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책

욕망해도 괜찮아 리뷰

시북(허지수) 2013. 3. 1. 14:45

 김두식 교수님은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글을 쓰면 자기가 정리되는 부분이 있어요. 글로 계속 써나가다 보면 자기가 누군지 알게 되는 지점이 있거든요" 상당히 인상적인 말이지요. 최근 한 달 동안 틈이 나는대로 쉬지 않고 글을 써보면서, 저는 제 성향에 대해서 조금 더 알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계속 어떤 방향성으로 글이 움직이는 것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즉 그 방향성이 제가 추구하고 있는 것이자, 나는 누구인가를 알게 되는, 그 자체였지요.

 

 저는 말하자면 "지금 이 순간"을 추구하는 사람이고, "선택의 중요성"을 고민하는 사람이며, "세상을 마음껏 누리는 풍요로움"을 간절히 원하는 사람이고, "이름 없이 끝까지 밀고가는" 꿈을 욕망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김두식 교수님은 이렇게 말해주겠지요. "그럼! 욕망해도 괜찮아!" 오늘은 스스로를 바꿀 수 있는 통찰, 이른바 유쾌한 탈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3월 부터, 글에 대해서 정중함이며, 진지함이며, 성실함이라고 결론 내린 저는, 평소보다는 조금 더 차분하게 책 속으로 출발합니다.

 

 저자 : 김두식 / 출판사 : 창비

 출간 : 2012년 05월 18일 / 가격 : 13,500원 / 페이지 : 312쪽

 

 

 우선 책에서 말하는 욕망이라는 것이, 세속적이고 탐닉적 욕망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변태가 되라, 부자를 추구하라, 명예롭게 살자 이런 느낌은 전혀 아니라는 말이지요. 그보다는 "자신에게 솔직해지자, 껍데기를 보지 말고, 내면을 차분하게 들여다보자"에 가깝습니다. 자, 그런데 "정직해지기"는 생각보다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솔직하게 표현하기는 아무리 가까운 사람에게 이야기 한다고 해도 어렵습니다. 마찬가지로 자신에 대해서도 솔직해지기가 어렵습니다. 개인적인 예를 들어보면 이렇습니다.

 

 저는 무명블로그 라는 나름의 개똥철학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이웨이 라고 볼 수도 있는데, 제가 블로그에서 쓰는 글들은 대부분 최신 유행보다는 자료나 정보, 감상의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포머 블로그 라고도 하던데, 여하튼 저는 시대를 선도하는 통찰은 없으니, 지금 나와있는 좋은 것들로부터 영감을 추출해 보고 싶은 "욕망"이기도 하겠네요. 최대한 적나라하게 쓰자면, 무명블로그 추구는 어떤 순간에서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겠다는 그야말로 지독한 욕망의 결정판이라 쓸 수 있습니다. 이 욕망을 끝까지 밀어붙인다면, "듣보잡이면 뭐 어때? 계속 가는거지" 라는 끝없이 움직이는 발걸음을 저는 매우 강렬하게 욕망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김두식 교수님은 저보다 더 솔직하게 직격탄을 날립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올리는 글 중에 은근히 잘난 척하는 걸 빼고 나면 몇개나 남을까요. 한 번 세어보십시오. (중략)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자신이 욕망의 덩어리임을 인정하고 나면 남을 바라보는 우리의 눈길은 한결 따뜻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 대목을 읽고 저는 한마디 외쳤습니다. "올레!" 자, 그렇다면 바로 윗 문단의 무명블로그 이야기를 바꿔쓰면 이렇습니다. 남들과 다른 위치에 서서, 무엇인가 영감을 전하는 블로그가 되자 라는 유치한 욕망이 되는 거지요. 불편해도 괜찮아 라는 김두식 교수님의 다른 책에서 표현을 빌려오자면, 다르기는 개뿔! 유전자 적으로 99.9%가 같은 것이 인간인데, 혼자 뭔가 특별한 사람인 마냥 착각하는 것이야 말로 오만함의 극치일 뿐인 셈입니다. (재밌게 표현하자면, 나는 특별한 능력자야 라는 중이병 말기가 되는거지요!)

 

 여기까지 생각을 가지고 온다면, 결국 이 책에서 강조하는 본질적인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자신에 대해서 솔직해 지고, 욕망에 대해서 겸허하게 인정하고 받아들여서, 좀 더 차분해지고 겸손해지고,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도 따뜻하고 다정한 시선으로 바라보자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 같은 사람이니까요. 멋있는 척, 쿨한 척, 잘난 척 하기 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강풀 작가님이 스스로에 대해서 (똥만화, 구토만화를 재치 넘치게 그려서) 똥만화가라는 별명이 있어도, 그것도 자신을 말해주는 어떤 개성으로 받아들인다는 식의 표현이 너무 좋습니다. 자신에게 솔직한 것이지요.

 

 서비스업계, 소매판매업 쪽에서 제법 오래 있었기 때문에, 저는 포장 문화에 대해서 할 말이 조금 있습니다. 예를 들어 화이트 데이 등의 특정 행사날이 다가오면, 화려한 포장과 바구니 등으로 시선을 유혹하면서 거금을 꺼내들게 만드는데, 정작 집에 와서 실망할 때가 있습니다. 안에 든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보통 실망을 할 때는, 기대치에 비해서 그 내용이 형편 없을 때, 실망을 느끼지요. 영화 광고는 화려했는데, 본편은 영 아니었을 때의 그 당혹감! 우리 인생이 이렇게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아무리 포장이 중요한 사회일지라도, 담고 있는 내용보다는 절대로 중요할 수 없는 것입니다. 어떻게 예쁘게 포장할 것인가 보다는 어떻게 그 안을 담을 것인가가 훨씬 중요합니다. 저는 얇은 비닐 포장에, 수제 초콜릿을 선물 받았는데, 몇 만원짜리 바구니 보다 더욱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또 자랑이나 하다니, 저도 정말정말 유치하군요 :) 죄송합니다.

 

 최근 저는 가까운 지인에게 모두에게 인정받거나 사랑받는 글을 쓰고자 하는 것은 "오만함"일 뿐이다 라는 감사하고도 뼈아픈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 저의 이 추악한 욕망의 끝은 어디란 말입니까! 그런데, 김두식 교수님은 이러한 사랑받고픈 욕망에 대해서도, 굳이 반응에 민감하거나 의견에 너무 상처받을 필요가 없다며 아주 명쾌한 이야기를 해줍니다. "세상에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은 차가운 진실입니다. 그걸 알면 세상이 스산하게 느껴지죠. 그런데 그 진실이 주는 자유가 있습니다.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들의 반응에 일일이 신경쓸 필요는 없으니까요." 또 다시 감탄사가 나옵니다. 아하!!!!!!!! (느낌표 9개 입니다!)

 

 다시 말해서, 너무 피곤하게 예민하게 살면서 자신을 갉아먹을 필요가 없다는 말입니다. 친적들의 뻔한 질문, 지인들의 자랑질, 친구아들과의 비교, 옆집에는 차가 어쩌니, 어떤 블로그 방문자가 하루 만명이래 등등... 다 걷어치우고도, 우리는 얼마든지 충분히 즐겁고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우리가 주변 환경에 흔들리지 않기로 결심하는 순간, 교수님의 말씀처럼 "완전히 자유로워질 수는 없지만, 마음속 한 귀퉁이에 약간의 여유공간을 마련할 수는 있습니다 (중략) 그 영혼이 잠깐 산소를 맛볼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건강함은 어디에서 오나요. 산소를 맛보는 것에서 옵니다. 인간은 몸의 건강만큼이나 마음의 건강을 지켜나갈 때 자유롭게 사고하며, 행복한 꿈들을 이루어가며 살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마음의 건강은 이처럼 차가운 진실을 받아들이고, 쓸데 없는 것에 마음을 쏟아붓지 않으며,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질문하고 움직여 나갈 때, 그 순간에 삶의 행복과 멋진 일상을 만들어 갈 수 있는 것입니다. 나랑 도무지 안 맞는 사람을 억지로 맞춰보려고 머리를 쥐어뜯지 말고, 자신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부터 챙기고, 자신을 챙기세요. 그래요. 우리가 에너지를 피곤한 일에 자꾸만 소모시키다가는, 인생 금방 끝납니다. 정말로요. 인생은 누리기에도 너무나 짧으니까요.

 

 마지막으로 용기 있게 사는 방법에 대한 통찰을 소개합니다. "얼마든지 깨질 각오"를 하고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착한 사람 콤플렉스에 빠져서, 계속 잘해주다가 어느날 버려진다는 슬픈 인생이 될 필요는 없습니다. 모든 것을 다 맞춰주지 않아도 됩니다. 아니 뭐 나쁜 사람 되자는 게 아닙니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진심으로 말하고, 진심으로 소통하자는 것입니다. 내가 지금 이런 기분이라고 말하는 용기, 이것이 오히려 관계를 건강하게 해줄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일방적 희생 속에서 이루어진 불평등한 관계는 결코 오래갈 수 없으며, 걷잡을 수 없이 폭발하면서 끝나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필요할 때는 분명하게 말해야 합니다. 결정적일 때는 싸울 각오를 하고 분명하게 이야기 해서, 전달을 해야 합니다. 그런 정직한 소통이 있을 때, 마침내 변화가 온다고 확신합니다. 도저히 안 맞으면 그만두는 용기. 이것도 아주 중요한 삶의 용기입니다. 우리는 불행 속에서 허우적 거리다가 끝나버릴 인생을 살기 위해서 태어난 것이 아닐테니까요.

 

 아흑, 또 읽는 사람, 피곤하게 장문이 되고 말았네요. 요즘은 이미지와 영상이 대세라, 글만 가득한 블로그는 정말 최악인데 말이에요 (...) 어쩌겠어요. 쓸데없이 길게 쓰는 것도 저의 일부임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교수님의 어록 하나 덧붙이면서 리뷰 마칩니다. "망할 때 망하더라도, 하고 싶은 일을 해서 후회 없는 사람들이 훨씬 맑은 사람이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블로그가 망하더라도, 계속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써내려 가렵니다. 투명하고 맑기 보다는 어둡고 내향적인 편이지만, 계속해서 저의 삶의 공간을 아주 살짝 넓혀가는 것이, 저의 끝없는 욕망일테니까요. 책, 영화, 게임, 축구, 조금씩 계속 걸어가는 용기를 가지고 살아가길, 조용히 책을 덮으며 다짐합니다. / 2013. 03.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