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위플래쉬는 드럼을 주제로 하고 있는 성장영화 입니다. 누구보다도 드럼을 사랑하고 드럼을 즐겨 들으며, 나아가 드럼 연주에 관해서 최고가 되고 싶어하는 준비된 학생 앤드류가 폭군 교수님을 만나서 삶이 변화되어 가는 과정을 긴장감 있게 그려나가고 있습니다. 촬영은 한 달도 채 되지 않을 만큼 단기간에 찍었고, 저예산의 영화지만, 많은 상을 얻은 놀라운 작품이기도 합니다. 특히 전혀 지루하지 않게 구성된 편집이 일품이라 하겠습니다. 음악을 좋아한다면 더욱 재밌을테고 말이지요.
저는 작은 교회에서 드럼 연주를 해본 적이 있습니다. 재능 없는 사람이라 둥둥둥둥 기본 네 박자를 맞추기도 사실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빨라지거나 느려지거나 해서는 안 되고, 당연한 말이지만 빠른 곡의 경우 그만큼 박자를 유지하기가 더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영화에서 묘사되는 아주 빠른 위플래쉬 연주, 아주 빠른 템포의 연습 장면은 그저 숨죽이고 지켜볼 수 밖에 없습니다. 우와! 어떻게 저 정도까지 가능한 걸까! 라는 기분입니다.
카리스마 넘치는 플렛처 교수님도 이야기 해봐야 겠습니다. 불과 몇 초면 음의 느낌을 판단할 수 있을 만큼, 총명하고 귀가 밝은 교수님인데 따라서 단원들은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실력이 부족하면 당장에 폭언이 날아들고, 메인과 서브의 역할이 바뀌는 것도 순식간입니다. 그리고, 주인공 앤드류가 일류인 플렛처 교수님의 재즈팀에 들어가게 된 것 자체가 우연치고는 굉장한 기회를 잡은 것입니다.
※이제부터의 내용은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주의하세요
저는 친구와 함께 이렇게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아니 무슨 드럼 연주자가 3명이나 경쟁을 하고 있어! 박자까지 정확한 실력자를 찾기 위해서 이 곳에서는 지독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앤드류는 어린 나이에 메인이 되었다고 무척 좋아했다가도, 또 금방 자리가 바뀌는 현실에 분개합니다. 너무 심하잖아요 이건! 그리고 영화는 후반에 가서야 플렛처 교수님의 본심이 드러납니다. 그의 교육법을 주목해 봅니다.
현실에 안주하지 마라는 것입니다. 절대로 대충하지 말라는 것이지요. 이만하면 됐어 같은 말은 플렛처 교수님에게는 저주와도 같은 쓰레기 언어로 묘사됩니다. 더 해, 더 해, 더 해... 지독하게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방법을 통해서 교수님은 학생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끌어내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재능을 끌어내는 비법은 매우 정직했습니다. 바로 연습이었으니까요. 세 번쯤은 써야 겠지요. 연습하고 연습하고, 또 연습하는 학생만이 일류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게으른 학생은 온갖 욕을 먹으면서 팀에서 쫓겨나기 십상이었지요.
그래서 앤드류는 다시 메인이 되기 위해서, 그리고 메인이 잠시라도 되었다면 그 자리를 지켜내고 싶어서, 무시무시하게 연습을 합니다. 손에서는 피가 흐르고, 계속되는 열중으로 인해, 여자친구를 만날 여유도 없습니다. 오직 한 가지만을 이토록 생각하고 바라며 행동할 때, 그 때 비로소 최고의 자리를 얻게 되는 것. 영화는 그 노력의 장면을 진지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어쩌면 앤드류는 잃어버린 것이 많을테지요. 폭군 교수님으로 인해서,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켜서 제적되었고, 예쁜 여자친구도 잃어버렸습니다. 그러나 단 한 가지, 이제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엄청난 드럼 연주가가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그 누구도 개의치 않고 자신만의 길을 걸으면서 모두를 리드할 수 있는 "최고"가 되었습니다. 유명한 격언처럼, 간절히 꿈을 좇아가는 사람은 서서히 그 꿈의 모습을 닮아가는 것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저는 되묻게 되었습니다. 나의 꿈은 어디에 있는가. 나는 왜 이토록 현실에 안주해 버렸는가. 더 열심히 살지 않았음을 그저 후회하고, 그저 자책하게 되는 씁쓸하고 한심한 감정에도 사로 잡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위플래쉬 영화가 주는 강한 영감이자, 교훈이 아닐까 싶습니다. 평범하게 머물러 있기 보다는, 미친 최고가 되어라는 것. 계속해서 곱씹고, 또 곱씹어서 꾹꾹 체화시키고 싶은 영화. 미친 열정의 영화. 위플래쉬 였습니다. / 2015. 03.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