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폭스캐처 (Foxcatcher, 2014) 리뷰

시북(허지수) 2016. 8. 14. 02:23

 

 레슬링을 주제로 하고 있지만, 그보다는 사람은 무엇으로 움직이고, 열정은 어떻게 변질되는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멋진 영화 폭스캐처 입니다. 스포츠 영화라기 보다는,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고, 무엇이 실패를 가져다 주는지를 눈여겨 볼 수 있었습니다. 미국 굴지의 재벌가 상속인 존 듀폰이 나옵니다. 하지만, 어딘지 정상처럼 보이질 않아요. 레슬링 훈련소에 나타나 갑작스레 총을 탕 쏘면서 선수들을 격려하는 장면은 그 자체로 굉장히 소름끼쳤습니다. 인터넷에서도 흔히 보는 말이 매우 가슴 아프게 스쳐 지나갔습니다. 이 자는 사람들을 짐승처럼 아는건가?

 

 더욱 슬픈 장면도 있습니다. 레슬링 세계선수권에서 이른바 폭스캐처 팀이 금메달을 따고, 파티를 즐기는 장면입니다. 다들 축배를 들고, 값진 승리에 대해서 만끽하고 있을 때, "이글" 존 듀폰이 중요한 자리에 메달을 놓자고 제안합니다. 그러자, 다들 제안에 찬성하게 되고, 존의 이름을 외치며, 완전히 상관의 눈치를 보듯이 모두가 행동하는 것입니다. 이 장면은 마치 한 사람의 나쁜 독재자와 그를 따르는 부하들 같은 느낌을 줍니다. 파티의 자유가 빼앗기는 것입니다. 존이 시키면 뭐든 하는 사람들.... 그런 독특한(?) 부제를 붙일 수 있겠습니다.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영화를 보면서 존 듀폰은 정말로 레슬링을 하고 싶었던 걸까요? 라는 의문이 따라 붙습니다. 확실히 승마는 싫어하는 것 같고, 새들에 잠시 취미를 붙였었던 것 같지만, 왜 하필 또 레슬링에 취미를 붙여가지고, 괜히 선량한 사람들, 완전히 사람 잡는다는 건지 말이에요. 이런 것을 우리 말로는 "민폐" 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요. 민폐남 존은, 1984년 LA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마크 슐츠를 영입하면서 영화가 시작됩니다. 마크만 영입대상이었던 것이 아닙니다. 마크는 능력자이자, 성공적인 가정생활을 꾸리고 있는 자신의 형 데이브도 폭스캐처 팀에 초대하는데, 이 때, 그의 형이 가지는 태도가 매우 인상적입니다. "나는 가지 않겠어, 나는 거기 합류하지 않아." 당당하게 웃으며 거절하는 것입니다. 심지어 사적인 자리에서 데이브와 존이 만났을 때도, 재벌가라고 전혀 넙죽거리지 않습니다. 그저 평소와 다름없이 사람을 대합니다. 사람의 인품이란, 이런 것이구나! 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멋있었던 장면입니다!

 

 존이 묻습니다. 그래 데이브를 영입하는데는 도대체 얼마면 돼냐고? 그러자 마크 슐츠는 형은 돈으로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라고 못을 박지요. 세상에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보다 중요한 것들은 무엇일까요? 가족이 안정적인 생활을 꾸려나가고 있으니까, 그것으로 만족하고 행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나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돈보다는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이라는 데이브의 따뜻한 정신력, 그의 금메달 보다 더 빛나는 대목이었습니다.

 

 한편 존은 시간이 지나면서, 마크를 친구로 대한다고 말하는데, 지나친 나이차를 넘어서 자꾸 친구 친구 거리는 것이 수상쩍었는데요. 살펴보니, 결국 하는 짓도 형편없었습니다. 코카인 같은 것을 반강제로 권하질 않나, 행사 파티에서 자신을 치켜세우는 연설문을 읽게 만들지 않나, 나중에는 사재를 약간 털어서 듀폰 배 레슬링 대회를 열었는데요. 자신이 직접 참가해 우승하는 코미디도 벌입니다. 그리고, 그런 우승 트로피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점에서, 존 역시 비상식적인 사람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하기야, 존은 이제껏 친구가 한 명도 없었다고 하니, 이해할 만 한가요?

 

 여기서 우리는 분명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세상을 다 가진 듯한 재벌도 쉽게, 그리고 함부로 손에 넣을 수 없는 것이 두 가지나 있습니다. 어머님의 인정과 진정한 우정입니다. 어머니는 끝까지 돈으로 산 트로피는 명예로운 것이 아니라는 태도를 견지합니다, 아들의 레슬링 연습장에 한 번 와보고서는, 칭찬 한 마디 남겨주지 않습니다. 우정은 또 어땠습니까? 존이 연습을 안 했다며 마크의 뺨을 내려치는 장면은 정말 기가 막힐 지경인데, 결국 이 일로 두 사람은 완전히 마음이 틀어져 갈라서게 됩니다. (적어도 제가 생각할 때,) 사람 사이에선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존은 지금 아무렇지 않게 벌이고 있습니다. 실로 끔찍합니다.

 

 안타까운 것은, 영화 후반에 데이브가 폭스캐처팀에 합류한다는 것입니다. 좋은 코치를 구하고자 엄청난 금액을 쏟아부었던 존 듀폰의 투자였습니다. 데이브는 자신의 동생이 걱정되기도 했겠고, 88년 서울올림픽에서 함께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 이 프로젝트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러다 영화 후반에 존 듀폰의 직접적인 광기의 희생양이 되지요. 존은 세상 모든 일이 자신의 바람대로만 흘러가기를 원했던, 철저한 자기애로 이루어진 사람으로 보면 딱 맞겠지요. 이런 사람과는 역시 가까이 지내면 곤란합니다.

 

 이번에도 여러 해외 이야기들을 조금 찾아봤습니다. 듀폰가의 실수는 존에게 방울을 달아줬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누군가의 "쓴소리, 엄한소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 맞습니다. 결국 제 아무리 최고급자동차라고 해도 제동장치가 없어서야 살인무기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심신이 매우 건강했던 데이브가, 그런 광인에 의해서 피해를 봤다는 점이 너무 슬퍼서, 하루 종일 심란했던 영화입니다 :)

 

 보시는 데 간혹 황당함 혹은 놀라움이 유발될 수 있지만, 이것 하나 만큼은 마음에 오래도록 남을 것입니다. 돈이라는 아무리 좋은 조건이 유혹을 한다고 해도, 그것이 때로는 함정이나 덫일 수 있음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즉, 돈보다 더 중요한 자신의 삶의 기준을 지켜나가는 보수성이 더 훌륭한 결정일 수도 있음을 생각해 봤습니다. 오늘도 좋은 영화를 권해주는 지인 J양의 영화 보물지도에 감사하며. / 2016. 08. 14.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