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이야기에 앞서, 이번 문서에서 미리 밝혀두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제 역량에서 동학농민운동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확실히 무리수입니다. 저는 역사 전공자가 아니며, 조촐하게 반취미로, 즐겁게 정리를 해오고 있습니다. 따라서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개인마다 견해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양해해주시고, 제 성향상 약간은 농민군의 관점으로 기술하려 합니다.

 

 덧붙여,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 될 때가 많습니다. 뒤집어 말해, (이제는 어느 정도 알려져있지만) 프랑스 혁명 당시 "빵이 없다면 과자를 먹으면 되잖아요" 라고 망언을 했다는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의 진실은, 거리에서 굶는 아이들에게 "저 아이들에게 브리오 슈(빵)를 주세요" 라고 말할 정도로 가난한 사람들을 생각하려고 노력했던 왕비라고 합니다. 다만, 위대한 프랑스 대혁명 앞에서, 그녀 역시 오명을 뒤집어쓰고 희생양이 되는 것은 피할 수 없었을 뿐입니다. 저는 승자가 아닌 사람들의 이야기도 한 번쯤은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접근하는 편입니다.

 

.

 

 자, 얼른 출발해야 겠지요. 배경부터 하나씩 천천히 가봅시다. 1884년 갑신정변 이후, 펼쳐지는 국외 상황을 살펴볼까요. 청나라는 지금 조선을 심하게 간섭하고 있고요~ 일본은 정치적으로 꽤 열받아 있습니다. 강화도 조약 이후, 조선에 대한 영향력을 마음껏 확대하고 싶었으나, 자꾸만 눈엣가시인 청나라가 개입해서 물거품으로 만들고 있단 말이지요. 뒤에서 밀어주었던 갑신정변도 실패로 끝났고요. 다만, 일본은 조선에 대한 경제적인 영향력만큼은 여전했는데, 미면교환체제 (조선에서 쌀을 가져가고, 한편으로 면제품을 팔아치우는) 가 강화되고 있었습니다. 이런 일이 오래도록 유지되다보니, 조선의 곡물 가격은 여전히 올라가고 있습니다.

 

 한편, 청나라를 끌어들여서 자꾸 정권을 유지하다보니, 민씨 정권의 입장도 적잖게 불편해지고 말았습니다. 이건 뭐 시키는대로 하고 있으니, 오래된 영화 친구의 대사를 빌려오면, "청나라, 내가 니 시다바리가!!!" 를 마음 속으로 외치며, 끙끙 앓고 있습니다. 결국, 이래선 도저히 안 되겠다 싶었는지, 청나라의 심한 내정 간섭을 벗어나기 위해서, 러시아를 끌어들이려고 합니다. 실제로 정부는 러시아와 비밀 협약을 맺으려고 시도합니다. 뭐, 여기까지는 그렇다 칩시다.

 

 문제는 무엇인가 하니, 이 사실이 다 들킨 겁니다! 헐!!! 몰래 협약을 시도하다가, 결국 청나라도 알게 되고, 영국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청나라가 시비걸껀 당연하잖아요, 그런데 영국은 또 왜 등장하는가요? 살펴보면, 영국은 지금 청나라에서 실컷 이권을 빼먹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영국 입장에선, 아무래도 중국 바로 근처에 있는 러시아가 껄끄럽고, 라이벌 이었단 말이에요. 또한 거꾸로, 러시아도 조선을 지배하고, 일본 지배나, 중국 지배 까지 노려보고 싶어했겠지요. 한마디로 영국과 러시아는 서로 견제하며, 사이가 나빴다는 간단한 이야기입니다!)

 

 영국이 이제 1885년에 거문도를 불법적으로 점령 해버립니다. 아이고, 조선의 나라꼴이 말이 아니니까, 그냥 깃발만 휙 꼽고 점령해버리는 이런... 눈물나는 풍경이 현실인겁니다. 제국주의와 힘의 논리는 이렇습니다. 정부가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자꾸만 외세에 기대다보니까, 나중에는 너도 나도 조선을 탐내며, 이권을 가져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현 사태를 보다못해서, 부들러(독일인)나 유길준 같은 사람이 중립국이 되자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주변국들에 비해서 약소국이었고, 힘이 없던 조선이었기에, 이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못합니다.

 

 국내적으로는, 느슨하게 개화가 추진되고 있습니다. 전신과 전등이 등장하고요. 광혜원→제중원 처럼, 근대적 의료시설이 문을 엽니다. 국가에서 세운 교육기관인 육영 공원도 등장합니다. 우리나라 첫 신문인 한성주보도 인쇄가 됩니다. 문제는 오히려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이러한 근대시설을 만들고, 운영하려면 돈이 들었고, 그 세금은 기층 민중들로부터 걷습니다. 짧게 요약해보자면, 국외적으로는 나라주권이 힘겨운 상황에 내몰리고 있고요, 국내적으로는 개화 정책한다며 세금이 계속 올라가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농민들이 가지는 입장은 간단했습니다. 자기들 멋대로인 외세를 반대합니다. 봉건적 질서를 반대합니다. 그리하여, 1894년 동학농민운동이 일어납니다. 먼저 동학의 구체적인 흐름을 이해해 봅시다. 동학은 최제우가 경주에서 창시했는데요. 그런데, 최제우는 혹세무민한다며 역적으로 몰려 죽음을 당했고요, 뒤를 이어 2대 최시형이 동학을 이끕니다. 동학은 동경대전(교리)과 용담유사가 있는데, 교회로 치면 성경책과 찬송가가 있는거지요. 하여간 동경대전, 용담유사라는 말이 보이면, 바로 동학과 연결하면 되겠습니다. 그리고, 동학은 포접제 라는 피라미드 조직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조직적으로 활동하였기에, 나중에 빠르게 확산될 수도 있었습니다. 위에서 지시가 내려지면, 금방 모두에게 번져나간다는 거지요.

 

 동학농민운동의 큰 특징은 아래로부터의 운동 이라는 점입니다. 지난 문서에서 보았던, 소수 엘리트가 주도한 갑신정변과는 그 출발점이 조금 다르다고 볼 수 있겠고요. 자, 어쨌던, 동학은 이 무렵, 삼례집회(92), 한양복합상소(93) 등 교조신원 운동을 주로 했습니다. 말하자면, 우리는 혹세무민하는 사이비가 아니다, 교주의 명예를 회복시켜주고, 하나의 종교로 인정해달라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그러다, 뒤를 이어 보은집회(93) 에서는 아예 정치적 구호가 등장합니다. "척왜양 창의"라는 반외세 구호가 주장됩니다. 풀어쓰면, 왜놈과 양놈을 배척하고! 의를 높인다! 는 정치적 구호를 내세웁니다. 다시 말해, 이미 사회적 분위기는 충분히 무르익었다는 것입니다. 이럴 때는, 한 번 계기가 발생하면, 펑하고 모순이 터지는 거지요.

 

 1894년 고부봉기가 그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전라도 고부 군수 조병갑의 갑질 학정 이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만석보 사건과도 연결되는데요. "보"라는 것은 저수지인데, 본디 저수지를 이용하면 세금을 내야 했습니다. 그런데, 이 조병갑이라는 작자가 세금을 배불리 많이 먹고 싶어서, 안해도 될 짓을 합니다. 저수지를 또 하나 더 만드는 겁니다! 고부 사람들은 지금 뚜껑 열립니다. 저수지 공사에 동원되느라 생고생하고, 게다가 새 저수지 이용하느라고 또 세금내고... 마침내 전봉준을 중심으로 해서, 농민들이 들고 일어납니다. 격문과 함께 사발통문을 돌립니다. 종이에다가 사발 (그릇) 모양으로 각자의 이름을 한명씩 다 쓰는겁니다. 사발은 원형이기 때문에, 거기다 빼곡히 이름을 써놓으면 누가 주동자(!)인지 전혀 모릅니다. 그리고 격문은 간단했습니다. "조병갑 저 개XX를 잡아 죽여!" (*아 요즘 너무 XX가 많이 나오는군요...하하, 그런데, 정말 진상짓하는 나쁜놈은 나쁜XX라고 욕을하는건 표현하는건 중요합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결코 고부봉기가 어느 날 갑자기 터진 사건이 아니에요. 사회적 모순이 계속 쌓여갔고, 불만이 누적되다보니까, 결국 거품이 터지는 날이 오게 됩니다. 지금 각종 개화한다며 세금을 잔뜩 걷어가고 있는데, 농사가 잘 되는 전라도의 풍부한 곡창지대는 세금 쭉쭉 뜯기는 호구지역이 되었던 겁니다. 게다가, 하필 전라도 고부 군수가 돌+아이 짓을 하고 있으니, 농민들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역겨움으로, 들고 일어났던 겁니다.

 

 화가 단단히 난 농민군은 탐관오리를 내좇아 버렸고, 고부를 점령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당황한 정부는 서둘러 사람을 보내어서, 민심을 달래며, 금방 해결을 해주겠다고 말로만 약속을 해댑니다. 그래놓고! 뒤에서는 고부 봉기의 주모자들을 죄다 잡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하여튼, 정부가 지금 진짜로 이상하게(!) 해결을 하고 앉아있네요... 농민군이 이제 더욱 폭발할 기세입니다. 그리하여...! 60초 후에 다음 문서에서 계속...!

 

.

 

 오늘의 영감 - 고대 로마의 시인 엔니우스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좋은 것은 대부분 나쁜 것의 부재에 있다." 매력적인 통찰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사회가 무엇일까요, 나쁜 놈들이 없으면 좋아집니다. 물론 어딜가나 뻔뻔한 나쁜 놈들은 있기 마련입니다. 그럴 때, 법이나 권력이 나서서 현명하게 처리한다면 괜찮겠지요.

 

 그런데, 간혹 당황스럽게도 법이 일방적으로 누군가의 편을 든다거나, 권력이 자신의 잘못을 남탓으로 돌릴 때가 있습니다. 나쁜 일이 이런 식으로 증식하다보면, 사회가 망가지기 시작하고, 미래가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좀 더 과감히 다른 측면에서 접근하면, 좋은 하루란, 마찬가지로 쓸데없는 일을 하지 않는 하루가 아닐까요.

 

 스티브 잡스는 집중에 대해서, 100개가 되는 다른 좋은 생각에 "노"라고 대답하는 것 이라고 정의했습니다. 그리고 1,000개의 생각에 "노"라고 대답한다면, 그것이 바로 혁신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므로, 멋진 하루란, 나에게 있어 정말 중요한 생각을 열심히 구현해 나가는 하루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저것 100가지를 다 한다는 것 자체가, 마무리도 되지 않을 오만함임을 이해할 필요가 있겠지요. 어리석게도, 저는 이걸 이해하느라 정말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또한, 이러한 생각들은 나심 탈레브의 책에서 가져와 본 개념들입니다. 서론에서 언급했듯이 저는 다만 조용한 무명블로거를 추구합니다. 전혀 능력자가 아닌, 그냥 일반인 입니다 >.< 전혀 겸손이 아니라, 사실이 그렇다는 것이지요. 하하.

 

 부디 진짜로 원하던 삶을 위해서, 열심히 살아가는 용기를 가져본다면 좋겠습니다. 좀 더 편안한 삶을 살게 해달라고 아무것도 가진 것도 없는 농민들이 들고 일어난 동학농민운동이 저는 옛날부터 참 좋았습니다. 답이 당장 보이지 않을 때라도,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노력해 나간다면, 그런 삶이 참 멋있는거 같아요. / 리뷰어 시북.

 

(※이 자료정리는 최태성 선생님의 한국사 강의를 노트로 요약하고, 메모를 함께 쓴 것입니다. 개인적 용도로는, 공부방 등 에서 활동할 때, 보조 자료나 참고 자료, 혹은 글쓰기 영감을 위한 데이터베이스 이기도 합니다. 그 사람들은 왜 그렇게 생각했는가? 거기에 대한 일종의 고찰이기도 합니다. 키워드 형태로 중요한 부분들은 나름대로 강조해 두었습니다. 크게 바라는 것은 없으며, 다만 짧게나마 영감의 시간이 될 수 있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by 시북 2013.11.01 21:30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