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Once Upon A Time In America, 1984) 리뷰

시북(허지수) 2016. 7. 13. 02:02

 

 긴 호흡을 두고서 보기에 좋은 작품,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입니다. 미국의 20세기 풍경과 의리로 뭉쳤던 갱단의 삶을 은은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 남자의 일생이라고 써도 좋을 것 같습니다. 주인공 누들스가 일생의 벗을 만나서 함께 갱단을 구성합니다. 정말 예쁜 아가씨와 사랑을 꿈꿔보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습니다. 누들스는 의리를 지키고자 감옥을 다녀오게 되었고, 밀주사업을 동료들과 하면서 크게 성공을 하기도 합니다.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 그러나 그 속에서 웃을 수 있는 것이 인생. 인상적인 음악과 함께 긴 영화는 우리에게 이야기 해주는 것이 참 많았습니다.

 

 1921년 어린 시절의 누들스가 맥스와 만나는 장면, 두 사람은 밀매에 관한 좋은 제안을 제안해서 벌써부터 성공을 거머쥐게 됩니다. 손바닥을 맞대면서, 이제부터 벌어들인 돈이 공동의 재산임을 확인하는 누들스 갱단! 이들은 아메리카에서 성공적인 삶을 꿈꾸는데, 꼭 방해꾼이 들어서기 마련입니다. 벅시라는 라이벌 갱단인데, 맥스와 누들스를 무참히 쥐어패면서, 자기 밑에 들어오거나, 사라져줄 것을 권하지요. 당연히 우리 주인공 일행은 거부합니다. 명령 받는 것은 글쎄, 질색이랍니다. 급기야...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벅시라는 녀석은 총으로, 누들스 갱단의 꼬마 소년을 총으로 쏘기에 이릅니다. "미끄러졌어"라는 아련한 대사. 이에 분노한 누둘스는 칼으로 벅시를 죽이게 되면서, 경찰서에서 긴 세월을 보내야 했지요. 긴 세월 후, 출소했을 때, 누들스 갱단은 이미 밀주 사업으로 성공적인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다만 한 가지, 금주법이 사라지면서, 이 멋진 사업이 계속되지 않으리라는 것은 분명했지요. 그럼에도 별 걱정 없이 살아가는 일행은, 의문의 사건을 맞이하게 되었네요.

 

 누군가가 누들스를 계속해서 뒤좇고 있고, 그러는 사이에 누들스와 관련된 인물들이 차례차례 거칠게 죽음을 맞이하게 된 것입니다. 묘비명을 보니, 여기에는 절친 맥스까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장례가 되어 있는 건물을 천천히 둘러보는 누들스, 그리고 서둘러서 갈 길을 빠져나가는데, 그의 인생은 영화라서 그렇다지만, 참으로 극적이기만 합니다. 어쩐지 행복하다기 보다는, 무겁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게다가 숨겨둔 돈은 좀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이게 다 어찌된 일인지...

 

 첫사랑 데보라는 참 예쁘게 나오는데요. 찾아가보니, 이미 훌륭한 여배우의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누들스를 차버리고 했던 선택이었지요. 이 때 베일리 장관의 초대장이 날아듭니다. 아니, 이 장관은 누구길래, 우여곡절의 인생 누들스를 초대했단 말인가요? 영화는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베일리 장관이 살아남은 맥스임을 알려주고, 그가 누들스의 돈과 여자까지 다 빼앗았음을 말해줍니다. 배신의 슬픔이 담긴 영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누들스는 맥스와의 유년기를 추억하며, 원망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조용히 아편을 피우는 곳으로 사라져서, 다만 웃어보이지요. 스탭롤이 올라갑니다.

 

 4시간에 달하는 영화를 대략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뭐, 실은 주인공 누들스 역시 지난 시절 맥스가 제시한 연방은행을 털자는 계획을 말도 안 된다며 거절했다가, 스스로 비밀정보를 경찰에 흘리는 아이러니가 있었으니까요. 우정과 배신의 영화라고 볼 수도 있을것 같습니다. 직접적으로 나타나 있진 않지만, 과연 누가 먼저 배신했는가를 생각해 볼 수도 있겠지요. 슬픈 이야기 이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 손과 손을 포개어 함께 하자고 했던 계획은, 사회의 격류에 휘말려서, 성공할 때는 같이 있을 수 있었지만, 금주법이 사라진 이후에는, 새로운 거처를 필요로 했고, 이 때부터 이들의 의견은 쉽게 통일되지 못했을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굳이 답을 가르치려고 하지 않습니다. 관객에게 다만 손을 내밀고 있습니다. 자, 미국의 거리를 한 번 구경해봐, 잊을 수 없는 음악을 들려줄께, 사랑과 우정 참으로 좋은 말이잖아, 그럼에도 누군가에게는 슬픔이 될 수도 있는게 아닐까. 그저 질문들이었고, 그저 또렷히 바라봄으로서 인상에 강하게 남습니다.

 

 저는 데보라와의 마지막 씬이 기억에 남습니다. 데보라는 화장을 천천히 지워가며, 베일리 시장을 찾아가지 마라고 이야기 합니다. 하지만, 누들스는 언제나처럼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야기 합니다. 진실을 이야기 해주지? 데보라, 왜 정보를 숨기고 있는거지, 특유의 예리한 감각으로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갑니다. 그랬던 누들스가 정작 맥스, 베일리 시장을 만나게 되자, 일부러 모른체 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되었습니다. 이제부터 우리는 저마다의 길을 가자는 뜻 같았습니다.

 

 늘 똑똑한 리더십을 발휘하던 맥스가 이루어낸 정치가로서의 아메리칸 드림? 아니면 할 수 있는 선에서 갱단으로서 함께 하는 삶을 살아가고, 그러다 동료들을 잃어버린 누들스가 맞이한 갱으로서의 아메리칸 드림? 꿈이라는 말, 목표라는 말도, 사실은 좌절 앞에 맞이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럼에도 인생은 계속 되는 것이며, 그럼에도 남은 삶이, 끝내는 슬픔을 딛고 우리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죄책감 없는 선택", 짧은 단어지만, 오늘은 이 단어를 끝으로 리뷰를 마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훌륭한 선택으로, 영화만큼 감동적인 우리네 소박한 삶이 될 수 있기를. / 2016. 07. 13.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