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기타

너에게 닿기를 (2009) 리뷰

시북(허지수) 2013. 1. 28. 00:02

 오늘은 소녀만화의 금자탑이라고도 불리는, 명작 애니메이션 너에게 닿기를 에 대해서 이야기를 남겨볼까 합니다. 덧붙여서 남자가 봐도 충분히 공감가고 재밌는 내용이고, 과감히 표현하자면 "순수함에 대한 찬사" 라고 불릴 만큼, 깨끗하고 맑은 내용입니다. 스토리나 음악은 말할 것도 없이 좋지만, 우선 칭찬하고 싶은 것은 독특한 캐릭터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인공 사와코 뿐만 아니라, 치즈루나 아야네 같은 조연 캐릭터들 까지도 정중한 묘사를 통해서 잘 살려내고 있습니다. 세 사람이 함께 웃고 있는 장면은 보고만 있어도, 가슴이 따뜻해지지요.

 

 어쩜, 저렇게 까지 성격이 맑을 수 있을까 싶은 사와코는 겉만 봐서는 다가가기 힘든 캐릭터 입니다. 오해사기 쉬운 성격이라고 보면 좋겠지요. 사람을 사귀는 것에 서투르고, 상처도 쉽게 받으며, 상대방의 행동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할지를 몰라 허둥대기도 합니다. 이런 밝은 작품에 쓰기에는 상당히 무거운 표현같지만, 일찍이 작가 나쓰메 소세키는 "문명이 발달할수록, 개인의 자각심이 발달하고, 서로의 관계가 굉장히 힘들게 된다"고 소설에서 표현한 바 있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관계는 밀당(또는 힘겨루기)이 되어버리고, 서로의 눈치부터 살펴봐야하는, 피곤한 사회가 될 것임을 간파한 것이지요. 그럼 계속해서 마음을 좀 더 정화하고 즐겁게 살펴봅시다!

 

 

 애니메이션 원제 : 君に届け / 제작년도 : 2009년 / 제작 : 프로덕션 I.G / TV판 총 37화 편성 (1기,2기 합계)

 

 ※이제부터의 내용은 애니메이션 본편에 대한 누설이 담겨 있으므로 아직 보시지 않은 분은 꼭 주의하세요

 

 그래서 오늘날은 사람을 사귈 때 일단 계산부터 들어가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슬픈 말이지만, 이 사람이 나에게 도움이 될지 직감적으로 먼저 판단부터 하지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외모를 스캔한다는 이야기는 꽤나 당연시 되었고, 그러므로 젊은 사람들은 패션에 많은 정성을 쏟게 됩니다. 지고 들어가는 거 정말 싫어하고, 자존심은 절대로 상처 받으면 안 되는, 어쩌면 참 피곤한 오늘날의 사람들. 그러한 피곤한 인간관계에 치여 지내다가, 잠시 애니를 보면서, 사와코의 행동을 보고 있으니, 자신의 마음이 얼마나 계산적이고, 흐려져 있는지 또렷하게 보이게 됩니다.

 

 사람이 정녕 뛰어나면 얼마나 잘났다고, 어깨에 힘을 준다거나, 자랑하기 바쁘고, 남에게 보여주고자 발버둥치고, 독점하고 싶어서 비겁한 짓을 하고, 그렇게 신이나 권력자가 되고 싶어한단 말입니까. 아, 이거 저의 이야기 입니다. 저는 은연중에 잘난 척하는 못난 기술(?)이 뛰어나기 때문에, 이런 스스로의 모습을 뚜렷히 바라보고 있자면, 민망하고, 또 부끄러워집니다. 누군가 평하길, 오늘날 우리가 하는 대화 중 대부분이 자기 자랑 혹은 자기 주변의 아는 사람을 자랑하는 것이라고 까지 하니, 그야말로 힘겨루기 사회라는 표현을 하더라도 과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말이지요. 오늘의 히로인 사와코는 계산하거나, 밀당 같은 것을 하지 않습니다. 아니, 할 줄 모른다고 해야 더 정확하려나요. 정말로 바보같이 우직하게 행동합니다. 단지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기 위해서 요리를 만들고,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 괴담을 읽는 식입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웃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도 기뻐하는 순수함의 결정판 캐릭터지요. 아마 이런 사람들이 주변에 많아질수록, 그야말로 천국과도 같은 근사한 사회가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 더 매우 인상적인 대목이 있습니다. 예컨대 우리가 좋은 의도로 일을 시작해도, 때로는 소문이나 나쁜 소리를 들을 때가 또 많지요. 아니, 나아가서 아예 심한 말을 들을 때도 있습니다. 이러다보니 아예 "나부터 챙기는게 최고"라는 가치관이 팽배해 있습니다. 그정도로 우리는 무서운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지요. 믿을 인간 하나 없는 세상이고, 누구나 가까운 사람에게 배신을 경험하고 있는 세상. 하지만 그런 세상에서도 여전히 인간관계는 중요하고, 소중한 사람이야말로 버팀목이 된다는 것이 더욱 인상적입니다. 어울려 살아갈 때의 모습이야말로 진짜 행복이지 않을까 라고 질문하는 셈이지요.

 

 요즘은 힐링이 키워드가 될만큼 다들 지쳐 있는 이른바 "피로사회"지요. 그런 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힐링이 과연 무엇인지 되돌아 보게 해주는 힘이 있는 작품이라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이걸 저의 부족한 내공으로 쓰기는 어려우므로, 아마존 재팬 베스트리뷰어 pommier_pomme님의 의견을 빌리며 좋겠네요.

 

 "사와코는 단지 자신이 잘 보고 싶다든가, 행복해지고 싶다든가 그런 것이 아니고, 정말로 사람의 기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매우 상냥한 캐릭터"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힌트를 볼 수 있습니다. 힐링이란 행복하고 싶다, 자신이 뛰어나고 싶다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 것도 바라지 않고, 사람의 감정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이러한 설정을 가진 주인공을 자주 볼 수 없기에, 더욱이 이 애니메이션은 특별하게 맑은 힘이 있다고 생각되는 것입니다.

 

 조금만 더 덧붙이자면, 상대방이 싫어할 수도 있다면, 나의 욕심을 잠시 내려놓는 아름다움이랄까요. 저에게는 가장 필요한 덕목이지요. 어쩌면, 현대인들은 많은 경우 욕심을 스톱하기가 어렵습니다. 자신의 감정부터 살펴보는 것에 익숙해져 있으니까요. 남의 감정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해서는 안 될 말들과 의견들이 넘쳐나는 것이 인터넷 공간이라는 것, 이제는 우리 모두가 잘 알 수 있으니까요. 우리가 인터넷 공간에서 자주 상처받는 것도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따라서 반대로 생각하자면 힐링의 마법이 정말로 실재한다면, 그 마법은 타인의 감정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임을 저는 재차 확신합니다.

 

 상쾌하고, 맑은 애니에, 덕지덕지 쓸데없는 말들을 잔뜩 덧붙인 것 같아서 괜히 미안해집니다. 다른 분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애니메이션으로 단연 손꼽히므로, 일단 기회가 된다면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친구라는 단어의 위대한 힘, 순수함이 가지고 있는 미라클 같은 치유력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참 좋았던 시간들이었습니다. / 2013. 01.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