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물랑 루즈 (Moulin Rouge, 2001) 리뷰

시북(허지수) 2017. 6. 3. 03:01

 

 영화 물랑 루즈, 잊을 수 없는 굉장한 뮤지컬 작품! 이라고 쓰겠습니다. 가난하지만 총명한 작가 크리스티앙, 그리고 아름다운 매춘부 샤틴과의 아름다운 러브스토리는 매우 매력적입니다. 뮤지컬 영화라 자연스레 음악들이 함께 하기 마련인데, 그 노랫말들이 인상적이며, 멋지기도 합니다. 눈과 귀가 호강한다는 것이 이런 작품을 두고 하는 말일테지요. HD화면으로 TV에서 만날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배우 니콜 키드먼이 극중 별명 스파클링 다이아몬드에 걸맞게 눈부시게 예쁩니다.

 

 매춘부 샤틴은 신분상승과 배우로서의 대성공을 위해서 투자자를 찾고 있습니다. 부유한 공작을 만나 밀회를 나누는 프라이빗 룸에서 친밀해지고, 거액 투자를 받는 것을 목표로, 오늘도 하루를 열정적으로 살아내고 있습니다. 이미 물랑 루즈에서는 인기스타입니다. 공중에서 화려하게 내려오더니 노래를 열창합니다. 여자에게는 시간이 흘러도 변함이 없는 다이아몬드가 더 좋다고, 현실을 외칩니다. 정말? 다이아몬드가 최고? 그리고 젊은 공작과 눈이 마주치는데!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부유한 공작이 젊고 잘생기기까지 했으니, 샤틴은 정말 기막히게 운 좋은 날입니다. 이 고생을 끝마칠 날도 머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프라이빗 룸에서 행복한 하룻밤을 보내는 가 싶었는데, 아뿔싸! 이 공작이 사기꾼이었네요. 부유하기는 커녕 가난했고, 그의 정체는 이제 막 프랑스로 건너온 작가였던 것입니다. 곧바로 정색하는 샤틴의 표정이 무척 재밌습니다. 크리스티앙은 당연히 완전 내쫓기고 말았는데, 그럼에도 매력적인 샤틴에게 첫 눈에 반한 것 같습니다.

 

 아! 크리스티앙. 글을 쓰기는 커녕, 온종일 샤틴 생각 밖에 없습니다. 급기야 그녀가 살고 있는 곳까지 위험하게 찾아가는 무리수를 강행하고 있습니다. 붉은 드레스의 샤틴은 냉정합니다. 사랑 따위 믿지도 않고, 신뢰하지도 않습니다. 화대가 없이 잠자리를 가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선을 긋습니다. 그런데, 이 남자 크리스티앙 너무 뜨겁고 진지하며 열정이 넘칩니다.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것, 그것만큼만 알아달라고 직구로 표현합니다. 이 간절한 마음이 닿아서 두 사람은 연인관계로 발전하는데 성공합니다.

 

 악역으로 나오는 부유하고 나이 든 공작이 있습니다. 이 남자는 샤틴을 자신의 여인으로 만들기 위해서 흔한 말로 삶을 올인하고 있습니다. 물랑 루즈에 거액 투자를 약속 했고, 새로 올라오는 무대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시나리오에도 간섭하고 있습니다. 공작님 마음에 들지 않게 무대가 진행된다면, 시나리오는 다시 써야 되고요. 그야말로 1899년 갑질 끝판왕이 따로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물랑 루즈의 많은 단원들은 보헤미안의 정신을 갖고, 공작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크리스티앙과 샤틴의 비밀 연애를 응원하고 지켜주는 사람이 많습니다.

 

 영화는 샤틴이 폐결핵에 걸려서 죽어가면서 더욱 극적으로 진행됩니다. 공작 역시 크리스티앙의 존재를 비로소 눈치 채고, 질투에 강렬히 눈 멀어 버립니다. 크리스티앙은 이제 내 눈에 띄면 죽여버리겠다는 겁니다. 샤틴은 대단한 결단을 내립니다. 그의 연인을 살리기 위해서, 일생일대의 연기를 발휘하며, 크리스티앙 당신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입니다. 깨끗한 이별 통보 입니다.

 

 완전히 실의에 빠져 있는 크리스티앙에게 뚤루즈가 다가와 이야기 합니다. 자신이 비록 키도 작고, 가난하게 살지만, 우리는 예술가이며, 사랑에 대해서는 잘 아는 사람들이라고 자신 있게 말합니다. 샤틴은 자네를 사랑한다고 확실히 알 수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이 점이 새삼스레 정말 감동적인 대목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사랑은 말이 아니라, 행동과 몸짓에서 드러나는 것이 아닐까요? 뚤루즈와 크리스티앙은 이제 진실을 향해서 질주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물랑 루즈로 찾아가서, 직접 샤틴을 만나는 정공법을 선택합니다.

 

 크리스티앙을 죽이려는 공작 일당의 방해를 뚫었고, 아픈 와중에도 공연을 끝마친 샤틴을 만납니다. 샤틴은 우리의 사이가 영원해 지기를 소망하는 꿈을 말해줍니다. 우리의 이야기를 글로 남겨달라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안타깝게도 그녀는 정말로 세상 세계와는 다른 사람이 되고 말았습니다. 살아가면서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정말 멋진 일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또 그 사랑을 되돌려 받는 것이라는 말이 정말 마음에 깊이 남을 것입니다.

 

 국가대표 축구선수였던 이영표는 인터뷰에서 죽기 전에 내가 왜 그를 사랑하지 못했던가 이런 말들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렇게 본다면 샤틴의 모습, 때로는 불꽃 같았고, 때로는 반짝이는 애정이 넘쳤던 삶은, 그가 젊어서 요절했기에 불행했다고 함부로 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인생에서 사랑하는 것을 발견해서 그 길을 내가 결단해 열심히 걸었다면, 죽음 조차도 두려움 없이 맞이할 수 있는 게 아닐까, 그 비밀스러움을 살짝 엿보았던 기분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던 삶, 그 순간을 열심히 살았던 삶, 그런 것들이 우리를 충만하게 만들고, 삶의 힘겨운 무게에 지지 않게 해주는 것이라 정리해 봅니다. / 2017. 06. 03.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