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Let Me Eat Your Pancreas, 2017) 리뷰

시북(허지수) 2018. 3. 10. 02:04

 

 이 영화에 어울리는 신영복 선생님의 책구절이 있기에, 서론으로 써봅니다. "삶에서 겪는 고난의 긴 여정이, 매 발자국 그 순간 순간이 황금의 시간이라는 것입니다." 사쿠라양은 췌장이 아프다고 합니다. 췌장암으로 인해, 그녀에게 주어진 시간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이 강인하고 활기가 넘치는 소녀는, 학교 친구 그 누구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습니다. 사쿠라에게는 소중한 일상이 계속 되어가는 것 자체로 충분히 즐거웠기 때문인데, 그 지점이 첫째로 눈부신 대목이었습니다.

 

 그러다 병원에서 우연하게 자신이 써내려가던 공병문고를 떨어뜨리는 대실수를 하게 됩니다. 이 일기장(?)을 집어든 것은 남자주인공. 사쿠라는 당황하지만 태연한 척 했고, 늘 책만 들여다 본다는 이 남주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맙니다. 그렇게 두 사람의 인연은 시작되었습니다. 나(사이 좋은 소년!)와 사쿠라의 이야기 입니다. 친구의 한마디가, 친구의 한 행동이,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점에서, 둘째로 이 영화는 훌륭했습니다.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사쿠라는 사이 좋은 소년을 더 알고 싶어했고, 남주와 정말 의도적으로 가까이 하려는 계획을 짭니다. 함께 도서위원을 맡아서 시간을 보내게 되었고, 그 좁은 학교에는 금방 소문이 퍼지게 됩니다. 쟤 둘 도대체 사이가 뭐냐! 사이 좋은 관계 라는 건데... 이 표현이 저는 참 맑게만 느껴졌습니다. 사귀는 것은 당연히 아니고! 다정하게 놀러도 가고, 챙겨도 주고, 걱정도 하는, 참 든든하고 소중한 친구 라고 풀어써도 될 것 같습니다.

 

 그래 만나서 놀러가자! 신칸센 열차를 타고 맛있는 것을 먹어보자! 1박 2일 여행을 해보자! 사쿠라의 적극성은 정말 놀라울 정도입니다. 그러나, 거기에는 비밀이 숨어 있습니다. 그녀에게는 당연히 하루 하루가 매우 특별하게 소중했던 것이고, 정말로 살 날이 얼마남지 않았기 때문에, 해보고 싶었던 것은 그 즉시 기회가 닿는대로 실행해 버립니다.

 

 함께 신사에 가서 기도를 하고, 운세를 보는 장면이 생각납니다. 사쿠라는 자신이 낫게 해달라는 기적같은 일들을 더 이상 바라지 않습니다. 그 대신 자신의 주변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그 아름다운 성숙함, 그 내면의 따뜻한 성품이, 외모만큼이나 예쁩니다. 영화 나중에 극적으로 밝혀지는데, 사실은 공병문고 일기장에, 조금만 더 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적나라하게 눈물까지 흘려가면서 적는 소녀감성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언젠가 읽었던 유명한 글귀가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오늘 하루는, 누군가가 간절히 바라고 원했던 하루다.

 

 아픈 사쿠라양을 위해, 남자 주인공은 학교에서 배웠던 것을 알려주는 친절한 태도를 보여줍니다. 그러자 대뜸 사쿠라양의 정곡을 찌르는 한 마디. "너 선생님 하면 되겠다! 나는 사람보는 눈이 있거든!" 그렇게 남주는, 12년이 지나서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가슴 한편에는 이 길이 맞나, 고민하며, 사표를 책상 서랍에 넣어두며 말이지요.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저 역시 정말로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어느 예쁜 여자분이, 저를 두고 무엇을 가르치는 일을 할 것이라 추측했지요. 물론, 이 길이 맞나 망설이지만, 이 길로 좀 더 가보려고 숙고하는 중입니다.)

 

 남자 주인공 - 선생님의 제자는 시간이 흘러, 정말 인상적인 말을 합니다. 교사 생활을 그만두지 마세요. 만약 교사를 그만둬 버린다면, 작고한 사쿠라가 슬퍼할 테니까요. 주인공은 그 말을 듣고, 큰 울림을 받았습니다. 사표를 찢고, 이 길을 걷기로 다짐한 것입니다. 결국 관계 속에 답은 숨어 있을 때가 있습니다.

 

 사쿠라는 나중에 묻지마 범죄의 희생양이 되어서 사망에 이르게 됩니다. 하지만 그녀의 어머님은 지나치게 슬퍼하지 않았으며 담담하게 이야기 합니다. 사이 좋은 소년, 자네가 있어서, 사쿠라양은 행복하게 투병생활을 했고, 자신의 삶을 끝까지 최선을 다해 살았다고. 남자 주인공은 그 말을 듣고 견딜 수 없어, 눈물을 쏟아냅니다. 옛 사람들은 눈물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 중 하나로 여겼다고 하는데... 그만큼 남주에게도, 작별의 시간은 막상 닥치니 견디기 어려웠던 것이라 생각합니다.

 

 내 인생이 앞으로 5년 밖에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최선을 다해 하루 하루를 맞이하라. 어느 의사 선생님의 조언인데, 참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습니다. 시간은 결코 무한정 있지 않으며,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하고 싶은 일들을 직접 다이어리에 써가며, 우리는 좀 더 적극적으로 뛰어들어간다면 좋겠다는 결론입니다. 뭔가 좋은 리뷰를 쓰고 싶었지만, 글솜씨가 없어서 이만 줄여야 겠네요. 순간 순간이 황금의 시간. 노력하겠습니다. / 2018. 03. 10.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