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인터스텔라 (Interstellar, 2014) 리뷰

시북(허지수) 2014. 11. 10. 19:55

 

 영화 인터스텔라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져주고 있는 작품입니다. 인류에게 과연 미래가 있는 것일까? 에서부터 시작해서, 너와 내가 소통할 수 있을 것인가에 이르기까지. 세계에 관한 하나의 시선으로 접근한다면 재밌게 감상할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SF영화 답게 많은 대목을 광대한 우주를 통해서 이야기를 전달하긴 합니다. 저는 학창시절에 들었던 이 말을 기억합니다. 사람은 말야, 정말로 알 수 없기 때문에, 한 사람이야 말로 각각의 우주라는 말이지. 덧붙이자면, 박쥐가 살아가는 초음파 영역의 세계가 있다면, 인간은 인간만이 인지하고 살아가는 고유한 세계가 있다는 것이에요.

 

 그러면 인간이 살아가는 세계란, 어땠을까요. 예로부터 옷을 입어야 했고, 날씨 변화에 적응해 와야 했습니다. 최근까지만 해도 각종 백신이 발견 및 보급화 되기 전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는지 모릅니다. 전쟁을 치루면서 서로를 죽이기도 했고요. 무엇보다 사람의 약점은 먹는 것에 있지요. 잘 먹고, 잘 사는 - 유기농 웰빙라이프가 현대에는 유행을 이루기도 했네요. 거기보다 더 발전한 세계란 무엇일까요?

 

 

 결코 아름다운 세계가 아니었습니다. 영화 속에서는 아이들 세대가 오면 더 이상 먹을 것이 없어서 굶어죽을 것임을 강력하게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인류는 막다른 골목을 헤매이고 있을 뿐인데... 주인공 쿠퍼는 이 때, 이른바 기묘한 경험을 하면서 숨겨진 단체로부터 부름을 받습니다.

 

 ※이제부터의 내용은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주의하세요

 

 그런데 놀랍게도 우리가 삶을 살아가다보면, 영화 인터스텔라처럼 "어떻게 이런 일이!" 라는 놀라운 도움을 받는 경험을 할 때가 있습니다. 쿠퍼는 처음 NASA를 찾아냈고, 그 이후 여러가지 일들을 거쳐서 마지막까지 기적의 주인공이 되어갑니다. 이것을 인간만의 특징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인간이 가진 경이로운 특징은 "협동" 이라고 합니다. 밥을 함께 앉아서 먹을 수 있으며, 야구 같은 협동이 필요한 경기를 해나갈 수 있지요. 이런 협동하는 인간이, 수 천년을 거쳐서 유전되어 왔기 때문에, 우리는 가끔씩 시공간을 넘어서는 도움을 받는 게 아닐까요. 하하 너무 가벼운 결론인가요.

 

 주인공 쿠퍼는 나사에서 인류가 살아갈 새로운 우주 여행을 제안받고, 고민 끝에 수락하게 됩니다. 지구에서는 더 이상 답이 없는 시기가 왔다는 것. 그 원인은 60억 인구의 60억 개의 터질듯한 욕망이었다는 점은, 마치 현대 사회를 욕망만을 자극하고 있고, 반성 없는 시대라고 지적하는 것만 같습니다. 자, 여하튼 밀도, 옥수수도, 감자도, 땅들이 다 배신을 한다면 지구에서 먹을 것을 구할 수는 없으니 출발할 수 밖에요. 쿠퍼와 아펠리아 등 나사 요원들은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서 새로운 별들을 탐험합니다.

 

 놀랍게도 새로운 별에서 만났던 것들은 다 거짓이었습니다. 데이터는 조작되어 있었고, 처음도 마지막도 아무런 희망이 없었음을 발견할 뿐이었습니다. 시간의 축도 엉망이 되어버렸고, 동료들도 사라져 갑니다. 개인적으로는 무엇보다 한참을 당황스럽게 만들었던, 압권인 장면은 쿠퍼가 보다 높은 차원의 공간에 갇혀있는 장면입니다.

 

 그 차원은 얼핏 보기에는 쿠퍼의 죽음을 암시하기도 하지만, 사랑스러운 딸 머피의 마음 공간을 의미하기도 하고, 어쩌면 자기 자신의 (마지막) 의식 체계이기도 합니다.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서는 "그들" 이라는 신적 공간일 수도 있겠네요. 이것은 한 마디로 인간의 복잡성이란 얼마나 아름답고 얼마나 눈부신가를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시간을 뛰어넘어서도 소통이 될 수 있다면, 이번에는 공간을 뛰어넘어서도 소통이 될 수 있음을 말해줍니다.

 

 인간은 결국 3차원이라는 공간에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유한한 존재라지만, 계속 답을 찾아왔다는 것이 참으로 인간을 갈림길에 서게 만듭니다. 정말로 사람은 늘 답을 찾는 강력한 존재인 것인가, 혹은 약하지만 그래도 가는 존재인 것인가.

 

 조금은 조심스러운 결론이지만, 인터스텔라는 그 답이 후자라고 말하고 있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딸의 눈물 앞에서 발걸음을 떨어뜨리지 못하지만, 때로는 믿는 사람에게 가장 강력하게 사기당하기도 하고, 그렇지만 먹고 살아남기 위해서 앞으로 계속 걸어가는 인간은 그 존재로서 충분히 "인간다움"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거지요. 저의 절친한 친구는 말을 하지 못하는 장애우와 사귀게 되어서 몇 주만에 수화를 터득해서 주변을 놀라게 했습니다. 지금은 카카오톡이니 각종 통신기기가 있으니 의사소통에는 별로 불편함이 없게 되었고요. 이제 TV광고에서는 언어의 장벽들도 거의 다 넘어가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인간이 복잡한 난제들을 놀라운 속도로 해결해 나가며, 세계를 거슬러 올라가고 있다면, 우리는 지금 언어를 다시 합치는 단계까지는 올라왔던 것 같습니다. 수명도 100년, 120년까지 왔습니다. 문제는 여기에서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제부터는 노화를 방지하기 위한 온갖 발명품들이 세계를 뒤엎을 테고, 더 큰 정부나 조직이 나타나거나, 더 많은 감시가 펼쳐지기 시작할 것입니다. 뭐, 아무렴 어떻습니까. 약하지만 그래도 앞으로 가는 존재인 인간. 그래도 소중한 한 사람을 아껴야 한다고 영화는 친절하게 딸 머피의 목소리로 알려줍니다.

 

 결국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는 것. 사람이 무엇으로 사는걸까 라고 묻는다면 영화 인터스텔라는, 가족과 가까운 이들을 사랑하면서 사는 것만으로도 인생은 놀라움으로 넘쳐날 것이라고 알려주는 게 아닐까요. / 리뷰어 허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