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바디 오브 라이즈 (Body of Lies, 2008) 리뷰

시북(허지수) 2017. 3. 25. 04:41

 

 중동을 무대로 하고 있는 CIA 스릴러 영화, 바디 오브 라이즈 입니다. 디카프리오에 러셀 크로우까지 등장배우들이 화려합니다. 또한 마크 스트롱이라는 영국 배우도 열연을 펼치고 있어서, 영화가 매우 사실적인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불과 몇 해 전, 백여명이 넘게 사망한 프랑스 파리 테러를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으니까요. 물론 영화는 미국적인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긴 하겠지만, 무고한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참 끔찍하구나 라는 생각입니다. (*물론, 세계사에서는 천주교, 개신교 사이에서도 서로 싸워서 많이들 죽었답니다. 어휴...)

 

 주인공 페리스는 중동에서 활약 중인 정예요원입니다. 눈에 띄는 미국인이기는 하지만, 아직 신분은 노출되지 않았고, 그래서 해야할 일이 있습니다. 바로 테러리스트 우두머리를 찾아서 처리하는 일이지요. 그런데 적들도 어느새 고단수가 되었음을 영화는 안내하고 있습니다. 이들 테러리스트들은 전화조차 사용하지 않고, 중요한 일은 고전적인 수법인 만남을 통해 전달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러니, 최신 기술을 보유한 미국도 이들을 잡아내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페리스 요원은 일단 자신의 중동 정보원과 함께 일을 해나가는데...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정보 하나 구하기도 대단히 어려웠습니다. 적의 정보가 숨어있는 아지트를 발견해서 두 사람이 함께 쳐들어 가는데, 테러리스트는 너무 대담하게도 자폭 공격을 시도해 버립니다. 도무지 상식과 협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토록 위험한 직업을 태연하게 해내고 있는 페리스가 참 대단해 보였달까... 위기의 순간에도 판단력은 빛나고, 자동차를 몰고 재빨리 적의 구역에서 벗어나려는데! 적들도 이 순간을 놓치지 않습니다. 곧바로 페리스 일행을 추격하며 박격포 같은 것을 날리며, 차를 완전히 박살내 버립니다. 싸움에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게 기본인 아찔한 세계를 보고 있는 기분이 듭니다. 페리스의 중동 정보원은 이 자리에서 목숨을 잃고 말지요. 페리스가 목숨 걸고 건진 정보들은 그래도 A급이었습니다. 이제 무대는 적의 거처 요르단 으로 넘어가게 되는데요.

 

 요르단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정보국장 하니를 만나서, 페리스는 그의 신뢰를 천천히 쌓아나가게 됩니다. 그러면 호프먼이라는 페리스의 상사는 뭐하고 있는가 하니, 미국에서 편하게(?) 위성 감시가 주업무 입니다. 정보도 페리스 보다는 당연히 많이 알고 있지요. 가끔은 페리스 얼굴 보러, 중동으로 비행기 타고 오기도 하네요. 러셀 크로우가 이 역할을 맡기 위해서 살을 20kg 정도나 불렸다고 하는데, 저도 처음에는 제대로 못 알아봤습니다. 이 영화가 무척 독특한 점이 페리스가 상사인 호프먼을 믿고 따라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는 점에 있습니다. 오히려 페리스는 하니가 일하는 방식에 강한 끌림을 느끼고, 비상 상황에도 오히려 하니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든요.

 

 하니는 중동 방식으로 일한다고 해야 할까요? 전통 방식으로 일한다고 해야 할까요. 알 살렘 이라는 적 최고 지도자의 정보를 빼오기 위해서, 독실한 무슬림 한 사람을 스파이로 잠입시키는 계획을 세웁니다. 종교적 신념보다 더 강한 것이 과연 있었을까요? 정답은 돈의 힘이었습니다. 돈으로 이 친구의 어머니가 행복하게 살도록 도와주거든요. 청년은 감격해 하면서, 하니 국장에게 충성스러움을 표시합니다. 이 투자야 말로, 이후 작전의 핵심 키워드가 되었습니다. 페리스가 이 장면을 동행해서 목격하는데, 강한 인상을 받은 것은 물론이겠지요.

 

 한편 페리스는 요르단에서 여기 저기 다쳐서, 치료 받는 도중, 아이샤 라는 예쁜 간호사와 썸을 타게 됩니다. 아내와 이혼하고 새로운 여자와 썸을 타려는 나쁜 남자라며, 아이샤가 주사를 냅다 찌르는데, 극중 유일하게 재밌는 장면이 아닐까 싶어요. 이렇게 노는 도중에, 눈치 재빠른 적의 지도자 알 살렘은 거주지를 불태우고, 또 다시 도피하고 맙니다. 다 잡은 목표를 눈 앞에서 놓치고 마는 CIA! 체면이 말이 아니네요. 일단 귀국!

 

 미국에서 이번에는 컴퓨터를 이용해, 알 살렘 역 유인작전을 계획하기로 합니다. 첫째, 가짜 거대 테러를 만든다. 둘째, 알 살렘이 이 사건에 호기심을 일으켜 휴대폰을 쓰게 만들면 된다는 것. 왜냐하면 휴대폰 도청과 위성 감시는 CIA 주특기거든요. 과감히 터키 군사기지를 폭파하며 작전을 성공시켰지만, 이번에도 한 발 빠른 것은 오히려 이슬람 극단주의 조직이었습니다. 무서운 속도로 가짜 사건임을 간파하고, 페리스까지 낚아채 버립니다. 페리스의 엄청난 약점, 아이샤가 납치되어 갔거든요. 별 수 없이 적진 한 가운데로 끌려가 고문까지 당하고 보기 힘든 장면들입니다. 그래도 할 말은 떳떳히 합니다. 이봐 자네들, 코란 어디에도 사람 목숨 가지고 장난치는 대목은 없다고! 믿고 싶은 대로 믿는 광신도들에게 일침을 날려주지요.

 

 영화는 마무리가 반전입니다. 죽기 직전이었던 페리스를 CIA가 아니라, 요르단 정보국장 하니가 구출해 내거든요. 그 이전 장면부터 암시가 있습니다. "미안하네 페리스" 라는 호프먼 상사의 비통한 대사는, 그를 이제 도울 수 없어 버리는 패로 보는 듯 했습니다. 그와는 대비되게 하니는 사람들 한 명, 한 명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그래서 하니의 일하는 방식에 페리스가 매료되어 가는 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페리스가 간신히 살아나온 후, 마지막 장면이 압권이지요. 난 더 이상 미국 안 가도 됩니다. 중동에서 지내보려고요. 단순히 아이샤 때문? 물론 그 점도 크겠지요. 그러나 편안하게 위성이나 볼 수 있는 CIA 승진 자리를 박차버리고, 중동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기를 택한 것은, 이 곳만이 주는 현장의 매력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계속해서 하니와 신뢰를 구축하며 지낼 수도 있을테지요. 오늘 책에서 읽었던 문구가 어쩌면 페리스에게도 잘 어울릴지 모릅니다. 리뷰 마칩니다. "편안한 영역에서 벗어날 때, 진짜 삶이 시작된다." 아이샤와 행복하길! / 2017. 03. 25.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