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J양이 서울로 일자리를 찾아 떠나면서, 선물처럼 좋은 영화 리스트를 보내주었습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라는 영화도 이런 계기로 알게 되었고, 늦은 밤 눈물을 훔치며 시청하게 되었습니다. 좋은 사람이 된다는 것이 뭘까, 좋은 아버지가 된다는 것이 뭘까, 생각하기에 참으로 좋은 작품입니다. 영화는 이렇게 손 내밉니다. 유능하고 돈 잘 버는 사람이 아니라, 때로는 자신의 실수나 잘못을 인정하고, 시간을 함께 하는 사람이야 말로 좋은 아버지라는 것입니다. 영화의 표현을 빌리자면, 브레이크를 밟을 용기가 있어야 합니다.
돌아보면, 저 개인적으로는 좋은 아버지를 두었음에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남들보다 몸이 허약하다는 이유로, 한 때는 정규학교 과정에서 수년 이상 이탈해 있었고, 치료를 위해서 아버지의 많은 관심을 받아왔기 때문입니다. 계기야 어찌되었던 함께 하는 시간이 있었고, 추억할 여지가 있었다는 것이 참 고마운 일이라 생각됩니다. 사랑 받아왔다는 경험이 마음 한 켠에 간직되어 있다는 것, 이 점은 그때로부터 이미 20년 이상 시간이 많이 흘러도 참 소중하기만 합니다. 이제 서론과 개인사는 접어두고, 영화 속으로 떠나보겠습니다.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영화의 줄거리는 내 아이가 병원 측의 실수로 뒤바뀌어서 6년 동안이나 남의 아이를 키워왔다는 것에 있습니다. 이것을 알게 된 이후, 주인공 료타는 많은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키워온 정든 아이 케이타를 떠나보내는 것의 어려움. 또 DNA로 확인된 자신의 친자인 류세이를 받아들이는 것의 어려움을 경험하지요. 왜냐하면, 아이들은 이 어른들의 세계를 받아들이기 힘들어 합니다. 친아들 류세이는 자꾸만 6년동안 자라왔던 과거 집을 그리워하며 돌아가려고만 합니다. 이 때, 한 가지 영화적 깨달음을 주는 요소가 있었습니다.
짧은 장면이지만 감독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처럼 느껴진 것은, 매미 이야기 입니다. 매미가 부화되어서 세상에 나올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무려 15년 이라는 것. 세상에 적응하기에는 그만큼의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입니다. 이것을 그대로 적용해 본다면, 류세이는 훨씬 많은 시간을 아버지 료타와 보내야만, 비로소 마음의 문을 열고 친아버지로서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나중에야 같이 총싸움, 칼싸움을 하게 되는 데, 그 모습이 참 마음을 훈훈하게 해줍니다.
또 한 가지 매우 가슴에 남는 장면은, 영화 마지막에, 료타가 진심을 담아서 몇 번이나 길러온 아들 케이타에게도 사과를 전하는 모습이 참 가슴을 먹먹하게 합니다. 케이타가 찍어준 자신의 애정어린 사진들을 보면서, 아, 가족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를 "발견"하게 되는 것입니다. 간단히 말해, 애정이란 시간을 함께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곧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 되고, 나아가 가족의 그림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개봉한 일본에서는 훨씬 더 호의적인 리뷰도 있었습니다. 예컨대, 료타의 친아들 류세이의 경우는 이미 일어난 일은 어쩔 수 없고, 여기서 환경에 지지 않는게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어린 시절의 곤란했던 일을 받아들이고,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각각 둘씩 있다는 것이 중요하게끔 노력하는 것입니다" 그래요, 실제로 류세이는 전기상네 사이키 가족을 통해서 사랑 받고 자라왔기 때문에, 어린 시절의 정, 그리고 친아버지의 정을 동시에 느끼도록 앞으로 섬세하게 보살핌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끝으로 한 가지만 더 생각해 본다면, 기업의 엘리트로 지내면서, 일에 충실한다는 것이 결코 나쁜 것은 아닙니다. 게다가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도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아버지 라는 것도 누군가 대신해줄 수 있는 역할이 아닙니다.
저는 21년 전의 한 가지 에피소드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교복에 단추도 뚝 하고 떨어지고, 넥타이를 매는 법도 제대로 모를 때, 그래서 중학교 등교길에 혼자 당황하고 있자, 그것은 매우 간단한 일이라면서, 이른 아침 자동차에 태워 교복점에 들러서 간단히 해결해 주었습니다.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는 제게 꼭 그런 것 같았습니다. 평소에는 무뚝뚝하고 무심한 것 같아도, 내가 곤란한 순간에는 가장 먼저 달려와주시는구나. 해결해 주시는구나, 그런 든든함이 참 좋았습니다. 그런 아버지도 이제 어느덧 많이 기력이 쇠하셔서 보고 있으면 마음이 짠하네요.
저보고 제발 철 좀 들어라, 책은 좀 그만 읽고, 그 시간에 돈부터 더 많이 모아서 결혼하라고 잔소리 하시는데, 아들로서 할 말이 없었답니다. 저는 좋은 아들이기 보다는, 꼭 과거에 나오는 불효자 같은 미안함도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사람이라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테니, 용서해 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큽니다. 이렇게 글자로 써놓고 보니, 저도 참 나쁜 놈이네요.
어차피 운좋게도(?) 저는 사회 엘리트 코스를 밟지 못했고, 만약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리게 된다면, 주인공 료타 말고, 차라리 전기상네 사이키 가족처럼 아버지 역할에 충실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참 좋은 인생의 모습이구나 라는 뒤늦은 깨달음도 있었습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모습의 가족이 있는 것처럼 말이에요. 같이 목욕을 하고, 함께 닌텐도 위 게임을 하고... 그런 식으로 말이에요. 물론, 충분히 돈을 벌어가면서 말이에요.
좋은 사람과 함께 식사를 나눠 먹는 것. 이것이 행복이다! 함께 오손도손 따뜻하게 나눠먹는 만두씬을 회상하면서 간단히 정리해봤습니다. 오늘도 좋은 영화와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한 밤이었네요. 둘도 없는 존재인 아버지와 아들, 서로를 소중하게 여기며 아끼는 인생이 되기를! / 리뷰어 시북. 2016. 07. 02.