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맨 인 블랙 (Men In Black, 1997) 리뷰

시북(허지수) 2014. 10. 28. 15:51

 

 명작 SF코미디로 이름 높은 맨 인 블랙을 보게 되었습니다. 완전 감동에 덧붙여 찬사를 보내고 싶은 정말 잘 만든 영화에요. 모처럼 웃으며, 혼자 박수치면서 볼 정도였는데요. 영화가 잘 묘사한 거침없는 우주인의 모습과 세계관에 빠져들게 만들어 주는 배우들의 혼신의 연기, 거기에 우리가 일반적으로 느껴볼 수 있는 일상의 장면들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아니, 어쩌면 우리 단골가게 아저씨 아주머님이 외계인!?

 

 물론 영화는 누구나 외계인이라는 설정영화 라기 보다는, 악당 버그 외계인 (→바퀴벌레로 묘사되는) 에 맞서서 싸워나가는 비밀 첩보 조직에 관한 흥미로운 영화입니다. 놀라웠던 것은 1997년이라는 숫자였는데요. 지금 봐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만큼의 진지하면서도 유쾌한 B급 전개이면서도, 정곡을 콕 찌르는 유머들이 압권입니다. 예컨대 오늘날은 사람만큼이나 개에도 많은 투자를 하잖아요. 그런데 영화는 그 개를 키우기 위해서 인간이 일하고 있음을 역설적으로 재밌게 표현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맨 인 블랙 1편에서 감명 받은 대목 위주로 몇 가지 이야기를 남겨볼까 합니다. 우선은 인간의 오만함은 아무 짝에 쓸모 없다는 강렬한 주제 의식이 좋았습니다. 주인공 제이는 뉴욕 경찰 에이스에다가, 누구보다도 뛰어난 실력을 자랑하지만, 이 세계에는 그보다도 더 압도적인 존재들이 많았네요. 이 사실을 제이는 놀랍게도(!) 쉽게 받아들입니다. 와우! 그렇기 때문에, 제이가 곧바로 MIB 요원으로서 재빨리 임무에 투입될 수 있었습니다.

 

 ※이제부터의 내용은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주의하세요

 

 특히 제이가 시험을 겪는 과정에서, 괴물이 아닌 물리학 책을 들고 있는 위화감 있는 꼬마소녀를 타겟으로 잡아서 총을 발사했다는 것은 이 영화가 가지는 한 가지 주제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인간은 속기도 쉽고, 아군과 적군도 잘 구별하지도 못하고, 혼란 속에서 어느새 생을 마감한다는 것 말이에요. 그에 비해서 우주에서 이민 온 숨은 선량한 외계인들은 만남을 중요하게 여기고, 지구의 택시 시스템이 불편하다고 투덜거립니다. 영화에선 뉴욕이었고, 살펴보면 또 한국인지도 모르겠지만, 놀랄 만큼 정확한 표현 아니겠어요. 더 빨리 가려고 인간들이 발버둥 치고 있는데, 외계인들은 때때로 시간을 오직 대화에 집중하면서, 선물을 주고 받으면서, 보낼 만큼 여유롭습니다. 아, 하기야 지구로 이민 온 입장에서야 빨리 돈 모으고 하는 목표가 없어서 그런걸까요~

 

 위험 없는 곳에서 아이 잘 나아서 키우고 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이고, 이것이 실현되는 나라가 이상적인 곳임을 영화는 콕 알려줍니다. 이민부터 생각하게 만드는 나라가 있다면, 어딘가 문제가 심각하다고도 콕 알려줍니다. 그래도 영화의 MIB 조직은 친절하게 가서 사람들의 이야기부터 먼저 들으려고 합니다. 어디가 불편하신지, 무엇이 문제인지, 어디를 해결하면 되는지를 정밀하게 조사합니다. 어떻게? 최선을 다해서, 빨간 버튼을 눌러가면서 말이에요.

 

 비상 사태임을 알리는 것이지요. 우리가, 지금 저 바퀴벌레 외계인 녀석, 줄여서 "버그"를 잡지 못하면, 끝장 난다는 것을 관객에게 빠른 속도로 알려줍니다. 런닝타임이 90분대 영화니까, 빠르기도 엄청 빨리 끝나고요. 하하. 그리고 무시무시한 총 몇 방으로 버그를 소탕한 후, 영화는 몇 가지 아름다운 진실들을 전해줍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조용히 기다리지만 말고, 후회할 지언정 상처받으면서 살아보라고 톡 하고 등을 떠밀어 줍니다. 가만히 기다리다가 보고만 있다가, 뒤늦게 후회하며 35년이라는 시간을 이름없이 늙어간다면, 그것이 새삼스럽지만 슬픈 인생일 수도 있다고 속삭입니다.

 

 저는 그래서 마무리가 특별하게 다가왔는데, 사람이 정말로 언제 인생을 떠날지, 60분 후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면, 일주일, 한 달도 함부로 단정짓지 못한다면, 가능한 열심히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힌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예컨대 새로운 멤버 제이는 불과 이틀만에 온갖 경험을 다하고, 총까지 쏴볼 수 있게 되었잖아요. 매일을 이렇게 동기부여를 끝까지 올리는 몰입상태로 산다는 것이 쉽지야 않겠지만, 사람은 의외로 집중함으로써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다는 것입니다. 느슨해진 모습보다는 아직은 박력 넘치는 제이가 좋은 것을 보니, 젊음의 패기가 사랑스럽고 좋네요.

 

 결국 무엇인가 나에게 의미 있는 삶을 이루어간다는 것이 주변 사람들의 이런저런 많은 목소리 속에서 되는 것이 아니라, 혹은 유명해지는 것에 있다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접근하면 내 인생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사람들과 함께함으로서 가능해진다는 것이 맨 인 블랙이 주는 또 하나의 교훈이라 생각합니다. 자신에게 가까운 사람부터 잘 돌보는 사람이야말로, 그러므로 진짜 근사한 요인, 인생의 주인공 같은 삶 아닐까요. 이런 교훈들은 늘 지키기가 어렵기만 하네요.

 

 자, 어찌되었건, 못 보신 분들이라면, 꼭 추천하고 싶은 B급의 마법 같은, 이제는 전설이 되어버린 영화 맨 인 블랙. 리뷰도 마쳐야 겠습니다. 아, 찰스 다윈이 이런 이야기 했다고 합니다. "거리낌 없이 한 시간을 낭비하는 사람은 아직 삶의 가치를 발견하지 못한 사람이다." 콕콕 찌르는 표현들이 얄밉기는 하지만, 어쨌건 한 시간 안에 지구도 멸망당할 수 있으니까, 좀 더 기운내자고요. 인생이란, 밥을 먹고 시간을 어떻게 보냄에 따라 이루어져 가는 것이니까요. / 리뷰어 허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