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코요테 어글리 (Coyote Ugly, 2000) 리뷰

시북(허지수) 2013. 3. 30. 08:28

 참 유치해보이면서도, 들을 때 마다 어쩐지 가슴 뭉클한 말이 있습니다. "당신은 지금 꿈을 위해서 오늘을 보내고 있습니까?" 저마다 다른 답변을 내놓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저마다 다른 변명을 내놓습니다. "그럼요, 나는 오늘을 꿈을 위해서 하얗게 불태우고 있어요."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꿈이 없는 사람, 먹고 사느라 바쁜 사람, 잠시 꿈을 미룬 사람, 꿈을 포기해버린 사람, 또 다른 꿈을 발견하고 싶은 사람, 참 많은 사람이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렇게 볼 때, 오늘 주인공 바이올렛은 그 출발이 대담하고, 시원하며, 경쾌합니다. 이제 이 곳 뉴저지를 떠나서, 뉴욕시티(!)에 가서 음악하는 사람이 될래!!!!

 

 아버지는 딸의 패기를 말려보고 싶지만, 워낙 확고한 바이올렛의 의지 앞에서, 마지못해 뉴욕행을 허락하고 맙니다. 자식을 이길 수 있는 부모는 많지 않군요. 뭐 어쩌면 더 사랑하는 쪽이 양보하는 지도 모릅니다. 여하튼 기대 반 걱정 반, 들뜬 마음을 한가득 안고서, 도착한 이곳은 바쁘고 화려한 뉴욕시~티! 월세 비싸고, 생활비 감당하기 어려운 이 곳은 뉴~욕! 그럼에도 피자집에서 무려 4년이나 일했다는 바이올렛은 전혀 기죽지 않고, 자신의 꿈을 위해서 한 걸음씩 계획했던 것들을 시도해봅니다. 어떻게 되었을까요~ 하하.

 

 

 1번. 좋은 사람들을 연달아 만나면서 영화 주인공 답게, 멋지게 성공하고 환호받는 스타가 된다! 2번. 뉴욕에서 훈남을 만나서 달콤하고 짜릿한 연애를 즐기며 청춘을 만끽하면서 재밌게 산다! 3번. 음악은 개뿔! 망한다! 안타깝게도 이 영화의 미덕(?)은 상당히 현실적이라는 점입니다. 이제 막 뉴저지에서 올라온 시골뜨기에게 좋은 기회가 주어질리는 없었고, 조금 심하게 말하자면, 무대에 오르거나 오디션을 치를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습니다. 낭만은 사라져가고, 도전은 눈물로 다가오는 듯 합니다.

 

※이제부터의 내용은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주의하세요

 

 게~다~가, 뉴욕에서 구한 집에는 도둑까지 들어서, 냉장고까지 싹 털어가버립니다. 바이올렛은 너무 비참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안그래도 시끄럽다는 이유로, 악기도 제대로 못 써보고, 옥상에 올라가서 건반을 두드리고 있는데, 피곤한 일상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보니 집안이 쑥대밭이 되어 있고, 말그대로 그녀는 털썩 주저 앉고 맙니다. 이제 뉴욕에서의 2라운드는 거의 오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녀는 할 수 있는 길을 더 적극적으로 찾아갑니다. 세상이 날 원하지 않는다면, 무대가 날 원하지 않는다면, 내가 직접 두드려 볼테다 라는 더 강한 의지가 상당히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제법 슬픈 대목은, 정작 바이올렛은 안팎으로 넘어야 할 "벽"이 있다는 점 입니다. 우선 그녀는 무대공포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무대 앞에만 서면, 호흡곤란에 긴장감으로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하며, 아 이럴 때 좋은 표현이 있네요. "멘붕"이 되는 겁니다. 음악도 잘 만들고, 노래도 잘 하는, 싱어송라이터가 되기에는 참 힘든 조건인 셈입니다. 한편으로는, 지금 그녀는 가진 돈도 없습니다. 식당에서 밥값부터 살펴봐야 하는 처지가 되었으니까요. 솔직히 이 정도라면, 그녀가 성공할 가능성은 아무리 영화라도 10%도 되지 않을 것입니다. 독립 여성의 최우선 목표는 역시 "경제력의 확보" 입니다.

 

 바이올렛은 일단 먹고 살아야 하므로, 거의 클럽격인 "코요테 어글리" 라는 곳에서 일을 시작합니다. 술집이면서도, 퇴폐적이지는 않고, 춤과 음악이 함께 공연되고 있는 축제의 공간 같은 느낌입니다. 바이올렛은 격렬한 댄스는 하지 못하지만, 나름대로 클럽 직원으로서 살아남는 기술들을 하나씩 습득하고, 시간이 흘러 클럽의 인기걸이 될 수 있었습니다. 꽤나 주목을 끄는 외모와 매력이 있으니까요. 물론, 그녀가 이럴려고 뉴욕에 온 것은 아닙니다만 (...)

 

 우연히 알게 된 선량한 남자친구 케빈 덕분에, 바이올렛은 드디어 오랜만에 제대로 무대에 오를 수 있는 기회를 잡았습니다. 술집에서 벗어나, 노래가 필요한 공간에서, 자신의 재능을 보여줄 기회! 찬스가 온 셈입니다. 그런데 "코요테 어글리"에서는 그녀를 그냥 보내주지 않습니다. 지금 인기가 높은 바이올렛이 다른 곳으로 가버리면, 매상에 큰 타격을 준다는 논리였지요. 놀라운 것은, 이 때 바이올렛의 선택입니다. "코요테 어글리"의 주요 멤버로서, 자신의 책임을 끝까지 다하는 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녀는 좋은 기회를 스스로 날려버립니다. 남자 친구가 소개한 노래 기회를 끝내 찾아가지 않았고, 그 시간에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더라고요. 입장이 난처해진 남친 케빈은 그 가혹한 대가(!)로 소중했던 스파이더맨 코믹책을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이 나쁜 아가씨야!!! ㅜ.ㅜ...

 

 물론 한편으로 바이올렛의 행동을 저는 높이 삽니다. 자신이 속한 조직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모습이 꼭 나쁜 점만 있는 건 아닙니다. 만약 너무 얌체처럼 필요할 때마다 자꾸 자리를 비운다면, 미국이나 한국에서는 해고 당할 위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녀의 행동은 불확실한 노래 기회 보다는, 좀 더 충실하게 돈을 벌면서 무엇인가를 준비하려는 태도일 수 있습니다. 저는 바이올렛을 비난하기 보다는, 케빈이 정말 보기보다 괜찮은 남자였는데 라고 생각할 뿐입니다. 하하. 문제는 이 케빈이 클럽 "코요테 어글리"를 찾아오면서 색다른 전개를 맞이합니다. 모두의 연인이 되어야 한다는 룰을 깨고, 누군가의 연인이 되어버린 바이올렛. 이제 그녀는 여기에서 일할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나름대로 믿고 의지했었던 케빈 마저, 클럽에서 춤추는 모습이 싫다며, 쌩~하고 그녀를 떠납니다. 나름대로 참 열심히 살아왔던 바이올렛의 두 번째 절망이 시작됩니다.

 

 잡(직업)도 잃어버렸고, 친구(어쩌면 애인?)도 잃어버렸고, 무대에서 노래는 못 부르겠고, 작곡한 곡들은 알아주지도 않고, 이런 상황에서 초인처럼 나는 할 수 있어 라고 말한다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겠어요. 바이올렛은 고향으로 돌아갈 결심을 하고, 아버지에게 다 털어놓습니다. 이제 미련없이 포기하겠다고 말이에요. 참, 좋았던 것이 아버지의 돌직구 입니다. "그래도 계속 해봐라" 입니다. 아무리 떨리고, 힘들고, 포기하고 싶더라도, "그래도 끝까지 한 번 해봐라" 입니다. 아버지의 전폭적이고 절대적인 정서적 지지 앞에서, 바이올렛은 다시 음악의 험난한 문을 계속 두드렸고, 마침내 무대 발표까지 멋지게 해내면서, 꿈 앞에 제대로 설 수 있게 됩니다. 인간은 누군가의 따뜻함 속에서 더 강해진다는 사실! 영화가 전해주는 빛나는 매력이었습니다 :)

 

 신나고 멋진 음악들이 참 인상적인 영화이기도 합니다. 정교하고 엄청난 스토리는 아닐테지만, 무엇인가 힘을 얻고 싶을 때, 한 번쯤 본다면 어떤 용기 있는 영감을 주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저는 영화가 끝나고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역시 성공하기란 참으로 어렵지만, 한 번, 두 번, 서너번 해보고 포기하는 것이야 말로 정말 해서는 안 되는 판단이구나 싶었습니다. 혹자의 수강비법에는 이런 귀여운(?)말이 있었습니다. "어떻게든 7번째 강의까지 듣고 나니까, 그 때부터 좀 좋아지기 시작하더라." 성공적인 싸움을 하기 위해서는, 무슨일이든 처음에는 어느 정도 고생할 각오를 하고서, 몇 번씩이라도 부딪히는게 필요하구나 싶었습니다. 한 번 넘어졌다고 실망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욕먹는다고 좌절할 필요도 없습니다. 두려워도 괜찮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가는 겁니다! / 2013. 03.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