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나를 찾아줘 (Gone Girl, 2014) 리뷰

시북(허지수) 2014. 11. 17. 18:34

 

 닉과 에이미는 겉으로 보이기에는 실로 멋진 커플입니다. 두 사람 모두 글재주가 뛰어나서 밥벌이를 잘 해나갈 수 있으며, 여주인공 에이미의 경우 명문 하버드대학교 출신입니다. 이런 괜찮아 보이는 부부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영화는 결혼 5주년을 기념하며, 갑자기 사라져버린 에이미를 찾아 나서면서 그 서막을 엽니다. 에이미는 누구인가? 어떻게 우리는 한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걸까? 에이미의 친구는 있었을까, 친구가 있었다면 그녀가 정말로 진짜 친구였을까? 하나부터 다섯까지 영화는 관객에게 단서만 일찍 던져줄 뿐, 해답은 천천히 보여줍니다.

 

 부부 사이인데도, 서로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이 말이 되니? 싶지만, 정신과 선생님들의 강연을 들어보면, 실제로는 서로에 대해서 오해도 하고, 가령 미워하지도 않았는데 미워하는 줄 착각도 하고, 다양한 사례가 많습니다. 분명 이 부부도 말 못할 사연이 담겨 있는게 분명합니다. 에이미는 일단 집나가고 없으니까, 닉의 관점에서 에이미가 어디 있는지 우리 모두는 궁금해 하는데...

 

 

 미국이라는 나라가 원래 이혼율도 높고, 또 서로 의심도 많이 하는 편이라서, 실종의 경우라면 가까이에 있는 사람 남편을 의심한다고 들었습니다. 게다가 이럴수가, 경찰이 와서 집안 구석구석을 살펴보니까 다툰 흔적도 남아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아, 이런 나쁜 녀석, 막장 드라마의 극장판이라 그것도 재밌겠다 싶었는데요.

 

 ※이제부터의 내용은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주의하세요

 

 맞습니다. 그 나쁜 남자 닉이었습니다! 제자와의 불륜을 저지르고 똑똑한 아내 에이미를 져버리다니요! 경찰의 수사가 좁혀올수록 우리는 닉의 처벌을 기대하게 됩니다. 벌써 방에는 혈흔의 흔적까지 잔뜩 탐지되었으니, 결정적 증거만 있으면, 닉에게 최고 사형까지 구형되면서, 모든 게 마무리 될 수 있었습니다. 아 불쌍한 에이미!

 

 그런데!?!?

 아, 그래서 남자들은 예쁜 여인들에게 속아 넘어가니까, 안 된다는 것입니다. 에이미는 극의 중반부터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이 밝혀집니다. 새롭게 재구성되는 이야기들, 에이미의 관점에서 새로 출발하는 이야기들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남편 닉이 불륜을 저지르자 참을 수 없었고, 닉을 완전히 골탕 먹이기 위해서, 최악의 남자로 만들기 위해서 한 편의 시나리오를 쓰고 직접 실행에 옮긴 것입니다. 그 시행일이 바로 결혼 5주년 기념일이라니, 이 여자 에이미의 치밀함도 대단합니다.

 

 에미이가 정성스럽게 차려놓은 불륜의 증거들 덕분에, 닉은 수 많은 사람들 앞에 나와서 자신의 잘못을 뉘우쳐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도 재밌는 포인트가 있는데, 닉과 에이미 모두 여론 (미디어) 를 매우 중시한다는 것입니다. 에이미야 어린 시절부터 여론을 활용하는 법을 능수능란하게 다루어 왔다면, 닉도 여론을 이용해서 자신은 잘못을 뉘우치고 있고, 에이미도 돌아왔으니까 이제는 괜찮다고 시청자들에게 양해를 구합니다. 이 점이 무엇인가 중요한 시사점을 던집니다. 정작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닉과 에이미의 관계인데 말이지요!

 

 영화는 두 사람이, 한 공간이지만 서로가 멀리 떨어져서 목욕하는 장면을 잡으면서, 둘의 관계가 파탄나 있음을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닉은 여인을 잘못 선택했던 까닭에, 자칫하단 농담반 진담반 평생 싸이코패스 커플 소리를 들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는 2시간 넘는 시간동안 스릴 넘치게 이야기를 끌어가지만, 에이미의 잘못들이 밝혀지기에도 시간이 역부족입니다. 왜냐하면 에이미 자체가 이미 긍정적인 여론을 등에 업고 있기 때문에, 매력을 등에 업고 있어서, 그 자체로 성역이 되어버린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여기까지 생각해 봤을 때, 이제 마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 우리가 바라보고 있는 타인은, 지금까지 우리가 상상하거나 생각해왔던 타인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정말로 그 사람의 생각을 알고 싶다면, 물어보고 그 행동을 세밀히 관찰해야만 알 수 있다고, 영화는 충격적인 방법을 통해서 잘 알려줍니다. 에이미의 전 남친이자 백만장자 역시 에이미의 진심을 알아낼 수 없었기에, 영화는 그 남자가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함을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아휴, 불륜의 닉도 물론 나쁘지만, 에이미 같은 사람을 만나게 되면 어떻게 살 것인가 그 끔찍한 상상력이 (우린 다행이라는 측면에서) 재밌었고,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에 법을 이용하면서 정당화를 잘 시키는 저렇게 악한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그 점도 놀라게 되었습니다. 그래놓고 착한 사람인 척 자신의 잘못을 씻어버리는 행위가 인간이 가지는 어떤 오만함 같아서 그 점이 가장 돋보였던 영화였습니다. 지금까지 재밌고 즐거운 150분의 스릴러 나를 찾아줘 였습니다. / 2014. 11. 리뷰어 허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