림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남들이 이것이 맛있는 인생이다 라고 해도, 내게도 맛있는 인생이 되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결국 선택은 온전히 자신의 몫이고, 자신이 용기 있게 결정하고, 그 행동에 책임지고, 전력으로 달릴 때, 그 인생은 맛있게 풀려나간다는 것이지요.

 양준혁 선수의 말처럼 어차피 정답은 없습니다. 나답게 사는 것이 가장 행복한 선택이라는 것입니다. 억지로 남들의 기준에 끼워 맞추려고 하지 말고,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조금씩 발전해 나간다는 것, 근사하지 않나요. 개성 있는 선수가 야구도 잘한다고 양준혁 선수가 말한 것처럼, 인생 역시 개성 있는 사람이 훨씬 행복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신이 선택한 길을 걸어간다는 것은 고될지는 모르지만, 후회하지 않을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내면의 동기부여는 세상 그 무엇 보다도 강하고, 가치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용이 많이 길어졌는데, 야구팬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볼 만큼 유익한 부분이 많아서 좋았습니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른바 양준혁 선수만의 사람 보는 시야를 생각해 보면서 글을 마무리 할까 합니다. 그가 가장 경계하는 사람은 팀을 서서히 깨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생각이 부정적이고, 불평불만이 많은 사람이지요. 이런 사람들은 암세포처럼, 동료들의 마음까지 오염시키고, 팀이 망가져 버린다고 합니다. 강팀이 되는 비결은 협동이라고 말합니다. 해내겠다, 반드시 이기겠다는 의지로 똘똘 뭉친 그 팀이 강팀인 것입니다. 9명이 3할타자라도 우승 못할 수 있지만, 9명이 팀플레이어라면 틀림없이 챔피언이 될 수 있다는 말은 선명한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행복은 혼자 오지 않는다 라는 책이 있는데, 챔피언도 나홀로 만들어 지지 않는 것 입니다. 그럼, 오늘의 책리뷰는 여기에서 이만 마칩니다. 뛰세요. 과거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인생은 결국 지금이 전부이고, 지금의 시간들로 채워져 나가는 것이니까요. / 2012. 02. 리뷰어 시북.


by 시북 2012.02.15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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