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각성" 이라는 말을 제 스스로에게 마법처럼 걸어봅니다. 영화 리뷰, 그냥 마음 편하게 손 가는대로 쓰면 된다고 다짐합니다. 화려한 언변, 색다른 시선, 그럴듯한 책글귀 모두 포기해도 좋습니다. 나는 그냥 내가 느낀대로 표현하는 그 정직함이 좋습니다. 그래서 제게는 스타 워즈 깨어난 포스 라는 영화가 너무나 즐거웠던 여행이었습니다.
요즘 영어공부를 합니다. 늦은 나이에 합니다. 상관하지 않습니다. trip 이라는 단어를 배웁니다. 영영사전에 이렇게 써 있습니다. a journey for some purpose 그러니까, 번역하면 목적을 가지고 여행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trip 이라는 단어는 한글로는 여행 외에도, 출장, 이동 등의 뜻도 담겨 있습니다. 왜 이런 뜬금없는 이야기를 덧붙이는가 하니, 나는 스타 워즈가 마치 우주 여행을 멋지게 하고 있구나, 그런 기분을 만끽하게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우주에서 하는 여행, 그런 느낌을 참 좋아합니다. 그래서 스타트렉도 좋아합니다. 예컨대 제가 즐겨했던 슈퍼로봇대전 게임, 우주를 무대로도 싸워나갑니다. 자, 바야흐로 우주에서 일어난 스타워즈 이야기. 지금 출발해봅니다. 서론 참 길었습니다.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대놓고 말하자면, 여주인공 레이가 딱 저의 취향을 저격합니다. 극중의 명대사가 마음을 울립니다. "이 자식아~ 마음대로 내 손을 잡지 말란 말이야!!! 나 잘 뛰거든." 이 당돌한 아가씨를 보고 있으면, 로얄 이라는 영어단어가 또 떠오릅니다. 고귀한 이라는 느낌이 확 와닿습니다. 프린세스 라는 표현도 적절할 것 같습니다. 그런 당돌함이 저는 참 마음에 듭니다. 그래요. 제가 당당하고 실력 있는 아가씨를 좋아하니까, 당연히 레이양이 어여쁘게 보입니다.
레이양은 악역 카일로 렌 = 이른바 검은 철가면 앞에서도 당당합니다. 그 정신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우리네 속담에도 그런 말이 있습니다. 하늘이 무너져도 살아갈 수 있는 구멍은 있기 마련이다. 나쁜 녀석들은 세상을 악으로 뒤덮기 위해서, 선을 철저히 차단하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이기주의가 몸에 딱 습관처럼 들어가 있습니다. 악당은 화가나면 자신의 소중한(?) 비행기 내부에 칼질을 마구잡이로 해댑니다. 하여간, 그런 성격으로는 세상 살이가 좋을리가 없습니다. 부하들이 카일로 렌을 존경하기는 커녕, 무서워해서 억지로 따른다는 느낌이 팍팍 납니다.
그래서 나는 그런 의미에서 인간적인 핀 을 좋아합니다. 핀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것은 나쁜 짓이야, 나는 하지 않을꺼야. 그리고 거대한 악의 힘 앞에서도 끝까지 솔직합니다. 나는 악이 얼마나 무서운 건지 알아, 차라리 도망치고 싶은 걸. 나는 겁쟁이라도 좋아, 살아야 하니까.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핀의 그 정직함이야말로, 어쩌면 또 다른 의미의 noble, 그러니까 고귀한 것입니다. 핀이 청소를 했었다고요?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압니다.
출처는 제 블로그 1159번째 리뷰글, 포기하지 마라 한 번 뿐인 인생이다 책에서 발췌. "어떤 이가 열등감 때문에 우물쭈물하고 있는 동안, 다른 이는 실수를 저지르며 점점 우등한 사람이 되어간다" 그래서 핀은 멋있는 겁니다. 도망칠려고 적극적으로 나섰다가, 자신의 마음에 솔직해지기도 했다가, 그냥 사람 냄새가 풀풀 나는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다시 레이의 시선으로 잠시 갈아타겠습니다. 레이가 그 유명한 광선검을 집어들고, 카일로 렌과 한바탕 눈발 휘날리며 싸우는 장면도 멋진 액션입니디만, 개인적으로 제일 좋았던 장면, 가장 큰 영감을 얻었던 장면은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너 이거 조종해 본 적이 있니? 아니. 그럼 어떻게 할 껀데, 그냥 해보는 거지. 대신에 우리 함께 외쳐보자! 할 수 있어, 할 수 있어, 할 수 있어. 그 장면이 눈물날 만큼 감동적이었습니다. 그것이야말로 인생의 비밀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같은 겁쟁이도, 힘든 현실 앞에서도, 마법의 언어를 사용할 수 있음을 우리에게 비의로 전달해 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스타워즈가 참 재밌었습니다. 끝으로 소수정예가 자신의 목숨을 걸어가면서 앞으로, 또 앞으로 정의롭게 나가는 모습에서 많은 대리만족을 얻었던 것 같습니다. 비록 지금의 내 세대가 악에 의해서 희생될지도 모르지만, 반드시 정의의 길을 걷는 이들이 있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이번 리뷰는 이렇게 폭풍처럼 써내려가며 마칩니다. 스타워즈를 적극적으로 권해주었던 사랑하는 동호회 지인분께 감사를 드리며, 여자사람친구와 참 재밌게 봤습니다. / 2016. 01.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