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러시 : 더 라이벌 (Rush, 2013) 리뷰

시북(허지수) 2017. 4. 19. 05:55

 

 오늘은 무슨 영화를 볼까, 케이블과 oksusu 등을 기웃거려 봅니다. 해외 IMDB 평점 8.1에 달하는 수작 러시 더 라이벌이 눈에 들어옵니다. 시작부터 뉘르부르크링 6글자가 보입니다. 갑자기 가슴이 설레입니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추억의 코스입니다. 20대 시절에 레이싱 휠까지 장만해, 그란투리스모 게임을 일 마치면 매일 열심히 했었고, 20km에 달하는 뉘르부르크링을 달리고, 또 달리고, 녹화까지 했었습니다. 300 마력이 넘는 차로 빠른 속도로 멋지게 질주하면, 비록 가상세계였지만, 차와 내가 하나가 된 기분으로, 가슴 가득 즐거웠습니다. 그런데 F1 이라니요, 450 마력이 넘는다니요. 7분대로 이 코스를 달린다니... 환상적입니다. 자동차들의 엔진소리가 마치 포효처럼 들립니다.

 

 1976년 F1 실화를 바탕으로 그린 작품이고요, 이야기는 자동차 경주외에도, 두 사람 제임스와 니키의 인간적인 모습도 깊이 있게 살려내고 있습니다. 제임스는 거침없는 주행실력과 뜨거운 열정, 모든 것을 불태우는 사나이로 느껴지는 반면에, 니키는 전혀 다릅니다. 철저한 계산과 자동차 및 기계를 위한 구도자적인 애정, 모범생 스타일로서 평소에는 매우 천천히 자동차를 운전하는 모습까지 제임스와는 완전 딴판입니다. 그런 두 사람이 챔피언 자리를 놓고서, 최선을 다하는 선택을 보여줍니다. 단순히 레이싱 영화인 줄 알았지만, 잊지 못할 명대사도 발견할 수 있고, 자동차 좋아한다면, 꼭 한 번 보신다면 좋을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두 사람의 인연은 F3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F1이 시속 270km, 죽음의 경계까지도 넘나드는 최고의 무대라면, F3은 F1로 가기 위해서 열심히 열의를 불태우는 무대라 할 수 있겠지요. 슈퍼스타로 불리는 영국 인기남 제임스는 F3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으며, 여인들과는 사랑을 나누며, 멋진 레이서의 삶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매우 재밌는 대목은 니키인데, 그는 부잣집 아들로서 가업을 이어받으며 얼마든지 편안하게 살 수 있음에도, 자신이 하고 싶고, 잘 할 수 있는 자동차 레이싱을 고집하게 됩니다. 집에서 지원을 안 해주니까, 은행 대출까지 받아서 업계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리고서는 열정을 불태워 나갑니다. 밤새도록 자동차를 정비하고, 손을 봐서, 기록을 2.3초 씩이나 단축 시킬 수 있었고, 탁월한 안목은 순식간에 그를 인정받게 만들었습니다.

 

 이야기는 현실적이고도 빠르게 전개됩니다. 니키는 당대 최고의 팀 중 하나였던 "페라리"에 영입된 것입니다. 그러나 완벽을 향해 달리고, 조물주가 주었던 엉덩이 감각이 탁월했던 니키는 페라리 차량을 한 번 몰아보더니 이런 깡통같은 차량이 어디 있냐며, 조율을 지시하게 됩니다. 페라리팀의 막대한 지원과 탁월한 안목의 레이서 니키가 만났으니, F1 무대도 이제 이 오스트리아 출신의 신예가 접수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영원한 챔피언이란 존재할 수가 없는 법, 열정의 천재 레이서 제임스 역시, F1 무대의 문을 두드리게 됩니다. 물른, 그는 훨씬 불리하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스폰서 확보조차 쉽지 않았고, 차량은 말썽을 일으키기 일쑤였습니다. 챔피언의 영광을 니키가 가져가자, 제임스는 차갑게 쏘아붙입니다. 그런 좋은 조건이면 누구라도 우승 못하냐, 이건 불공평한 경주였단 말이지! 이듬해 1976년이 되어가는데, 제임스는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서 업계를 떠날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슈퍼스타는 맨날 술을 마시며, 안절부절 못했고, 아름다운 아내도 떠나가고 사생활도 엉망이 되어갑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맥라렌 팀에 한 자리가 비게 되었고, 이 자리를 제임스가 꿰차면서, 마침내 1976년은 제임스에게 제대로 된 기회로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페라리 덤벼! 입니다.

 

 얼굴 잘 생겼죠, 운전 잘 하죠, 인기 많죠, 영국인이죠, 사람들은 이 남자에 열광하게 됩니다. 하지만 작년도 챔피언인 니키의 능숙한 실력은 여전히 전혀 녹슬지 않고 대단했으며, 빠른 속도로 승점을 모아갑니다. 그리고 영화는 드디어 뉘르부르크링을 비추고 있는데, 이 위험한 대결에서 니키의 차량에 화재가 발생, 하마트면 목숨을 잃을 뻔 했습니다. 화상을 입고, 폐에 불순물까지 잔뜩 들어가 호흡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간신히 살아나서, 장례를 위한 신부님들을 나가라고 했을 정도니까요. 그러자, 이후 무대는 제임스가 계속 선두로 나서면서, 챔피언을 바짝 따라붙기 시작합니다.

 

 제임스는 남자답게도, 니키에게 정중하게 사과의 말을 전합니다. 당시 기상조건이 좋지 못했기에 위험했음에도 경기를 진행하도록 유도한 자신에게도 책임이 있었다는 겁니다. 니키 역시 매우 진지한 태도로 응수합니다. 병원에서 그 고통스러운 폐 세척을 견뎌내고, 빠른 속도로 회복될 수 있었으며, 마침내 다시 운전대를 잡을 용기가 났던 까닭은, 제임스가 계속해서 코스 우승을 해나가고 있으니까, 분발하게 되었음을 말이에요. 그리고 마침내 몇 주가 지나자, 의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불사조 니키가 대회에 재참여 해서, 4위로 들어오는 빛나는 명장면이 연출됩니다. 흡사 기적같은 일이고, 열정의 힘입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일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포기하지 않는 힘이 얼마나 감동적인 지를 말해주기도 합니다.

 

 의사는 니키에게 조언했다고 합니다. 숙적이 있다는 것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현명한 사람은 적에게서도 배울 것이 있기 때문에, 숙적이 있음은 때로는 축복일 수 있다고. 이 말이 너무 멋있었네요. 저도 유독 싫은 소리를 콕콕 돌직구로 말해주는 절친이 한 명 있습니다. 하지만 그 친구는 정말 열심히 인생을 살아가고 있으며, 함께 산책하다보면 배울 점도 많이 있습니다. 이 친구도 마치 제임스처럼, 제게 이런 조언들을 해주지요. "그렇게 돈 차곡차곡 모아서 뭐하게, 죽을 때 안고 가게?" 최근 부쩍 근검 절약 모드에, 소박하게 사는 라이프 스타일은 늘 옳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종종 듭니다. 그러므로, 제임스 처럼 화려하게 사는 것도 하나의 인생 방식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삶의 방식이 있을테니까 말이에요. 서로를 인정하는게 중요한 것이 아닐까 해요.

 

 이제 1976년 마지막 일본 레이스가 우천 속에서 개최됩니다. 여기서 니키는 사랑스러운 가족의 이미지를 떠올리고, 위험성을 느끼며 기권을 선언합니다. 이제 제임스가 3위 안으로만 들어오면 1976년 우승이 되는데, 손에 피까지 묻어나오는 가운데, 제임스는 엄청난 질주를 선보이며 마침내 3위 안에 들어오며, 사상 첫 F1 챔피언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불과 2년 만에 은퇴하고 말았지요. 인생의 정점을 찍어봤으니, 실컷 놀겠다는 그 자유로운 발상이 참 가벼우면서도 경쾌합니다. 니키는 그런 제임스의 삶에게 인정과 존경을 표시하기도 합니다.

 

 어떤 삶을 선택할 지는 자유겠지만, 적어도 좋아하는 일을 대하는 삶의 태도 만큼은 뜨겁게 유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계속 노력하는 자는 구제받을 수 있다." 괴테의 말입니다. 챔피언이 되고, 성숙함이 자라나서, 서로를 인정하는 관계가 되면, 그것만큼 삶에서 훌륭한 일도 드물겠지요. 목표를 가지고 노력해 봅시다. 우리의 인생은 어려운 순간에도 배울 수 있기 때문에, 험난한 일을 겪어도 재기할 수 있기 때문에. 오늘을 열심히 살아간다는 것이 답이 되고, 구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2017. 04. 19.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