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 (Mission: Impossible: Ghost Protocol, 2011) 리뷰

시북(허지수) 2013. 11. 3. 21:50

 미션 임파서블의 4번째 작품이자, 49살 톰 크루즈의 박력 있는 액션이 펼쳐지며, 한바탕 짜릿함을 느낄 수 있는 블록버스터 영화! 고스트 프로토콜을 뒤늦게 즐겁게 보았습니다. 포스터 그대로, 두바이의 초고층 건물에서 화려하게 시도되는 고공 액션! 장갑 떨리는 긴장감만으로도 유쾌하고 설레입니다. 신나는 오락영화에 대해서 리뷰를 굳이 진지하게 쓸 필요야 없겠지만, 그럼에도 굳이 이번 작품에서 흥미를 끌었던 대목 몇 개를 깊게 생각해볼까 합니다. 하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은 톰 크루즈의 화끈한 질주 외에도, 리더로서의 태도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리더십 개념 중에 흔히 강조되는 것으로는, (실천되기는 어려운데) 남의 실력과 재능을 탓하지 않고, 작은 재능이라도 소중히 여기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리더십은 1+1+1 을 4나 5로 만드는 힘이랄까요. 주인공 에단은 스스로 위험한 일을 자초해서 뛰어들어가며, 어려운 임무에서도 강요 대신, 선택을 하라고 독려합니다. 불완전한 기술력을 비난하지 않고, 조직의 빵빵한 지원 없이도, 임무에 도전하는 극한의 정신력! 순박한 저는 이런 영웅정신이 좋습니다 :)

 

 

 영화 시작부터 에단은 교도소 탈출극을 자신만의 시나리오로 구상해가면서, 특유의 독자성을 보여줍니다. 일정표가 없어도, 전혀 개의치 않고 미션에 도전해 가는 인생이라니! 이른바 먹물인생 -  사전정보와 스케쥴을 체크해가면서 살아가는 저로써는 에단의 당당한 패기가 경이로워 보였습니다. 제목부터 알 수 있듯이 정말 어려운 미션들 앞에서, 끝없이 오차수정을 해가면서, 해봐야 한다고 한결같이 주장하는 에단의 강인함! 포기를 모르는 근성의 영화이기 때문에, 여전히 명작소리를 듣는게 아닐까 합니다.

 

 ※이제부터의 내용은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주의하세요

 

 기술이 모든 걸 해결해 주는게 아님을 생각해 보기에도 좋았습니다. 유명한 두바이 빌딩씬을 떠올려 본다면, 전설의 접착 장갑은, 영 배터리가 부실하고, 성능이 아찔합니다. 조금 난데없지만, 결국 우리네 인간은 기술에 대해서 만족할 수 없는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정말 멋있어 보이고, 근사해 보이는 제품이라고 할지라도, 사용하다보면 "아쉬운 대목"이 있기 마련이지요. 완벽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사는게, 현명하지 않을까 합니다. 에단은 접착 장갑이 말썽을 일으키자, 미련없이 냅다 버립니다. 그 시원스러움이란!

 

 더욱 재밌던 것은, 유리를 절단하고 건물 안으로 뛰어들어가야 하는데, 이것 조차도 기술이 내 마음대로 해결해주지 못합니다. 결국 에단은 끙끙 거리며 온몸으로 유리를 차가면서 간신히 중요 층으로 뛰어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상상과 현실의 차이가 이토록 큰 것입니다. 원래 계획이라면, 슥슥 폼나게 빌딩을 올라가서, 깔끔하게 유리를 절단하고, 슝 들어가 포즈까지 취할 수 있어야 하겠지만... 현실은 한마디로 후덜덜 하기만 합니다. 그래도 어쩌겠어요? 우리는 keep going, 계속 가야 합니다!

 

 저는 시도조차 안 한다거나, 곧 포기해 버리는 행위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습니다. 이것만 고칠 수 있어도, 인생을 훨씬 풍요롭게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이 다르게 살겠다는 결심이나 결단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어떤 사람들은 "달라져라"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기도 했습니다. 전자가 해오던 대로 살아가면 되잖아 라면, 후자는 해보진 않았지만 뭐 한 번 해볼까 라고 접근하는 사람입니다. 하던 대로 살면 편안하고 쉬울 것 같지만, 오히려 새로운 것을 함으로서 사람은 더 재밌고 신선한 자극이 될 때가 있습니다.

 

 어떤 심리학자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싶다면, 평소 가지 않았던 길로 가서 걸어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어떤 장인들은 아이디어가 생각 속에서 존재하기 보다는, 행동하는 그 어딘가에서 존재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본다면, 다른 행동을 시도하는 것은 위험하기 보다는, 오히려 삶과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영화에서 에단은 분명히 일반적인 범위보다는 훨씬 극단적인 행동주의자로 살아가는데, 그렇기 때문에 과감한 아이디어가 계속 나오지 않나 싶었습니다. 물론, 당연히 개인적 견해이자, 추측일 뿐이고요. 하하.

 

 사실 장면 하나 하나에 "무리수"가 들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습니다. 병원에서 탈출해서, 난간에 간신히 버티고 서 있다가, 과감히 지나가는 자동차를 이용해 뛰어내리는 순간은, 묘한 영감을 주었습니다. 절대로 불가능이라고 판단되는 현실에서도, 가끔씩 실현 가능성이 보일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한 번 해볼만 한게 아닐까요? 마지막 무렵에서도, 자동차의 에어백 기능을 이용해서 고층에서 수직으로 뛰어내리는 무지막지한 장면이 있습니다. 그리고 정말 다행히도, 이 때 만큼은 기술이 별 문제없이 잘 작동하는 저력을 보여줍니다. 하기야, 액션 영화에서 주인공이 죽으면 곤란하니까요 :)

 

 사상가 나심 탈레브는 재밌는 주장을 했습니다. 100년 된 기술이 있다면, 100 정도의 저력이 이미 들어가 있는 것이며, 1년 된 기술이 있다면, 그 힘은 검증되지 않은 1에 불과하다 라는 파격적인 이야기 입니다. 재밌게도, 이걸 그대로 적용해보면, 최신의 접착 장갑 보다, 오랜 세월 연구된 에어백이 훨씬 믿을만 하다는 것입니다. 훈훈한 남자! 브랜트의 초절정 명대사도 이 이야기를 증명합니다. "이봐, 다음부터 남자 꼬시는 역할은 내가 할래!" 그놈의 최신 기술이 사실은 사람 잡을 수도 있다는 것! 차라리 수천년 내려온 색계를 시도할 꺼라는 유쾌한 이야기는, 매력적인 통찰을 줍니다. 고전적인 것들은 의외로 통할 때가 많다니까요. 에단과 제인의 키스신을 이용해, 인도 갑부의 뻔한 질투심을 자극하는 내용도 마찬가지겠고요.

 

 끝으로 저는 마지막 무렵에 아내를 생각하는 에단의 애뜻한 절절함이 마음에 오래 남았습니다. 특수요원으로 정체를 숨기며 살아가는 남자, 그래서 아내를 선뜻 가까이 하지 못할 지라도, 그 애정 만큼은 진심이 듬뿍 묻어 있었습니다.

 

 될 것 같지도 않은 일들을 시도한다는 것은 어쩌면 어리석은 일이고, 바보같은 짓입니다. 우리네 삶이 무슨 영화 주인공이냐, 소설 주인공이냐, 하면서 비웃음 당할지도 모릅니다. 그럴 때 일수록, 작은 시도는 얼마든지 할 수 있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코끼리 같이 어마어마한 덩치의 일에 무리수를 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맞을 위험이 있습니다. 그러나 고양이 같이 작고 가벼운 일에 대해서는, 새로운 시도를 몇 번이고 할 수 있습니다. 고양이는 꽤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무사할 때가 많아서, 생명이 아홉개라는 농담도 있습니다.

 

 인생의 기회가 한 번 뿐이라는 말을 저는 믿지 않습니다. 저는 10대 시절에 약 2-3년 정도를 걷지 못하고, 병원과 약을 오가며 보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물리치료도 지겹도록 받았습니다. 그 때만 해도, 나중에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지, 돈을 벌 수 있을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 수 있을지 등등 복잡하게 고민을 해보곤 했습니다. 사실 할 수 있는 게 생각과 정리 밖에 없었습니다. 대략 20년 정도가 지나서 돌아보면, 인생은 기회가 적어도 아홉 번 정도는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 누구라도 삶은 의미가 있으며, 할 수 있는 일은 있기 마련이고,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도 다양하게 있었습니다. 영화와 마찬가지로, 생각과 현실은 항상 달랐습니다.

 

 그래서 소박하지만, 할 수 있는 일을 도전해가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회라는 녀석은 분명히 지나갈 때가 있습니다. 조금은 부담이 가더라도, 한 번 직접 뛰어들어가보고, 경험해 보면, 의외로 많은 즐거움을 느낄 때도 있습니다. 원하던 결과를 당장 얻지 못하더라도, 열심히 달리는 삶이라는 것, 그 태도를 유지해나가면, 우리는 얼마든지 삶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래된 꿈을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면, 그 기간만큼 실현될 가능성도 보이기 시작하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결국 하루짜리 아이디어 보다, 꾸준히 유지하는 아이디어가 강력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환경이 안 따라줄 때는, 탓하기 보다는 뛰어보는 것! - 지금까지 무명블로거의 잡문리뷰 였습니다. / 2013. 11.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