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기타

11. 몇 번이나 방황하고, 멀리 돌아왔어도!

시북(허지수) 2019. 6. 24. 14:11

 

 나는 정치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이번 검찰총창 후보님은 사법시험을 9번이나 도전하셨다고 해.

 확실히 소신이 있는 사람 같다는 느낌이 들었지. 내 은사님도 행정고시를 7번이나 도전하셨다고 하고.

 나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어서 시험 꽤 많이 쳤어. 뭐... 실패하긴 했지만.

 

 한 번만에 성공하고, 쉽게 자신의 길을 찾고, 물론 그런 삶도 어딘가에는 있겠지.

 그러나, 인생을 즐기기 위해서는, 조금은 멀리 돌아가도 괜찮다고 나는 믿어. 좀 실수해도 괜찮다는 거야.

 예를 들어 나는 어머님이 많이 아프실 때가 있었기에, 간병이라는 이유로 수 년이라는 시간을 잃어버렸지.

 동호회 운영도 포기할 정도로, 게임기도 줄줄이 팔아치웠고...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런 시간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이 오히려 더욱 감사하고, 기쁜거야.

 

 우리동네 사진관에 계신 이웃 형이랑 친해져서, 여유가 있을 때,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눌 때가 있어.

 무엇보다 형님 이름이 참 인상적이신...

 참 좋으신 백대업 의사선생님만큼, 강렬한 이름이지만, 여기서 형의 이름을 굳이 밝히진 않겠어.

 다만 이름값 합시다! 라는 정의화 의사선생님 주장처럼, 언젠가 자기 이름처럼 멋진 일들을 만나리라 난 믿어.

 

 아? 내 이름? 나는 지혜를 지키는 사람 이라는 뜻이야.

 어릴 때 한문 선생님이 이름 예쁘다고... 고맙게도 칭찬해주신 게 기억나.

 나도 예쁜 내 이름이 무척 마음에 들고.

 빛날 "수"를 써서 지혜로움을 자랑하고, 빛내며 사는 인생도 그야 좋겠지만.

 자신의 소신을 잘 "지키며", 자신이 믿는 바대로, 하고 싶은 일을 계속 고민하며 살아가는 지금이 나는 참 좋아.

 

 1년의 차이가 별 거 아닌 거 같지만, 그런 게 아니야.

 괜히 선배 라는 말이 있는 것이 아니지. 가족관계에서도 형이나 언니는 사고방식이 약간 다른 거 같더라고.

 사랑을 동생에게 빼앗겼던(?) 경험이 있어서일까. 동생을 챙겨야만 하기 때문인걸까.

 아무튼 좋은 형, 좋은 언니는, 동생 생각을 할 때가 있고, "우애(友愛)"라는 아름다운 말로 나타나는 가봐.

 

 사진관 형은 인생 1년 선배지만, 생각이 깊어서, 이야기를 함께 나누다가. (나는 어머님이 많이 아프신데...)

 "아픈 어머님에게 퉁명스레, 무뚝뚝하게, 명령하시는 아버지의 모습. 그조차 [애정]이라 말해주셨어."

 솔직히 나는 한 방 맞은 느낌이었지. 어제 늦게까지 읽은 105세 의사선생님 책에는 이런 구절이 있는데...

 

 "(자기가 먼저 부드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사랑하는 사람이 퉁명스럽게 화를 내도 귀엽다고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잔소리를 막 들을 때가 있는데,

 그것조차도, 아 이것도 나를 애써 생각해서 말해주니 참 고맙네... 라는걸까?

 

 조금 시간이 지나면 이런 식의 이야기들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을꺼 같아.

 이처럼 사람은 세월이 흘러봐야 알게 되는 것들이 있어. 멀리 지나온 다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어.

 라틴어 수업 책에서 발췌한다면, "시간은 가장 훌륭한 재판관" 인 거지. 여기에 대해 한동일 선생님은 덧붙여.

 "자신이 뿌려놓은 (생각, 태도) 씨앗... 그것이 시간이 흘러 서서히 결과가 나타나는 것"

 결코 복잡한 이야기가 아니야, 기독교적으로 단순하게 쓴다면, 콩 심은데 콩, 팥 심은데 팥. 악 심은데 멸망.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부드러운 마음을 가지고 노력하고 있다면, 시간이 흘러 애정이 깊게 자라나서,

 혹여 그 사람이 미울 때도 있지만, 또는 때로 잔소리 할 때도 있겠지만,

 그래도 귀여운 사람, 고마운 사람... 이렇게 느끼게 되는가봐.

 

 시간에 대해서 제일 재밌는 것이 "꿈과 소망의 관점"일꺼야.

 여러 책에서 보았는데. 10대의 꿈, 20대의 꿈, 30대의 꿈, 40대의 꿈. 자꾸 바뀔 수 있는데, 그것이 "정상"이래.

 그래도 괜찮다는 거야.

 아주대학교 박형주 총장님. 역시 물리학 전공을 하셨다가 수학에 매력을 느껴서 바꾸고 엄청 고생하고 (하하;;;)

 그러므로 중요한 결론은, "오늘부터 무엇을 선택해서, 큰 그림을 위해, 얼마만큼 열심히 재밌게 살아갈 것인가!"

 

 몇 번이나 방황하고, 멀리 돌아온 것 같지만, 당연히 그래서 후회가 들 때 있지만.

 어쩌면, 그런 시간들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더 멀리 보게 되었고, 더 성숙해진 사람이 되었던 게 아닐까.

 105세 의사선생님의 마지막 메시지는 "keep on going" 이었어. on을 굳이 넣으신 것은 "계속, 반복적으로"

 여러 일 만나고, 겪어가더더라도, 중요한 테마는 "앞으로 나아가야 하기 때문"이겠지.

 

 작가님들처럼 직업병(?) 두통까지 겪어가며 항상 근사하게 잘 쓸 수는 없지만. (마감에 쫓기는 것도 아니고!)

 나는 틈나는 시간대로 글을 써볼꺼야. 자기 자신에게 이야기 하는 것은, 너무나 부담 없는 글쓰기니까.

 링컨 이야기로 마칠까 싶어. 기억이 맞다면 "나는 천천히 걷지만, 뒷걸음치지는 않는다."

 우울증인가? 아무튼 그 정도로 고뇌가 많았던 대통령이었지만, 앞으로 가기 위해서 노력하는 삶...

 그것이 노예해방이라는 결단하는 삶을 이끌었고,

 오늘날까지도 링컨 대통령을 사람들이 기억하는 까닭이 아닐까 해.

 

 뭐, 대통령이 될 이유는 없고, 비록 작은 가게에서, 손님들을 맞이하더라도,

 오늘도 웃음이 오가는 좋은 날이 될 수만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얼마나 기쁜 일이고,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잊지 말자.

 방황하고, 괴로웠고, 돌아왔어도... 인생은 여전히 오늘도 얼마나 아름다운지.

 - 2019. 06. 열 한 번째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